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인 삼손처럼 끌려다니는’ 한국교회, 미래 위한 전략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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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회여, 쫄지 말고 할 말은 하면서 당당히 가자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

한국교회는 현재 한국 사회의 주류 종교이다. 그러나 당당함과 의연함을 잃고 너무 자학적이다. 그리고 세상이 이끄는대로 끌려가는 모습이다. 마치 머리 깎인 삼손처럼 말이다.

물론 일부의 일탈이 부끄럽고 죄송하다. 그렇다고 우리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침은 뱉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교회를 난도질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우리가 섬기는 주님의 몸이자 거룩한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한국교회는 늘 프레임 싸움에서 늘 지고 있다. 특정 세력이 쳐 놓은 프레임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며 일회성 이벤트에 몰려다니다 시간과 기회, 그리고 에너지를 다 낭비하고 만다.

변변한 연구소도 하나 없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서로 분열하다 오합지졸이 되고 만다.

최근 10년이 그랬다. 한국교회는 '연합'을 말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대표회장 뽑기' 놀이에만 열중하며 분열해 왔다. "연합기관 때문에 연합이 안 된다"는 어느 교단 전 총회장님의 말씀이 새삼스럽다.

그런데 이유가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종교지원 예산을 보면, 불교가 75%(700억원) 정도가 되고 천주교 10%(100억원)인 반면, 기독교는 4%(4-5억원) 미만 정도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 5억원 미만이다. 연합기관들이 이 돈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이다. 여러 행사를 빌미로 2-3천만원 정도, 밥값이나 용돈을 집어주는 모양이다.

이렇게 정부가 지원하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밥 먹고 하수인 노릇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사회에서, 정부의 종교예산 관련 국고지원은 편성부터 집행까지 그 과정에 있어 공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기독교계에서는 먼저 이런 국민들의 혈세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입금과 집행 내역을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종교계는 종단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고, 정부 또한 종교간 형평성에 맞도록 지원하는 보편적 기준을 세워,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지원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종교 관련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과정을 공개하고, 재정집행에 대한 감사기능을 강화해 '관례'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혈세를 주먹구구식으로 낭비하거나 생계형 기관을 부양시키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종교 간 평화적 공존을 유지해 왔으며, 격한 이념적 갈등 속에서도 종교의 자유를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법 체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의 '학내 종교 차별 실태 조사' 연구용역은 너무 했다. 미션스쿨의 종교교육 문제를 공격해 온 종자연에 용역을 맡겨 지원한 것은, 종교 갈등을 유발하고 기독교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종교편향이다.

일제 시대에도 하지 않은 일을 민주주의 시대에 하면서 기독교 사학의 존립을 위협하고 종교활동을 막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종교 사학에서 사학 고유의 설립 목적에 따라 각자의 역량대로 자신들의 교리를 전파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증대시켜 국민들에게 질 높은 삶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종교 사학의 본질적 문제이다.

그런데도 국가기관이 상식에 반하여 기독교의 정책 및 선교 등에 대해 구체적인 비판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불교 단체인 종자연과 함께 특정 종교를 탄압하는 종교차별 전략을 전개한 것이다. 나아가 동성애 조장에 앞장서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런 인권위의 편향성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 교회도 책임이 있다. 종교 사학의 설립 이념 등 종교의 자유가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얼마나 장기 전략을 가지고 대처해 왔는가?

또한 형평성 잃은 종교인 과세의 주된 타깃은 '개신교' 아닐까 싶다. 교회는 면세하고 성직자는 자발적으로 납세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의도가 성직자를 근로자로 만들고 노조를 설립하라는 것은 아닌지, 이런 발상 자체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의도와 목적에 대해 심히 우려하며 지켜보게 된다.

올해 6월은 지방선거가 있다. 이런 정치판에 줄 서기를 하면서 교회의 이름을 더 이상 더럽히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철에 교회를 이용하여 한몫보려는 정치꾼들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3·1운동은 교단이 아닌 성도들의 개인적 참여로 이뤄진 좋은 전통이다. 그러나 교회가 특정한 정권과 유착된다면, 나중에 그 정권이 어려워질 때 기독교도 같이 어려워진다. 때문에 교회나 교단, 연합기관은 정치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고, 크리스천 개인이 시민단체 등 사적 영역으로 선거에 참여토록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역감정에 동조하거나 특정 정파에 줄서기보다, 후보자를 검증하는 전략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역별 정책 검증으로 교회의 가치관을 지키는 아름다운 전통을 발전시키고 심화시켜, 한국교회가 사회에 존경받는 민주적 지도자를 공급하는 원천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진정 100년까지는 멀다면, 한국교회는 향후 50년, 10년의 청사진이라도 가지고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를 실천할 인재가 있는가? 단회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2018년, 한국교회는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과 레퍼토리를 개발해야 한다. 더 이상 머뭇머뭇하기엔 시간이 없다. 교회여, 쫄지 말고 당당히 가자. 잔머리 굴리지 말고 떳떳하게 정도를 걷자.

그리고 할 말은 좀 하고 살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자. 선지자나 예언자가 아니더라도.... 더 이상 각자도생도 어렵다. 있는 힘을 다해 교회와 목회자가 연대하자. 이제는 건강한 교회, 네트워크 교회로 가야할 때다.

이효상 원장(한국교회건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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