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앞에 선다는 것, 하나님과 직접 대면하는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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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2-14] 너 자신을 시험하라!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지금까지 키에르케고어의 <너 자신을 시험하라!> 1부에 나오는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원제목은 <자기 시험을 위하여(Til Selvprøvelse)>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후기 작품으로, 1851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스스로 판단하라!>도 완성되었지만, 비판적인 내용으로 사후에 출판되었습니다. 아직 한국에 번역서가 없었으나 <스스로 판단하라!>는 2017년 1월 신간으로 출간된 상황입니다.

키에르케고어는 가명의 저자를 내세워 출판한 사상서와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 두 저서는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것으로, 기독교를 적극적으로 변호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너 자신을 시험하라!>의 책 제목은 고린도후서 13장 5절의 말씀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말씀은 너희가 정말 믿음 안에 있는 것인지 시험하고 확증하라는 것입니다.

키에르케고어는 이 책 1부에서 우리 자신을 제대로 시험하기 위해서는 말씀 앞에 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말하는 말씀 앞에 선다는 것은 성경을 공부하거나 지식적으로 배우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말씀 앞에 선다는 것은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자리로, 그의 용어를 빌리자면 '단독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진지함'의 개념입니다. 하나님 앞에 서는 것, 이것이 진지함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서'보다 돈버는 일, 취업하는 일, 승진하는 일, 결혼하는 일과 같은 것에 더 진지합니다. 또한 말씀 앞에 선다는 것은 말씀을 행하는 것에 진지해지는 것이지, 학문에의 진지함에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그때, 말씀을 읽고 진지해질 때, 믿음 안에 있는 것인지 시험하고 확증하라는 것입니다. 행함의 진지함을 학문의 진지함으로 바꾸어놓은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용서받을 수 없다고까지 주장하니, 그가 행함을 얼마나 강조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이 저서의 1부에서 인용한 구절 역시 야고보서 말씀에서 나온 것이죠.

오죽 답답했으면, 미신을 믿는 사람이 주문을 걸기 위해 그것을 외우는 사람만큼도 하나님의 말씀을 두렵고 떨림으로 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겠습니까! 말씀을 읽는다는 것은 행함에 진지해지는 일입니다. 그때, 그는 주문을 외우는 사람 이상으로 더욱 두렵고 떨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는 이렇게 말씀 읽기에 진지해진 사람을 2부로 초대합니다. 2부는 그리스도께서 어떤 길을 가셨는지, 그 '좁은 길'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자는 스승을 닮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성도는 그분을 닮아야 합니다. 그것은 그분이 가신 길을 가는 겁니다.

키에르케고어는 그리스도께서 가신 '좁은 길'의 의미가 무엇인지 밝히고, 말미에서는 그분을 본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본받음'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합니다. 한 마디로 기독교의 본질은 '본받음'에 있다는 겁니다. 그의 초청에 따라 우리는 그리스도가 가신 길을 걷고 있는지 자신을 시험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은 우리 인간들이 갈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이 길은 인간이 발견할 수조차 없을 만큼 좁은 길입니다. 결국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죽음에 이르는 길이요, 인간적인 어떤 소망도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버림받는 시험을 당하신 분도 그리스도 밖에 없습니다. 이 길은 그런 길입니다. 심지어 순교자도 죽임당할 때 세상은 그를 버렸지만, 하나님만은 그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정말로 하나님께도 버림받았습니다!

"하나님과 나는 하나다"라고 주장했던 분이 버림받다니! 사탄의 말이 맞는 것 아닙니까? 그의 주장은 거짓말이 아닙니까? 인간의 이해는 이 길을 보고 결국 실족하게 됩니다. 이 길은 인간이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책은 3부가 필요합니다. 3부에서는 성령이 등장합니다. 키에르케고어는 믿는 자에게 성령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합니다. 일단 성령은 사도 요한의 말대로 '생명을 주는 영'입니다.

그러나 성령은 무엇보다 생명을 주기 전에 '죽음'을 요구합니다. 먼저 영적으로 '죽음'을 경험하기 전까지 생명을 주는 영은 오시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 하나님 앞에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죽음'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 육체가 죽는 것과 영적으로 죽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요? 키에르케고어는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아브라함을 끌어들입니다. 그의 저서 <두려움과 떨림>도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친 이야기이지만, 여기에서는 조금 다르게 이 사건을 바라봅니다.

그는 아브라함은 '내 손'으로 자식을 죽이느니, 차라리 '나'를 죽여달라고 간절하게 하나님께 매달렸다고 상상해 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육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영적으로 죽는 것이 더 끔찍하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육체가 죽는 것은 한 번 죽으면 끝이지만, 영적 죽음은 날마다 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죽음 후에만 성령님은 오신다는 겁니다. 성령님은 오실 때, 선물을 가져오십니다. 이때 성령님이 가져오는 선물은 믿음, 소망, 사랑입니다. 그러나 영적 죽음 후에 오는 이 선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류의 믿음, 소망, 사랑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성령의 선물로서의 이 소망은 소망 없는 소망, 소망에 반한 소망입니다. 인간적인 눈으로는 소망이 없으나, 소망을 봅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는 소망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 눈에는 소망이 보이지 않지만, 믿음의 눈으로 볼 때만 소망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후기 작품으로 <너 자신을 시험하라!>의 큰 흐름은 이와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의 삶을 시험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이 저서는 그의 작품 중 손꼽힐 만큼 명작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신학적 논의가 될 만한 주제는 어렵기 때문에 생략했습니다.

저는 키에르케고어가 생각하는 기독교의 진정한 본질이 이 두 저서 안에 다 들어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중요합니다. 독일 신학자 본회퍼의 <제자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책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 저서일 겁니다. 다음으로는 순차적으로 2부와 3부의 내용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그가 강조한 것처럼, 그리스도를 본받는 여러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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