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가슴에 묻고 힘들 때, 이식인의 감사편지가 준 위로”

김신의 기자  ewhashan@gmail.com   |  

장기기증 해외사례, 기관을 통한 ‘편지’부터 ‘만남’까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의 이선경 씨. ⓒ김신의 기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의 이선경 씨. ⓒ김신의 기자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뇌사장기 기증자 유가족 예우 촉구 “잘 지내고 있나요?”에서 장기기증 유가족과 이식인과의 교류가 진행되고 있는 해외의 사례 및 국내외 예우 프로그램들에 대한 소개도 아울러 전해졌다.

지난 2016년 미국 애리조나에서 뇌사상태가 된 姑 김유나 씨의 모친 이선경 씨는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과 씨름하며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인들의 교류가 속히 열리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미션스쿨에 다니던 姑 김유나 씨는 삼남매 중 맏딸이었다. 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곧장 미국으로 달려갔지만, 이 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자, 고민 끝에 어렵게 선택한 것이 ‘장기기증’이었다.

이후 미국에서 장기기증을 진행해 기관으로부터 이식인들의 정보와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 심장은 33세 소아과 의사에게, 폐는 68세 남성에게, 오른쪽 신장은 12살 남아에게, 왼쪽 신장과 췌장은 19세 소녀에게, 간은 2세 영아에게, 각막은 77세 남성에게 이식됐다. 편지도 여럿 받을 수 있었다.

편지를 회상하며 이 씨는 “당장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편지에 적힌 글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며 “편지를 보고는 저희 가족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고, 그들이 부디 더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됐다”고 했다.

이어 “딸의 장기기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실감하게 됐다”며 “딸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대한 안타까움도 덧붙였다. 이 씨는 “한국은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정보교환이 허용되지 않아 장기를 기증하고도 어떤 사람이 이식 받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건강한지 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라며 “조속히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이 이식인의 소식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받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의 김순원 목사. ⓒ김신의 기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 도너패밀리의 김순원 목사. ⓒ김신의 기자

김순원 목사는 지난 2015년 가을 미국 시애틀에서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이르러 장기기증을 한 故 김하람 씨를 떠나 보냈다.

김 목사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저희 부부는 정말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다. 밝고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란 딸을 저희 부부는 그렇게 떠나 보낼 수 없었다”며 기도하면서 고민한 결과 딸의 삶을 가장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 건강한 딸의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김 목사는 “미국이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문화가 특별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며 “딸을 가슴에 묻고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며 힘겨워할 때, 이식인이 전해준 감사편지는 저희 가족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됐다. 또 누구보다 건강한 아이였으니 장기이식 받은 분들도 건강히 살아가길 간절히 기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부모의 삶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이식인들의 편지와 영상통화를 통해 딸이 죽어가는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이어줬을 뿐 아니라 건강하고 희망찬 삶을 살게 해준 사실에 큰 위로가 됐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도 빨리 기증자의 가족들과 이식인들의 교류가 허용돼 생명을 살리는 생명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길 소망한다”며 “더불어 장기를 기증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아름다운 기증문화가 자리잡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이 국내외 예우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이 국내외 예우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은 “먼저 바라는 것은 장기기증을 한 위대한 영웅이 있다는 것, 장기기증자를 기억해주면 좋겠다”며 국내외 예우프로그램들을 살폈다.

국내에서 국가적으로 실행되는 예우프로그램은 아직 없으나, 총 1,600여명을 대상으로 활동중인 ‘도너패밀리’ 모임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도너패밀리’는 서로를 격려하는 ‘소모임’과 ‘연말모임’, 공연과 전시회를 비롯한 ‘문화행사’, 생명존중 ‘강연’, ‘캠프’, 미술 심리상담 등을 이어가고 있었다.

김 사무처장은 “무엇보다 이식인과 함께 산행한 프로그램이 가장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이어 장기기증자와 이식인들에게 서로 연락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해주고 있는 해외 사례를 살폈다. 매개기관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 시스템으로, 편지 작성법, 회신방법부터 시작해 일정 기간 이후 만날 수 있는 방법까지 안내가 제공됐다.

이외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유가족과 함께한 영상 및 해외 장기기증자와 장기 이식인의 교류 현장 영상,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와 도너패밀리(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모임)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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