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백합화가 솔로몬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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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백합화의 아름다움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사랑하는 독자, 당신은 오늘도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는가? 그러면 나와 함께 들로 가자. 저 들의 백합화가 있는 곳으로. 나, 복음은 다시 말한다.

"들의 백합화를 보라.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보다 못하다."

정원사가 가꾼 희귀한 꽃은 너무 혼란스럽다. 희귀한 꽃은 정원사의 노력과 정성과 기술이 스며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그러나 여기 들의 백합화를 보라. 그녀는 성장촉진제도 맞은 일도 없고, 잘 자라나기 위해 가꾼 적도, 영양을 얻기 위해 거름을 공급받는 적도 없다. 혹은 그녀가 아름다워지기 위해 꾸민 적이 있는가? 아니, 꾸며질 뿐이다.

백합화의 염려는 일에 대한 것이 아니다. 아마 일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면 그것은 새일 것이다. 새는 이것저것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날아다녀야 한다.

그러나 백합화는 그럴 이유가 없다. 백합화는 집에 머문다. 백합화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을 꾸밀 뿐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꾸며질 뿐이다. 만약 그녀에게 염려가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신이 얼마나 잘 꾸며져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백합화는 그런 염려가 없다.

오, 당신이 지금 그런 백합화를 보고 있구나. 내가 말하는 동안 백합화가 있는 들로 왔구나. 얼마나 아름다운가! 내가 말한 것처럼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 입은 것보다 이 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가?

와! 저 언덕 너머에 수많은 백합화가 만들어 놓은 양탄자를 보고 있구나! 얼마나 아름다운가! 수많은 백합화가 수놓은 양탄자! 저 솔로몬의 궁전에 있는 양탄자와 비교해 보라.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가?

솔로몬의 궁전에 깔린 양탄자 역시 아름답지만, 이 꽃보다 못하다. 왜냐하면 저 양탄자는 여공들의 슬픔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저 양탄자의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수고와 노력이 들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그 일만 생각하면 슬프다.

솔로몬의 궁전에 있는 양탄자는 순전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러나 저 들의 백합하가 수놓은 양탄자를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기에는 어떤 노력도, 슬픔도 깃들지 않았다. 백합화은 입혀질 뿐이다. 누군가에 의해.

자, 이제 당신은 더 깊이 백합화를 관찰해 보라. 돋보기가 있다면, 더욱 가까이 돋보기로 백합화를 보라. 당신은 심장이 두근거린다. 가깝게 보면 볼수록, 그 독창적인 형태에 놀라고 있구나.

그러나 저 솔로몬의 궁전에 깔린 양탄자, 돋보기로 당신의 시야를 더 날카롭게 할수록, 더욱 인간의 탁월한 기술력으로 관찰하면 할수록, 저 양탄자는 실망스럽구나. 실로 가장 섬세한 부분도, 이렇게 조잡하고 거칠다니!

아, 인간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술의 발명이 이렇게 인간을 망신시키다니! 대상물을 확대하기 위해 현미경을 만들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력으로 최고의 기계를 만들어도, 이 기술이 인간의 조잡함만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니!

당신이 현미경으로 이 꽃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감탄했을까! 그러나 인간이 만든 저 인공적 아름다움은 얼마나 조잡했을까! 그러나 인간을 망신시킨 저 인간의 기술이 하나님께는 영광이 되었다. 인간이 기술이 백합화의 아름다움을 독창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어떤 예술가가 있다 치자. 그를 가까이 하면 할수록 당신은 그 예술가에게 실망할 수 있다. 매일 그를 가까이 할 때, 그가 대단한 예술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저 들의 백합화로 양탄자를 제작하고 있는 예술가를 보라. 그에게 가까이하면 할수록 놀라움은 더욱 깊어지고, 그분께 가까이 하면 할수록 그분에 대한 경외는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

백합화가 당신에게 말을 건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당신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나에 대한 놀라움으로 가득한지요? 당신이 사람인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사람인 것이 뭐가 아름다운 거야? 나를 봐. 나는 초라하다고. 난 인간 세상에서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어제는 직장도 잃었거든."

"아니에요. 당신은 나를 보고도 모르겠어요? 나는 솔로몬의 입은 영광보다 더 아름답다고요! 그러나 나는 하나님을 닮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여기 있는 당신은 사람이고, 사람은 하나님을 닮았어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셨죠. 하나님을 닮지 않는 나도 이렇게 아름답거늘, 당신은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요! 당신은 그리스도인이고, 이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렇지만 백합화는 말할 수 없다. 그녀가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거기에는 완전한 침묵이 있고 누구도 현존할 수 없기 때문에, 바로 그런 이유로, 염려하는 자, 당신이 말을 하고 있다면, 백합화와 이야기를 나눈다면, 당신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진실로, 당신은 조금씩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당신이 백합화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백합화에 대하여 말을 하고 있는 것은 백합화가 아니다. 백합화는 말을 할 수 없다.

당신에게 백합화에 대하여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어떤 "다른 사람"도 아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홀로 있으니까. 백합화들 중에 염려하는 자는 유일하게 사람, 바로 당신이며, 그때 당신은 사람인 것에 만족한다.

백합화가 백합화인 것과 정확히 같은 의미에서, 절대적으로 같은 의미에서, 사람으로서 당신의 모든 염려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사람인 것이다. 일하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 백합화와 정확히 같은 의미에서, 이 사람, 당신은 솔로몬의 영광보다도 더 아름답다.

일하지도 않고, 길쌈을 하지도 않고, 그렇게 일할 만한 가치도 없는 이 사람은 그가 사람인 것만으로도 솔로몬의 영광보다도 더욱 영광스럽다.

나, 복음은 백합화가 솔로몬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백합화는 모든 그의 영광으로 입은 솔로몬보다 더 훌륭하게 옷을 입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슬프다, 매일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서의 다양한 차이들 속에서, 서로 상대하는 모든 다른 방법들 속에서, 사람은 그 모든 것들을 비교하는 법을 염려하며 분주하게 찾는다. 한편, 그는 개인들 사이의 다양성으로 인해, 사람인 것이 무엇인지 망각한다.

그러나 백합화가 있는 들에서, 하늘은 지배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동그랗게 구부리고 있다. 또한 구름의 위대한 생각이 모든 하찮은 것들을 내쫓는 곳에서, 하늘은 자유롭게 숨을 내쉬는 것 같다. 거기에서 염려하는 자, 당신은 "유일하게" 사람이고 어떤 "다른 사람"에게도 배울 수 없는 것을 백합화에게서 배운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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