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에 의한 요단강 동편지역 분배가 먼저 언급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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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칼럼] 여호수아서 연구(31)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여호수아서는 요단강 서편지역을 각 지파별로 분배하기 전에 모세에 의하여 이미 시행된 요단강 동편지역 분배를 회고형식으로 다루고 있다(수 13:8-33). 그 내용은 전체에 관한 개략적인 소개(8-13절)에 이어 각 지파가 분배받은 영역에 관한 자세한 설명(15-31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두 부분은 모두가 땅을 분배받지 못한 레위인에 관한 언급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르우벤과 갓과 므낫세 반 지파가 분배받은 요단동편은 아모리 왕 시혼과 바산 왕 옥의 통치 영역으로서 남쪽의 아르논 강에서부터 북쪽의 바산(오늘날의 골란고원)에 이르는 지역이다.

여호수아가 자신이 점령한 요단강 서쪽지역을 분배하기 전에 모세에 의하여 시행되었던 이전의 땅 분배를 다시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몇 가지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1) 무엇보다도 요단강 동편지역의 경계를 확정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여호수아에 의한 땅 분배는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이 차지한 땅의 경계를 확정짓는 일이기 하였다. 민수기 32장과 신명기 2:26-3:17에서 개략적으로 요단강 동편지역의 경계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구체적인 것이 되지 못했다. 이제 요단 서쪽지역의 땅 경계를 확정짓는 단계에서 이전에 분배된 땅의 경계도 분명하게 규정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2) 그와 함께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유대감을 강조할 필요도 있었다. 요단강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이 동쪽과 서쪽으로 양분되는 것은 지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날도 그러하듯이 당시에도 강과 같은 지리적 요소는 지역을 통합시키기 보다는 나누어지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은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나누어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요단 동편지역과 서편지역이 나누어지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거듭하여 강조하였다(수 1:12-18; 12:1-6; 22장).

(3)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모세의 후계자로서 여호수아가 지니고 있는 권위와 지도력에 대한 강조이다. 여호수아는 모세처럼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부름을 받은 것이 아니라 모세에 의하여 선택된 후계자였다. 물론 그런 모세의 선택 뒤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뒤를 이은 영적 지도자라는 점에서 모세의 그늘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모세에 의하여 시행된 요단강 동편지역의 땅 분배가 여호수아에 의하여 시행된 땅 분배보다 앞서 나오게 된 이유이다. 곧 여호수아는 자신이 모세의 지도력을 이어 받아 요단강 서편지역을 점령하였고 그 땅을 분배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4) 마지막으로, 땅을 분배받지 못한 레위인 문제에 관한 분명한 지침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모세에 의하여 이루어진 땅 분배를 보여주는 두 부분 모두가 레위인 문제를 다루는 것에서 그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수 13:14, 33). 이 두 구절은 땅 대신에 레위인이 차지할 기업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 곧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이 그들의 기업이 될 것이고 또한 하나님 자신이 그들의 기업이 되신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과 하나님 자신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좋은 예이다. 여호수아도 모세처럼 땅을 분배받기 못하는 레위인 문제를 거듭 언급하였다(수 14:1-4; 18:7). 그러나 21장에 나오는 레위인들의 도시 명단은 토지분배가 아니라 거주지 분배에 관한 것이다.

레위인에 관한 문제는 여호수아서뿐만 아니라 민수기(18:20-24)와 신명기(18:1-5)에서도 강조되는 점이다. 하나님께서 아론에게 직접 말씀하신 내용을 담고 있는 민수기에서는 이스라엘이 바치는 십일조가 곧 레위인들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모세의 말을 기록하고 있는 신명기에서는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 중 가장 좋은 부분이 레위인의 몫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비록 레위인들이 땅은 분배받지 못했지만, 그들에게는 하나님께 바치는 십일조나 제물을 차지할 권리가 있었다. 이는 성막 관리를 책임 맡은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대변해 주기도 한다.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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