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를 만나다] 너 자신을 시험하라!
그 동안 14회에 걸쳐 키에르케고어의 <자기 시험을 위하여(For Self-Examination)>에 나와 있는 글을 쉽게 풀어 설명했다. <자기 시험을 위하여>와 <스스로 판단하라>는 1851년 완성된 작품이지만, <스스로 판단하라>는 비판적인 내용으로 출판을 미루다 1876년에 유고집으로 출판됐다. 두 저서의 공통점이 있다면, 당시 '세속화된 루터교'를 비판하고 '진정한 기독교'를 변호했다는 점이다.
두 저서의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제자도 혹은 본받음이다. 1847년 이후 키에르케고어의 후기 작품은 기독교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그 정도로 그는 기독교를 변호했다. 그에 의하면, 기독교의 본질이 행위요, 본받음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본서를 읽어야 한다.
후기 작품 중에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면, 본서는 그리스도인이 실존 문제를 극복하고 어떻게 그리스도의 길을 가는지에 관계한다. 그리스도인이 제자가 되어 그 길을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성령이다. 따라서 본서의 2부는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에 중점을 둔다면, 3부는 '성령'이다.
후기 작품으로 이런 관점을 공유하는 그의 저서는 <그리스도교의 훈련>이 있다. 이 책의 3부는 그리스도인이 어떤 '길'을 가는지 집중적으로 다룬다. 키에르케고어는 글 쓰는 방식이 독특하다. 자신의 이름으로 저술한 강화집(discourse)이 있고, 가명으로 저술한 사상집이 있다.
<그리스도교 훈련>의 저자는 가명의 저자 안티 클리마쿠스다. 안티 클리마쿠스는 키에르케고어가 내세운 가장 엄밀한 그리스도인이다. 같은 가명의 또 다른 저서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 있다. 곧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사상적 배경을 알고 싶다면 <죽음에 이르는 병>과 <그리스도교의 훈련>을 읽으라.
가명의 저서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한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으나, 단점이 있다면, 행함이 없는 '사고 실험'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두 저서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데 있어 부정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을, <그리스도교 훈련>은 실족을 다룬다. 이에 반해 본서는 실족 대신 믿음을, 절망 대신 믿음의 승리를 말한다. 뿐만 아니라, 본서의 가장 큰 특징은 행함을 강조한다.
아마도 키에르케고어만큼 야고보서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행함을 강조했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제자도'를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세상에서는 '왕따'가 돼야 할 것처럼 보인다. 주님 가신 길을 걷는 그 순간, 세상은 그런 자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고, 핍박이 따라올 테니까.
따라서 후기 작품인 이 두 저서를 깊이 있게 읽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에서 버림받는 것인가? 그리스도인은 그의 행함으로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킨단 말인가? 하나님의 나라는 어떻게 이 땅에서 실현되는가? 아마 두 저서를 아무리 읽어도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에르케고어를 통해 이런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싶다면, 그의 저서 중 <사랑의 역사>를 읽으라. '사랑의 역사'란 곧 사랑의 행위를 의미한다. 제목 자체가 도발적이다. 그 당시 덴마크 사회는 루터교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루터교의 핵심은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를 강조했다. 행위와 공로를 신앙에 가장 위험한 물건처럼 취급하며 제거해 버린 그 시대에, '행위'를 세운다는 것은 일종의 그 시대의 사상에 대한 반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역사>를 읽다 보면 행위를 강조하고 있으나, <자기 시험을 위하여>와 <스스로 판단하라>에서 나오는 행함의 강조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키에르케고어는 무엇보다 '내면의 변화'를 강조하는 글을 많이 썼으나, 어쩌면 유일하게 그런 개인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 그의 저서가 <사랑의 역사>이다.
<사랑의 역사>는 이웃 사랑이 사랑의 본질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믿는 자가 세상에 살아가는 방식을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따라서 <자기 시험을 위하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자기 시험을 위하여>와 <사랑의 역사>를 함께 읽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사랑의 역사(치우, 임춘갑 역)>는 이미 번역돼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하라(샘솟는기쁨, 이창우 역)>는 작년 출간됐다. <자기 시험을 위하여>도 조만간 도서출판 샘솟는기쁨을 통해 출간될 예정이다.
'제자도'에 대하여 더 깊이 있게 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여기에 <그리스도교 훈련>과 <다양한 정신의 건덕적 강화>에 실려 있는 '고난의 복음'을 추천하는 바이다. <그리스도교의 훈련(다산글방, 임춘갑 역)>은 이미 국내 출간된 상태이며, '고난의 복음'은 조만간 크리스천투데이를 통해 연재할 예정이다. 그 후, 뜻이 있는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키에르케고어를 소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신 크리스천투데이 이대웅 기자님께 감사드리고,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샘솟는기쁨' 출판사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