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일들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그 행사는 종교개혁의 후예로서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2018년 새해맞이와 함께 새로운 각오와 결단으로 한국교회를 되돌아보고, 그간 왜곡되고, 뒤틀린 모습을 바로잡는 개선의 노력에 집중했으면 한다.
바로잡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것이 '한국교회,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종교개혁자 칼빈은 교회공동체성 회복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교회는 선택된 하나님백성의 공동체요, 그리스도와 신비로운 연합을 경험하는 신앙공동체임을 확인시켜 주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는 공동체성회복을 위하여 교리적 이해표현차이를 뛰어넘어서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보이는 교회연합을 희망했었다. 왜냐하면 공동체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자신이며, 인간은 그분과 공동체를 섬기는 주객관계의 창조질서를 분명히 하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교회의 거룩성이 견지되며,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방주와 이 땅에 평화실현의 역할이 가능해 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한국교회의 공동체성은 그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되거나, 상실될 위기에 직면해 있는 모습이다. 그것은 인간이 하나님의 자리를 독차지할 뿐 아니라, 공동체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개 교회의 담임목사직이 아직도 세습되는 일에서 드러나며, '대한예수교장로회'간판아래 250여개의 소수교파들로 분열되어 기득권을 옹호하고 있는 모습에서 경험된다. 그리고 최근, 오직 국가법(교육부)에 의존하여 교단총회공동체의 지(支)기관의 소속관계를 단절한 채, 신학대학운영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주장하는 모습에서도 교회공동체성의 가치가 크게 훼손됨을 경험하게 된다.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 사회에 만연된 자본주의적인 가치관(개인주의-경쟁-세속화)의 영향 때문일까? 아니면, 교회공동체성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무지해서일까? 유감스럽게도 이 모든 일들이 종교개혁자 칼빈의 신학사상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는 한국장로교회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그간 소위 '개혁주의'이란 이름의 신학이념화에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던 분들에게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공동체성의 훼손과 위기는 심각하게 여겨진다. 결국 교회공동체성의 훼손과 상실은 복음과 교회의 사회적인 영향력의 왜곡과 축소, 포기를 의미하며, 복음전파의 문을 스스로 닫겠다는 것이며, 극단적으로는 하나님의 부존재를 스스로 증명하는 태도가 아닌가? 질문된다. 한국사회의 갈등과 대립과 분열극복에 아무런 복음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무능을 여전히 보게 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면 이러한 위기극복을 위해 우리(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먼저, 지금까지 갈등과 대립과 분열의 모습에서 돌아서야 한다. 그것은 모든 기득권과 자기주장(소유욕의 정당화)을 겸손히 내려놓는 일이다. 그리고 한국교회공동체의 화평과 결속을 위하여 오직 통회자복의 심정으로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의 은혜를 다시 의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만, 생(生)즉사(死), 사(死)즉생(生)의 파라독스적인 구원신앙의 은혜를 체험하게 될 것이며, 한국교회의 공동체성회복이 거기서 새롭게 돋아날 것이다. 새해는 한국교회, 특히 지도자 된 우리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교회가 무엇이며, 어떤 곳인지를 다시 삶으로 우리 사회에 보여주며, 우리 사회와 모든 국민들에게 인생의 참된 희망은 오직 거룩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뿐임을 입으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해 보이는 영광스런 '한국교회의 공동체회복의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일웅(전 총신대총장, 현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