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적 기업 ‘드림트리빌리지’의 이성교 대표(2)
‘씨’에서 새가 깃드는 ‘나무’가 되기까지
“어떻게 나를 견뎠어요? 어떻게 나를 참아줬어요?”
한 사람이 세워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 한 사람이 세워질 때 수많은 것이 변화된다. 예비 사회적기업 ‘드림트리빌리지’ 이성교 대표에게도 하나님과 함께 그를 지지해줬던 좋은 어른들이 곁에 있었다고 한다. 이젠 그 역시 직접 본보기가 되어주는 삶의 자리에 있다.
“한 명의 인생이 바뀌면, 한 사람의 리더가 잘 세워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변화돼요. 하나의 열매를 맺으려면 자기 희생과 부인, 헌신, 그리스도와 연합되는 고통이 있는데, 사랑을 해보니까 왜 참아야 했는지 알게 되는 거예요. 기준이 생기면, 못 참았던 것도 참으면서 변화돼요. 그래서 소망이 있고 감사하죠.”
그는 그렇게 “드림트리와 함께하고 있는 청년 뮤지션들에게 주님이 말씀하실 때 바로 응답하도록 준비되고 그 부르심에 순종하면 분명한 열매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삶의 모델’이 되고 싶다”고 고백하며 “심겨진 말씀의 씨앗을 순종으로 잘 살아내면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말씀을 보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웃 사랑의 실천은 명령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복음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악기연주는 누군가에게 복음을 직접 전달하긴 어렵지만 취약계층 대상자들을 만나고 교육하는 과정에서 기독교 세계관으로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을 사랑으로 섬기는데 도움을 주죠. 부족하지만 이를 통해 이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알아서 언젠가는 삶의 어려움이 생기는 시기가 오면 교회를 가지 않을까 해요.”
또한 이를 위해서 해결돼야 할 돌밭과 가시밭길이 있다고 했다.
“성경은 ‘아내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부모를 공경하라’고 했는데, 누가복음 9장 57~62절을 보면 마치 반대되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최근 이 말씀이 주님이 부르시는 결정적인 순간에 바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내가 가볍지 않다 보니 주님께 핑계를 대는 것이라 생각된 거에요. 내가 비워지고 가벼워져야 되요. ‘주님 말씀하시면 제가 따르리이다’하고 고백은 하지만 정작 주님이 부르실 때 ‘주님 저는 결혼도 해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고 이것 저것 해야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눅9:26)’ 고 이야기하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열매 맺지 못하겠죠. 이것이 저희가 해결해야 하는 돌밭이고 가시밭이 아닌가 생각해요.”
- 지상 최대의 작전, 피스메이커
“기다림의 아름다움이여 인생은 못다 핀 꽃이 아닐까. 나의 꽃을 피워줘. 나의 꿈을 피워줘. 늦게 핀 꽃의 향기가 더 아름답고 좋으니. 봄날을 기다리는 겨울처럼 내 삶의 봄날을 기다리지. 세상의 가시에 내 심장이 찔려도 난 괜찮아. 내겐 꿈이 있어.”- 봄날밴드 ‘꽃피다’ 가사 中
‘드림트리빌리지’와 노숙인 출신 밴드인 ‘봄날밴드’의 인연은 지난 2013년 시작됐다. 원기군의 아버지였던 홍성원 목사가 봄날밴드를 위해 이지성 목사(당시 힐러기타 이사)를 통해 악기를 후원하고 또 이지성 목사는 음악교육이 필요했던 이들에게 ‘드림트리빌리지’를 소개했던 것.
70회 이상의 공연으로 꿈과 희망을 노래한‘ 봄날밴드는 지난 12월에도 ‘드림트리빌리지’, ‘빅이슈’, ‘수림문화재단’, ‘브라보컴’과 함께 ‘서서히 당신을 닮아갑니다’라는 주제로 5주년 감사콘서트를 열었다. 이 공연에서 모금된 비용은 전액 국내 유일 소아조로증 환자인 홍원기 군에게 후원금으로 전달됐다.
