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가나안 정복전쟁에 대한 최종적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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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서 연구(26)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전체가 24장으로 이루어진 여호수아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전반부를 이루는 첫 12장은 가나안 입국과 그 땅의 점령 과정을 보여주고, 후반부인 나머지 12장은 점령한 가나안 땅을 지파별로 분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반부와 후반부 전체를 통하여 부각된 인물은 여호수아이다. 전반부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가나안 정복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여호수아는 후반부에서 점령지역을 지파별로 균등하게 분배하여 정착시키는 조정자로서의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호수아서의 가나안 정복 전쟁은 11장 마지막 부분(11:16-23)과 12장을 통하여 마무리되고 있다. 그 중에서 11장 마지막 부분(11:18-23)은 비교적 장기간 지속되었던 가나안 정복 전쟁에 대한 실제적인 결론이며, 그 뒤를 이어 나오는 12장은 모세와 여호수아가 점령한 왕들이 누구인지를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전반부의 실제적 결론에 해당되는 11장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이 담겨져 있다. (1) 가나안 점령에 대한 역사적이고도 신학적인 마무리(16-20절), (2) 마지막 남은 적인 아낙자손에 대한 여호수아의 군사적 공격(21-22절), (3) 최종적인 결론(23절)이 그것이다.

그러한 결론적인 언급에는 출애굽 사건을 연상시키는 몇 가지 요소들이 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출애굽에서 바로에게 하신 것처럼, 여호와께서 가나안 왕들의 마음을 강퍅하게 하신 것이다(20절). 그 결과로 이스라엘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그들을 진멸시킬 수가 있었다. 출애굽이나 가나안 정복은 적들과 적당하게 타협하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았다. 완전 전멸을 통한 출애굽과 가나안입국이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이었다. 그런데 그런 하나님의 뜻과 어긋나는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기브온 거민 히위 사람들과 화친을 맺은 일이다. 그것은 분명히 여호수아가 실수로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맺은 화친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의 실수를 받아주시고 기브온 사람들을 전멸시키지 않으셨다. 기브온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여호수아의 실수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여호수아를 속아 넘길 수 있을 만큼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운 기브온 사람들의 지혜로움과 집요함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절명의 위기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내다보면서 그 역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 기브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살 길을 스스로 마련한 지혜로운 민족이 되었다.

출애굽과 관련된 또 다른 요소는 아낙자손을 멸절시킨 내용이다(21절). 여호수아가 산지에 살고 있던 아낙자손들을 몰아낸 사건은 가나안 정복을 위한 마지막 군사작전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아낙자손은 더 이상 이스라엘이 차지한 땅 안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다만 블레셋 지역인 가사와 가드와 아스돗에만 약간 남아 있는 정도가 되었다. 아낙 자손들은 출애굽 한 이스라엘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었다. 특히 가나안 정세 파악을 위하여 파송되었던 12명 가운데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10명의 정탐꾼들이 부정적인 보고를 하게 된 배경에는 아낙자손의 위협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민 13:21-33). 여호수아가 마지막 군사작전으로 아낙자손을 몰아낸 것은 가나안 정복이 출애굽 사건의 마무리였음을 나름대로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곧 이스라엘의 가나안 입국을 40년 이상 지연시키고 그 대신에 광야에서 생활하게 하였던 중요 원인을 제거하게 된 셈이다.

11장의 마지막 절인 23절은 가나안 정복의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곧 여호수아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신 말씀대로 온 땅을 점령하여 이스라엘 지파의 구별을 따라 기업으로 나누어 주었고, 그것으로 그 땅에 전쟁이 그치게 되었다. 이것을 통하여 가나안 정복의 최종적 과제는 땅을 점령하는 것에 있지 않고 오히려 점령한 땅을 지파별로 분배하는 것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여호수아서가 균등하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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