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들의 백합화’ 보라고 하셨는데… 아직도 ‘염려’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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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들의 백합화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복음은 당신을 꽃박람회에 데려 가려는 것이 아니다. 정원사가 가꾸고 있는 희귀한 꽃들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물론 거기에는 감탄할 만한 꽃들이 가득하다. 거기에는 꽃들의 아름다운 향연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당신의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혼란스러운 곳일 뿐이다. 염려하는 자여, 아무리 그곳에 가서 당신이 감탄한다 한들 당신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시간을 내어 꽃 박람회에 가는 적은 있어도 큰 도시에 살면서 옆에 피어 있는 들꽃을 볼 시간은 없다. 어쩌면 이것은 현대인들의 비극이다.

차를 타고 가 버리면 그뿐이다. 길가 옆에 피어있는 들꽃? 아마 본 적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의 속도가 문제다. 속도로 인해 들꽃의 생각은 당신에게 1초도 머물기 어렵다. 그렇게 스쳐지나가며 본 들꽃은 보았지만 본 것이 아니다.

나의 명령대로 들에 핀 백합화를 보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가. 심지어 시골에 사는 사람도 그냥 지나쳐버리고 만다. 그러니 당신은 바쁜 일은 멈추고 들의 백합화가 있은 곳으로 가보라. 그리고 내가 말한 대로, 백합화를 생각해 보라!

그리스도인들은 많은 설교를 듣는다. 특별히 설교자가 결단과 헌신을 요구할 때 말한다.

"말씀이 말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진지하게 결단을 요청하는 자리,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자리, 얼마나 진지한가! 당신이 그 말씀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 그 말씀이 얼마나 당신을 변화시켰는지 떠올려 보라. 그만큼 이 시간은 진지하다. 그만큼 진지하게 들의 백합화를 생각해 보라!

들의 백합화다! 정원사가 가꾼 정원은 혼란스럽다. 그리하여 당신은 백합화가 있는 들로 간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저 한적한 곳으로 들어간다. 그래, 차에서 내린 것은 잘한 일이다. 속도가 문제였다. 차는 너무 빠르다. 당신의 삶이 너무 분주하다.

천천히 걸어 보라. 지금 걷고 있는 당신 앞에 백합화가 있다. 쉿! 아무도 집중하지 않던 백합화, 지독히도 홀로 오랜 시간을 버틴 백합화 아닌가? 지금 그 백합화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당신이 백합화를 외면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염려하는 자여, 들의 백합화를 생각해 보라! 아무도, 아무도 들의 백합화를 가꾼 적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누구도 그곳에 피어있는 그녀를 염려하지 않는다. 인간의 눈길이 닿지 않는 저 구석진 곳, 아마 이 백합화를 발견한 자가 있다면, 유일하게 당신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홀로 오래 있었을까? 염려하는 자여, 이 백합화가 그대와 같지 않는가? 누가 더 버림받는 자 같은가? 백합화인가, 당신인가?

그때 이 요구, 들의 백합화를 보라는 이 요구가 관심을 끌만 하지 않은가? 아, 슬프다. 당신도 여기에 버려진 백합화와 같다니! 여기에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다니! 이 백합화를 올바르게 생각함으로써,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당신은 버려지고,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고, 인간적인 배려조차 없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당신, 그러나 버림받음이 아니라는 것, 이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 복음은 당신을 초대하는 것이다.

조금만 더 집중해서 보라! 당신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백합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염려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아무리 백합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도 당신의 마음은 아직도 염려를 보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들의 백합화를 보라!

"이상하다. 아무도 기르지 않는 백합화, 홀로 버려진 것처럼 있는 백합화는 어찌도 저리 아름다운가!"

당신은 그곳에서 행복한 아이 같지 않았다. 순진한 어른 같지 않았다. 아이는 이쁜 백합화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순진한 어른은 꽃들을 비교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이쁜 꽃다발을 만든다.

그들은 자신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장 희귀한 백합화를 찾느라 바쁘다. 그러나 당신은 그들과 같지 않다. 당신은 다만 지금 눈에 보이는 백합화의 존재 자체를 보고 있다.

그때 이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보라! 엄밀히 말해서, 당신은 이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지 볼 수 없다. 아무리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다 해도,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해,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백합화는 당신의 이해를 넘어 아름답게 피어 있다.

그때 정원사가 희귀한 꽃들을 가꾸듯이 누군가 이 백합화를 가꾸고 있다는 것, 정원사가 아침과 저녁으로 꽃들에 물을 주고 있듯이 누군가 백합화에게 물을 주고 있다는 것, 정원사가 희귀한 꽃들이 자라나도록 돕고 있듯이 누군가 백합화에게 자라나도록 돕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깨닫는다.

진실로, 정원사가 키우는 희귀한 꽃들은 당신에게 오해를 촉발시키고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정원사가 키우는 희귀한 꽃들 역시 백합화를 돕던 같은 분이 키우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깨닫는다.

그러나 지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백합화, 버려진 백합화, 들의 핀 백합화는 보는 자를 자극하여 어떤 오해에 빠지게 하지 않는다. 정원에 있는 희귀한 꽃들은 정원사의 수고가 있고, 부자의 돈이 묻어 있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이 깃들어 있다. 이곳에서 희귀한 꽃들이 어떻게 자라는가를 보는 것은 더 이해하기가 쉽다. 키우고 가꾸고 투자하는 자가 있으니까.

그러나 저 들에, 정말로 아무도 백합화를 돌보지 않는 곳에, 아무도 백합화를 걱정하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그녀는 자랄 수 있는가? 어떻게 그녀는 아름다울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름답다.

하나님을 닮지도 않은 백합화도 저리도 아름답게 입히시거늘, 하물며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당신을 하나님께서 입히시지 않겠는가? 버림받은 것처럼 보이는 당신은 정말로 버림받았는가?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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