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낚는 어부”라고 하신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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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의 기호와 해석] 사람들의 어부들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이 말씀은 아마 우리 모두에게 가장 익숙한 성경구절 중 한 말씀일 것이다.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원래 "사람을 낚는 어부"라는 말이 없다. 사람을 어떻게 낚는단 말인가. 단지 알리에이스 안트로폰(ἁλιεῖς ἀνθρώπων), "사람들의 어부들"이 되게 해 준다 하셨을 뿐이다.

"사람을 낚는 어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리라"는 이 과잉된 표현은 마치 "사람을 데려오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의미로 와전되고 말았지만, 분명히 여기서 '사람'은 속격 복수이고(ἀνθρώπων), '어부'는 대격 복수이다(ἁλιεῖς). "사람들의 어부들"이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면 사람이 어부의 소유(물)이지만, '사람들의 어부들'은 어부가 도리어 사람 소유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어부'가 '사람을 낚는 어부'로 와전된 이유는 아마도 번역자들이 권위 있는 예언들을 떠올린 탓일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갈고리로 네 아가미를 꿰고 네 강의... 모든 고기와 함께 너를 네 강들 중에서 끌어내고(겔 29:14-15)"라든지, 이를테면 "그가 낚시로 모두 낚으며 그물로 잡으며 투망으로 모으고(합 1:14-17)"라든지, 이를테면 "보라 내가 많은 어부를 불러다가 그들을 낚게 하며 그 후 많은 포수를 불러다가...(렘 16:16)"라든지, 이같은 은유는 다 "사람들의 어부들이 되게 하리라"는 대목에서 연상되었을 법한 예언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징계와 심판에 관한 혹독한 은유들로서, 그리스도께서 갈릴리 강변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며 하셨던 말씀, "사람들의 어부가 되게 하리라"는 언명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에스겔의 낚시는 물고기를 들판에 내던진다는 것이며, 하박국의 낚시는 악인이 의인들을 고기 낚듯이 낚는다는 저주이며, 예레미야의 낚시는 낚시꾼을 포수들과 함께 풀어서 (우리를) 사냥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경고로서 다 심판의 언명이다.

하지만 이렇다 해서 사람을 낚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창조신학으로부터 유대 문학 전반에 이르기까지 이 어족(魚族)에 관한 은유의 총화는 다름 아닌 거대한 물고기가 사람을 집어삼키는 이야기 곧 '요나의 표적'으로서, 이미 사람 낚는 진지한 은유로 복음서에서 제시되어 있다.

타락한 도성 니느웨를 가운데 두고 벌이는 요나의 불순종한 심정은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무시무시한 칼의 양날 중 보복의 칼날을 표지한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서 생명의 칼날을 세우는 구원자로서 회개의 프로그램은 그만 분노로 가득 찬 요나를 물고기 뱃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이는 살기등등한 선민의식에 가득 차 물고기 뱃속에 갇힌 고대 이스라엘을 반영한다. 이는 피해자 의식으로 가득 차 분노를 미덕으로 가르치는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거기에 더해 덩달아 마치 스스로를 심판주로 자처하는 우리 사회 기독교인의 자아를 반영한다. 피차에 심판 그물에 걸려들고 말 한낱 물고기들인 것을.

이와 같은 사태가 결국에는 예수를 보다 깊은 물고기 뱃속, 곧 스올에 빠뜨리고 만 셈이다.

▲Jonah and the Whale, by Alma Sheppard-Matsuo. @wafflesushi

▲Jonah and the Whale, by Alma Sheppard-Matsuo. @wafflesushi

물고기에 얽힌 이 각인은 이리하여 '익튀스(ἰχθύς)', 곧 'Ιησούς Χριστός Θεού Υιός Σωτήρ(예수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ΙΧΘΥΣ)'라는 어족의 상징이 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사람을 낚는 방도란 사람을 낚는 어떤 영업행위(fishing)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집어 삼킨 그 물고기 채 낚아야만 영혼 채 낚이는 이치이다. 각자의 물고기, 각자가 갇힌 스올.

따라서 '사람들의 어부'란 Fisherfolk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Fisherfolk란 단순한 직분으로서 어부가 아니라, 낚시(라는 문화)에 의해 지배되는 문화적 성원을 일컫는 개념이다. 그것은 마치 요나에게 묻기를 "네 생업이 무엇이며 네가 어디서 왔으며 네 나라가 어디며 어느 민족에 속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한 기이한 대답, 즉 '직업', '출신지', '국적', '인종'을 물었는데 "나는 히브리인이다"라고 답하는, 정체성에 나타난 각인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국제무대에서 "나는 황인종이다"라고 선언하는 것만큼이나 과격한 커밍아웃에 상응하는 기이한 소명인 셈이다.

"내가 너희로 '사람들의 어부들'이 되게 하겠다"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영진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ㅡ했을 때의 어부란 그런 직위를 말한다.

(cf. 막 1:14-20; 욘 3:1-5, 10)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이다. 다양한 인문학 지평 간의 융합 속에서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보수적인 성서 테제들을 유지해 혼합주의에 배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신학자로, 일반적인 융·복합이나 통섭과는 차별화된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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