이에 이성교 대표는 “나눔이 돌고 돌아 큰 나눔이 된다. 섬김과 나눔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며 “어떤 상황이든 위로하는 자가 되겠다고 결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봄날밴드 형님들이 ‘꿈’을 주제로 곡을 썼는데, 그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가사였어요. 어떤 스토리인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를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다’고 하셨다가 나중에 IMF시절 택배 일을 하던 때 교통사고로 먼저 하늘로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곡이라고 얘기해주셨어요. 어느 날은 고등학생 정도 됐을 입양된 딸이 있다는 사연을 전해주셨어요.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과거를 알고 이해하면서 이전에 제가 가진 노숙자들에 대한 안 좋은 편견이 깨졌어요. 착하고 마음이 유리와 같이 약하기 때문에 홈리스가 되었다는 것을, 어쩌면 이들은 우리의 아빠일 수 있고, 친구, 자녀, 더 나아가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는 나 일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이 한 미션스쿨에서 간증할 기회가 있었는데, 부족한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로하겠다는 용기로 나갔죠. 내가 부족한 사람이지만 당신을 위로하겠다는 결심을 세운 거예요. 아이들은 항상 ‘나 힘들어요’, ‘날 위로해주세요’ 이렇게 말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위로하는 위치에 서야 해요. 가는 곳마다 피스메이커가 되는 거죠. 그러면 바뀌는 거예요.”
그러면서 팀이 흩어지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이유, 또 확장되고 번성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부터 완벽하고 괜찮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게 쉽지 않은 것처럼, 팀도 그런 것 같아요. 잘 나가고 준비된 좋은 사람을 뽑으려 했다면 아무도 함께 하지 않았겠죠. 섬기는 게 무엇인지, 그들을 섬기며 보여주고, 교육하고 같이 성장하기를 바랐고 그렇게 밑바닥부터 함께 성장한 사람은 떠날 기회가 생겨도 잘 안 떠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라도 사람이 없으면 할 수 없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인 것 같아요. 각각의 역할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서 자신을 발전시켜나가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 세대를 뛰어넘는 ‘꿈’
테크닉을 가진 청년뮤지션과 그들만의 감정과 경험을 가진 홈리스 밴드의 합동공연, 봄날밴드가 교사로 함께한 필리핀 몬탈반의 쓰레기마을 청소년 음악캠프, 청년뮤지션과 청소년들과의 공연 등…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나눔사업들이 서로 다른 세대와 계층간의 만남을 이루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완하며 성장하는 시간들을 지난해 마련했다.
이렇게 ‘융합’을 목표로 협업하는 과정을 가진 지난해에 이어 ‘드림트리빌리지’는 올 한해 취약계층들의 의미 있는 공연을 지원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기획사로서 활동하고자 한다. 또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재정이 여유롭지 못해 직원을 고용하기 어려워서, 제가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돈 버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만, 사업이 바빠지면 돕는 일을 줄여야 하니, 지금은 사람을 세우고 만나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죠. ‘드림트리빌리지’가 누군가를 돕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바라고, 문화예술 관련 사회적기업의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2018년 한 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올 한해 주님이 이끄시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죠. 누군가를 돕는 일에 전문성을 갖고 열심히 하다 보면 저희를 돕는 기업과 사람들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웃사랑 실천을 위한 삶을 꾸준히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려갈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날들을 회상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제가 정한 하나의 모토가 있는데 ‘내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하지 말자’ 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꿈꾸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돌아보면 5년간 계획하고 꿈꾼 것이 거의 다 이뤄졌지만 그때는 이렇게 될줄 몰랐어요.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계속해서 기도했던 제목이 있는데 ‘나누면 망한다’라고 하는 ‘꼰대’ 선배는 되지 않는 거에요.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때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하나님이 주신 꿈은 나의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진다’ 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드림트리빌리지가 내가 없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다음 세대를 넘어 지속되는 하나님의 일이고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