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사랑이 전부이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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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성경이 하나님에 대해, '사랑의 하나님',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시다' 같은 형용사적(adjective), 서술적(descriptive) 정의(definition)를 하지 않고,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며 '하나님'과 '사랑'을 치환(置換, substitution) 혹은 동일시(identification) 한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사랑 자체이시고 사랑이 하나님의 속성과 존재 방식이시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하나님의 사랑 개념을 훨씬 뛰어 넘습니다.

하나님이 창세 전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자녀로 택하신 것도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고(엡 1:4),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것도(창 1:27) 그들과 사랑의 교제를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천지만물을 창조해 주신 것도 독생자(골 1:16)와 택자들을 위해서였습니다(고전 3:21).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께 범죄하므로 저주 아래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버려두지 아니하시고 독생자를 화목제물로 보내사,그들을 구속하셨으며, 이 구속이 하나님 사랑의 핵심입니다(요일 4:10, 롬 5:8).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

구속을 이루기 위해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신 것은 불과(?) 2천 년 전이었고, 각 사람이 구속의 사랑을 입기 위해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은, 개인의 생애에서 찰나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하나님 사랑의 기원은 영원에 뿌리박고 있습니다. 개인의 믿음은 물론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까지도 영원한 하나님의 작정에 뿌리내려져 있고, 영원 속에 함께 연루돼 있습니다.

"하나님이 영원 전(처음)부터 너희를 택하사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게 하심이니(살후 2:13)", "하나님은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시고 사랑해 주셔서,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엡 1:4)".

이 영원에서 발원된 하나님의 구속의 사랑은 역사 속의 유한된 사건이나, 피조물들에 의해 훼방을 받지 않습니다. 이는 유한된 것들이 '영원의 영역(territory of eternity)'을 침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영원에서 발원된 하나님 사랑의 기원자는 당연히 하나님이시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에 의해 작정되고 경륜됩니다. 사도 바울의 표현을 빌리면,  "오직 부르시는 이(하나님)로 말미암아 되는(롬 9:11)" 구원 경륜입니다.

이렇게 하나님 기원적 사랑은 선악간의 인간 행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선제적 어떤 것을 용납하지 않는 '무조건성'을 특정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되 우리의 행한바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지 아니하고 오직 그의 긍휼하심을 좇아(딛 3:5)".

이렇게 하나님의 구속의 사랑이 영원하신 하나님에 기원하고 있음을 아는 지식은, 유한된 피조물에 의해 구원이 훼방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하므로, 사람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북돋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하나님 사랑' 타령은, 대부분 위에 열거한 정의들과 합치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사람들이 가진 '하나님 사랑' 개념은 대개 이런 내용입니다.  "지금은 내가 부족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하나님의 마음에 들면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그 반대로 "비록 지금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언젠가 내가 잘못하면 지금 받고 있는 이 사랑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기에 대한 하나님 사랑의 기원을, 영원한 하나님의 주권적 의지가 아닌 하나님 사랑을 받을만한 선행이 자기에게 있게 된 시점에 둡니다. 이렇게 하나님 사랑을 자신의 행위에 세울 때, 사랑의 영원성은 소멸되고, 제 하기 나름인 조건적인 것으로 전락됩니다.  

나를 사랑해 다오

하나님이 우리에게 "나를 사랑하라(마 22:37)"고 요구하신 것은, '내가 너를 그렇게 사랑했으니 너도 받은 만큼 내게 사랑을 되돌려 달라'는 반대급부적 요구가 아닙니다. 혹은 '피조물인 너는 창조주인 나를 마땅히 사랑해야 한다'는 절대자의 전횡적 요구도 아닙니다. 사랑이신 하나님의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갈망'의 표출입니다.

사랑에 대해 오해하기 쉬운 구절 중 하나가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잠 8:17)"는 말씀인데, 이는 "내가 먼저 하나님을 사랑해야 하나님도 나를 사랑한다"는 조건의 의미가 아닙니다.

