말씀에 응답하는 것, 말·글 아닌 행동으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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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2-14] 집을 가정으로 만드는 예술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

이 말씀은 확실히 그녀에게 잘 어울립니다. 그녀는 교회에서만 잠잠한 것이 아닙니다. 집에서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녀는 집에서 설교를 행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을 상상해 보십시오.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 그녀가 침묵을 간직하게 하십시오! 여러분도 이 침묵을 창조하기를 축복합니다. 가인이 아벨을 죽였을 때, 아벨은 침묵했습니다. 죽었는데 무슨 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성경은 말합니다.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 네게 소리친다(창 4:10)". '소리쳤다'가 아니라, '소리친다'입니다. 결코 침묵할 수 없는, 얼마나 두려운 침묵의 웅변입니까! 오, 침묵의 능력이여!

이 침묵이 여자와 함께 합니다. 그녀는 말이 없습니다. 교회에서 설교를 듣고 왔지만,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남편은 말이 많았습니다. 설교 본문에 대하여, 목사님의 몸짓에 대하여, 설교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하여 많은 말을 합니다. 물론 남편이 설교 내용을 잊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침묵하고 있는 그녀와 많은 말을 하고 있는 남편 중에, 누가 더 그날의 설교를 제대로 간직하고 있는 걸까요?

그녀가 집을 가꾸기 시작합니다. 커튼도 달고 벽지도 바르고 벽에 아름다운 장식을 답니다. 가장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씁니다. 그녀가 이렇게 집을 꾸미는 것, 그래서 집을 아름다운 가정으로 만드는 것, 이것은 그녀에게 큰 기쁨입니다.

어느 날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남편은 앉아서 그녀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말이 없습니다. 남편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봅니다.

"여보,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집을 이렇게 꾸민 거요? 이 모든 것들 이면에는 무엇이 있단 말이오. 당신의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란 말이오."

그러나 그녀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대답을 회피하며 말합니다. "당신은 주일에 나와 같이 교회에 갈 거지요?"

여러분, 그녀가 왜 말을 하지 않을까요? 그녀가 집을 꾸몄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어떤 의미에서 집을 꾸몄는지 아무리 많은 말을 하더라도, 집의 분위기와 색조가 말하고 있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집이 간직하고 있는 침묵이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침묵을 창조하라! 침묵을 창조하라! 우리 시대의 비극은 침묵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의사소통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까? 예전에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만나야 했습니다. 요즘은 만나지 않고도 빛의 속도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소통의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래서 오고가는 대화의 양이 점점 더 늘어날수록, 전달되는 의미는 거의 쓰레기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이 여자처럼 침묵을 창조하십시오. 침묵은 집에 깔린 분위기와 같습니다.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커튼을 설치하면 침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침묵은 그녀의 행위의 현존의 문제입니다.

집을 가정으로 만드는 예술이란, 그녀가 부재중이더라도 그 집이 그녀를 증언해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마침내 그 집이 그녀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하게 됩니다. 침묵은 집을 가정으로 만드는 영원의 예술입니다!

사도는 말합니다. "누구든지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면, 그는 거울로 자기의 생긴 얼굴을 보는 사람과 같아서 제 자신을 보고 가서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 곧 잊어버린다(약 1:23-24)".

여러분, 누가 말씀을 더 오래 기억한 자입니까? 말씀을 끊임없이 공부해서 학문의 상아탑을 쌓은 사람입니까? 그래서 누구보다 말씀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갖고 있는 자입니까? 아니면 말씀을 실천해서 행동으로 이 땅에 말씀을 새긴 자입니까? 그는 말씀을 행위로 옮깁니다. 그래서 여자가 집을 가정으로 꾸미듯이, 이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로 꾸미지요. 세상은 그에게 물어볼 겁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는 거요?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냔 말이오!"

그러나 그는 할 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행위가 이미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하나님의 말씀이 글이나 말로 대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아직도 하나님의 말씀이 행동으로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까? 글이나 말로 대답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행동으로 대답하는 것, 이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침묵을 창조하는 것, 이것은 당신의 과업입니다. 말씀의 거울 속에 자기 자신을 보라고 권면한 사도의 말을 기억하십시오. 거울 속에 자기 자신을 보는 여자는 자만하게 되고 말이 많아집니다. 시간의 거울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을 보는 여자는 귀에 거슬리고 시끄럽습니다. 아, 그러나 말씀의 거울 속에 자기 자신을 보는 여자는 침묵하게 됩니다!

이 여자처럼 당신이 침묵하게 된다면, 이것은 당신이 하나님의 말씀을 잊지 않고 있다는 강력한 암시입니다. 사람이 말씀의 거울 속에 있는 자기 자신을 보고 말이 많아진다면, 이것은 말씀을 잊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침묵하게 된 자의 '침묵'은 확실한 표적입니다.

당신은 사랑에 빠진 자를 알고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말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자가 침묵할 수 있다면, 이것은 더 확실한 표적입니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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