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에 진지하라... 그분의 피값으로 산 우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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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길이란 수단이 아니라 목적!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우리는 어디를 가든지 길을 통해 목적지를 간다. 길을 통해 때로는 집으로, 학교로, 직장으로 간다.

이때 길은 일반적 통념으로 목적지일 수 없고,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런 의미에서 길은 통과하는 과정 정도로만 생각하지, 길을 걷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다니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주님은 말씀하신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다(요 14:6)."

주님은 스스로 "내가 길이다"라고 말씀하신다. 길이라고 말씀하신 주님은 친히 그분의 길을 따라오는 사람들을 자신이 있는 곳까지 이끌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요 12:32). 뿐만 아니라 "내 아버지 집에는 거할 곳이 많다. 내가 먼저 가서 너희의 처소를 예비하겠다(요 14:2)"고 말씀하신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에게 '길'이란 일반적 통념처럼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길'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 주님은 내가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혹은 집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 예수 믿으면 천국 간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종종 이런 이야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죽어서 천국 가는 것으로만 착각하는 것이고, 예수님을 천국 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예수님을 이용해 목적지인 천국은 가고 싶어 하지만, 그 길을 가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다.

나는 주님의 승천과 재림 사이의 시기를 '중간기'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중간기의 의미는 테스트 기간이고,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 시험의 내용은 우리가 "주님이 가신 길을 따라갔는지"이다. 이런 의미에서 제자도란 키에르케고어가 말한 '반복'이다. 누구나 주님이 가신 길을 하나님 앞에 서서 반복하는 것이다.

이 반복은 단순한 복사나 복제가 아니다. 하나의 새로운 생성이다. 왜냐하면 주님의 길을 따르는 사람은, 각자의 삶에서 하나의 새로운 진리를 생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이라고 말씀하신 주님은 또한 '진리'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이때 하나님 나라는 저 천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그분의 길을 걷는 자에게 나타난다. 주기도문에서처럼, 그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길은 쉬워지는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주님은 길이시고, 먼저 그 길을 걷는 모범이 되시기 때문이다. 다시 일반적 통념으로 말해, 먼저 걸어갔던 모범이 있다면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은 쉬워진다.

예를 들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던 노벨이 있다. 노벨 후 다이너마이트는 길을 뚫는 데 사용됐다. 한참 돌아가야 할 길을, 터널을 뚫어 길을 단축시킨 것이다.

노벨은 누구보다 뛰어났고 그가 남긴 '지식의 유산' 덕분에, 후대 사람들은 한참을 돌아가야 할 길을 단축시킨 결과를 누리고 산다. 노벨보다 멍청하더라도, 그의 지식을 공부한다면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모범이 남긴 유산 덕분에, 후대 사람들은 보다 쉬운 길을 발견했고, 뿐만 아니라 그 혜택을 누리고 산다.

그러나 주님이 길이신 경우는 그렇지 않다. 주님이 먼저 가셨기 때문에 그 길이 쉬워지거나 짧아지지 않는다. 주님께서 좁은 길로 가신 것처럼, 또한 좁은 길로 가라고 말씀하신 것처럼(마 7:13), 그 길은 동일하게 좁고 어렵다.

주님이 길인 경우, 진리란 현실의 삶이다. 우리는 주님이 사셨던 삶을 "현실에서 살아내야" 한다. 아마 진리가 지식인 경우는 그 길이 짧아질 수 있고, 모범이 남긴 유산 덕에 혜택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통념과 달리, 진리가 길 자체인 경우, 모범이 먼저 갔다 해서 그 길이 짧아지거나 단축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동일한 길을 반복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중간기는 테스트다. 길을 단축하거나 폐기하는 것, 그래서 내세에 천국만을 들어가기 바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진리를 왜곡하거나 제거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바울 사도가 권면한 것처럼, 이런 의미에서 우리 자신이 믿음 안에 있는가 우리 자신을 시험하고 확증해야 한다.(고후 13:5)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우리 안에 얼마나 그분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없는지, 안타까운 현실이 눈에 띈다. 무늬만 그리스도인이지, 제자가 아닌 자가 허다하다. 그러나 제자가 아니고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가? 그분을 따르는 일이 없는데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느냔 말이다. 사도가 걱정했던 대로, 그들은 버림받은 자들은 아닌가?

제자가 되고 그리스도인이 되는가, 그리스도인이 되고 제자가 되는가? 안타까운 현실은 그동안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나서 제자훈련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성서는 분명히 제자가 된 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일컫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행 12:26). 진정으로 그분의 사랑을 경험했다면, 그분의 길을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확신컨대,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면서 그분의 길을 가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도 아니고, 당연히 그분의 제자도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로 그분의 사랑을 경험했는지 의심스럽다. 오늘날 복음이 필요한 곳은 교회 밖이 아니다. 교회는 다시 한 번 복음이 선포되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대학생들과 리더 훈련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 20명 정도를 모아놓고 주님의 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대다수는 손을 들지 못했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확실한 점은 그들이 주님의 길을 가는 이 삶에 진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업 때문에 걱정은 해도 이 길을 가지 않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연인이 생겼지만 사귀지 못해 마음 아파해도, 주님의 길을 걷는 데는 단 한 번도 애가 탄 적이 없다. 돈이 없어 빚지는 상황을 걱정해도, 그분의 길을 가는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때,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게 해달라고 애타게 그분께 의지할 뿐이다.

그러나 승천하실 때, 주님이 남긴 마지막 남긴 지상명령의 과제는 무엇인가? 제자 삼으라는 것 아닌가? 스스로 제자가 되어 나를 따르고, 그런 제자를 삼으라는 것 아닌가? 이것이 마지막 절대적 관심사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주님의 승천과 재림 사이 우리는 그분의 길을 갔는지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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