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서 연구(28)
여호수아서의 핵심적 주제는 '땅'에 관한 것이다.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된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을 점령하여 지파별로 분배하는 일로 일생을 보냈다. 여호수아가 점령한 그 땅은 과연 어떤 신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여호수아가 일생의 과업으로 수행한 가나안 땅 점령과 분배는 영토 확장이라는 일반역사의 관점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그 땅은 이스라엘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그 땅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땅이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성 속에서 그 땅을 차지한 것이다.
땅의 신학적 이해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성서적 전제는 '땅이 하나님에게 속하였다'는 사상이다. 그러한 성서적 주장에 대한 근거는 무엇보다도 창조신앙이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그 땅의 소유권이 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살렘왕 멜기세덱의 축복에 화답하는 아브라함의 고백 속에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은 곧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으로 표현되었다(창 14:19).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언약 상대자로 선택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는 출애굽기 본문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세계가 다 내게 속한다"고 말씀하셨다(출 19:5). 여기에서 '세계'로 번역된 히브리어 '에레츠'는 추상적 개념의 세계가 아니고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실제적 땅을 의미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땅의 실제적 주인이 되신다는 신학 사상을 보다 명백하게 밝힌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이기 때문에 그 땅을 영영히 팔지 못한다고 못 박고 있는 희년 규정이다(레 25:23).
성경에서 땅이 하나님에게 속했다는 주장은 단순히 하나님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그 땅에서 거주하여 살아갈 법적인 근거를 제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즉 하나님께서 땅의 실제적 주인이시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주신 그 땅에 살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땅의 실제 주인이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약속 하신 대로 그 땅을 그의 후손들에게 선물로 주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땅을 선물로 받았을 뿐이지 땅의 실제 주인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라고 주장하시면서 이스라엘은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레 25:23)라고 하셨다. 이스라엘은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라는 신분으로 그 땅을 소유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는 히브리어로 '게르'와 '토샤브'인데, 이는 그 땅의 합법적 시민권을 갖지 못한 채 장기간 체류하는 이방인을 의미한다. 그런 신분으로는 합법적으로 토지소유와 같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체류허가를 받아 일하며 지낼 수 있는 제한된 권한만을 가질 뿐이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비록 가나안 땅을 점령하여 그것을 소유하지만, 자신의 완전한 소유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권을 위임 맡은 청지기라는 점을 보여준다. 곧 이스라엘은 그 땅을 완전하게 소유할 어떤 권리도 없었다. 다만 실제 소유주이신 하나님에게서 그 땅을 분배받아 관리할 책임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말 성경에서 '기업'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나할라'가 지닌 의미이다.
땅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축복의 선물로 주셨다는 것에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신학적 강조점이 들어 있다. (1) 이스라엘이 그 땅을 소유하게 된 것은 그들의 선조들에게 주어진 약속이 성취되었다는 관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의 참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3)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그 땅을 계속적으로 차지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잘 해야만 한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게 된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이 설정해 놓으신 특별한 삶이 요구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한 요구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어졌다. 특히 신명기에 제시된 규례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사항들을 열거하고 있다(신 12:1). 그러면서 그런 규례와 계명을 지켜야 그 땅을 차지하며 살게 된다고 강조하였다(신 4:1,5; 8:1; 11:8, 10, 31). 땅은 약속의 선물일 뿐만이 아니라 책임을 요구하는 땅이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