이는 성경이 하나님과 인간의 사랑에서 그 시작이 하나님이라고 못 박기 때문입니다(요일 4:10). 사실 이 말씀은 서로 주고받는 사랑의 순환 원리를 말한 것입니다. 풀이하자면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나를 사랑해 주려므나. 내게도 너의 사랑이 필요하단다"는 뜻입니다. 비유컨대 엄마가 어린 자식에게 "엄마에게 과자 하나 주면, 나중에 엄마가 장난감 하나 사주지!"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는 "엄마가 아이로부터 과자 하나를 받아야만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엄마는 아이가 그에게 과자를 주든 안 주든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 줄 것입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은, 과자가 아니라 과자를 건네주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손길입니다. '사랑이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사랑을 요구하시는 것도 이런 의미입니다.

혹자는 당신 자신이 사랑이시고 스스로 자족하시는 하나님께서 무슨 피조물 인간들을 향해 사랑 타령이실까 싶지만, 사랑이신 하나님이기에 더욱 사랑에 목마르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유대인들을 향해 "다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너희 속에 없음을 알았노라(요 5:42)"고 하신 말씀에서도, 하나님이 인간의 사랑을 갈구하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이 희귀하여 주님은 사랑을 구걸(?)하십니다. "나의 누이, 나의 사랑, 나의 비둘기, 나의 완전한 자야 문 열어다고 내 머리에는 이슬이, 내 머리털에는 밤이슬이 가득하였다(아 5:2)" 고 읍소하시는 예수님은, 세상에 마음을 뺏긴 채 예수님을 문밖에 세워놓은 교회(성도)들을 향한 예수님의 세레나데입니다.

독점적인 전부의 사랑을 다오

"마음, 성품,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신 30:6-8)"는 성경 말씀은 일견 현실성 없는 무리한 요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나님이 사랑을 명분으로 우리를 그에게 종속시키려는, 사랑을 가장한 매정한 율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랑이신 하나님이 '오직 나만 사랑해 달라'는 독점적 사랑(exclusive love)의 요청이고, 남겨지거나 유예된 것 없는 전부의 사랑(whole love)을 받고 싶다는 요청입니다.

또한 이는 사랑의 속성을 말한 것이기도 합니다. 참사랑이란 결코 부분적이거나 나눠질 수 없는 독점적 속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남편을 사랑한다면 "사랑은 나누는 것이니 다른 여성도 사랑하고 나도 사랑하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남편이 다른 여성을 사랑하면 마땅히 질투를 느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우상을 용납지 않으시고(요일 5:21) 우리에 대해 질투하시는 것도(신 4:24, 아 8:6, 약 4:5), 우리에 대한 사랑의 독점욕 때문이었습니다.

독점적 사랑은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요구 이전에, 먼저 우리에 대한 그의 사랑이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실 때 그렇게 독점적이고 완전한 전부의 사랑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목숨을 내어 주실 만큼 우리에게 '전부의 사랑(whole love)'을 하셨고, 열방 가운데서 오직 우리만 알 정도로(암 3:2) '독점적 사랑(exclusive love)'을 하셨습니다.

한 순간도 우리를 망각하지 않고(사 49:15), 우리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기 위해 우리를 당신의 손바닥에 새겼습니다(사 49:16). 마지막에는 아예 우리와 떨어지지 않으시려고 우리 안에 성령으로 거하십니다(고전 3:16).

이렇게 우리를 향해 독점적이고 완전한 사랑을 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도 그런 사랑을 요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자신이 우리에게 전부의 사랑, 독점적인 사랑을 주셨기에, 우리에게도 그런 사랑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옛날 우상에게 마음을 뺏겨 하나님께 무관심한 이스라엘을 향해 종일 손을 내밀며 사랑을 구걸하셨던 그 하나님은(롬 10:21), 오늘도 간음하는 여자처럼 세상을 사랑하는 성도들을(약 4:4) 향해 나만을 사랑해 달라고 구걸(?)하고 계십니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byterian@hanmail.net)
저·역서: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쉽게 풀어쓴 이신칭의(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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