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부활절을 기다리며…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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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교회 대교구의 지난해 부활절 행사. ⓒ한국정교회 홈페이지 캡처

▲한국정교회 대교구의 지난해 부활절 행사. ⓒ한국정교회 홈페이지 캡처

어쩌면 연중 행사로 전락해 버린 오늘날의 부활절의 모습을 보면서, 부활절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지 않으면 신앙과 신학의 퇴조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활절을 기다리면서 부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 모습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은 좀 더 확장된 의미로 해석하여 진행된다. 그레고리력(歷)으로 4월 8일인 부활절은 매우 성대하고 화려하게 지낸다. 모든 대형 수퍼마켓에서는 부활절을 축하하는 빵과 음식들을 판매한다. 부활절 전야제를 시작으로 온 러시아 교회가 축제의 분위기다.

종려주일이면 모든 교회들이 교회 마당에서 예수의 설교를 하기도 하고, 예수님의 행적을 재현한다. 또한 부활절 축복된 생수를 받기 위하여 긴 줄을 서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리는 행렬을 거리 곳곳마다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 교통경찰이 주차질서를 유도하고 어느 곳에는 차량 통제까지 이루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향하게 된다.

부활절 전야제의 교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수많은 축제의 예배와 더불어 자정 미사가 진행된다. 화려하고 의식적이고 그러면서도 실제적인 모습이다. 모든 정치인들과 권세 있는 자들로부터 시작하여 서민에 이르기까지, 부활을 기념하고 TV로 생중계가 된다. 모든 백성들이 주 앞에 굴복하는 현장이다.

밤새도록 예배하고 할렐루야를 외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부활절이 교회만의 행사를 떠나 개인의 삶의 현장과 사회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에는 매우 힘이 약화되어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매우 의식적이고 형식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점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모습은 훨씬 부활절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신교회의 부활주일이 부활절 예배와 찬양대 발표 위주로 나가는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것을 보게 된다. 성탄절과 더불어 일종의 연중 행사처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 목사들이 성경에 대한 이해와 신학적인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대변한다고 본다.

처음에 선교 현장에 들어와 러시아 정교회의 색다른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고 다른 모습에 정죄하는 태도를 가졌지만, 어떤 면에서는 매우 경건하고 신앙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음을 보게 된다.

개신교 목사나 선교사들은 나와 방법과 모습이 다르다고 여겨지는 현장의 전통 교회나 신학에 대해 매우 무관심하고 무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화적 편견이 너무나 심한 것이다.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 신학이 다르다고 말하면서 이단 삼단을 이야기하는 편협한 보수 아니 수구주의자들도 있을 것이다.

백성들의 삶과 문화 속에 나타난 부활절의 모습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이 참으로 인상적인 것은,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모든 백성들이 교회로 모여든다. 연중 행사처럼 다녀가는 사람들을 포함해, 어찌 됐든 부활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을 기점으로, 모든 사람들은 가족들의 묘지를 찾는다. 부활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묘지를 찾아서 정성을 다해 정리하고 묘지 주변을 다듬으며, 꽃을 새롭게 꽂아 놓는다. 그래서 공동묘지 주변에는 온통 사람들로 붐비고, 차량들로 인해 기나긴 정체를 보게 된다.

러시아의 부활절에는 전통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하게 된다. 그들은 "흐리스토스 바스크레스"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상대방은 "바 이스찐누 바스크레스"라고 화답한다. 이 뜻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라는 인사와, "진실로 부활하셨습니다" 라는 화답이다. 길거리에서 순찰하는 교통이 검문할 때도 필자가 "흐리스토스 바스크레스"라고 인사하면, 한 번 쳐다보고서 바로 가라고 한다.

개신교회에서도 성도들이 서로 서로 인사한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배 중에는 "흐리스토스 바스크레스"를 세 번 연달아 반복한다. 사회자이건 설교자이건 그리스도의 부활을 외친다. 이것은 합당한 것이고 바른 것이다. 할렐루야를 크게 외치고 전파해야 한다고 본다. 부활이 없었다면 구원도, 소망도, 하나님의 나라의 회복도, 다스림도 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아래 내용은 톰 라이트가 그의 책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에서 부활절에 대한 인식을 매우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확신 있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생각에 나의 의견을 덧붙여 살펴보면....

그는 개신교의 부활절은 너무나 밋밋하다고 설파한다. 나도 동감한다. 어쩌면 찬양대의 축제일이고, 성도들이 부활절 헌금을 드리는 날이며, 아이들에게 부활절 계란을 선물로 받는 날 정도라고 하면 너무 외향적인 모습만 보는 것일까. 부활절 헌금이 교회의 재정을 충당하는 것이 돼서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순절을 좀 우울하게 보내고, 고난 주간에는 좀더 고조되어, 세족목요일과 금요일 수난기도회를 보내고 나면 부활주일을 축제일로 보내게 되지만, 성도들은 예배의 구경꾼으로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이것은 목사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활절은 외형적으로 모든 성도들이 힘차게 할렐루야를 외친다. 세상과 삶 속에서도 그렇게 외쳐야 한다. 파티를 벌여야 한다. 그렇다. 교회 안에서만 부활을 이야기하고 서로 서로 축하하며 자기들의 천국을 만들기에, 세상은 부활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세상이 복음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부활절의 표출은 미술, 문학, 게임, 시, 음악, 춤에서 모두 이뤄져야 한다. 부활절은 가장 위대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신약성경,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첫 두 장에서 성탄절을 빼면 나머지는 그대로 남는다. 그러나 신약에서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빼버리면 신약성경이 없어지고, 기독교가 없어지고, 바울의 말대로 우리는 죄 가운데 있고, 우리의 신앙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이러한 톰 라이트의 관점은 매우 핵심적이고 정확한 것이고, 부활에 대한 바른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부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검색으로 일관된 시대에 사색이 부족해서 생겨난 교회 현상이라고 할까, 아니면 그냥 막연하게 흘러온 습관일까?

교회의 갱신은 무엇일까?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부활의 핵심은 온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통치를 선포한 위대한 사건이 아닌가? 여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다시금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부활절이 익숙하고 기쁘고 즐겁고 소망을 상징하는데, 세상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부활의 능력이 온 세상을 향하여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숙고하게 된다.

세르게이 선교사(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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