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남북정상회담과 요나의 분노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남북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남북 정상이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4월 27일, 세상의 눈이 판문점으로 향했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만났다. 그리고 서로 손을 맞잡고 평화를 희망했다. 한때 전운이 감돌았던 한반도에서 이젠 많은 이들이 봄을 고대하고 있다.

한편 경계의 시선도 없지 않다. 어쩌 한나절에 드러난 말과 웃음, 행동만으로 평화가 오겠느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저들인데! 그러니 들뜨지 말고 좀 더 냉정하자는 게 이들의 충고다.

일리가 있다. 한반도는 70년이 넘도록 갈라져 있었다. 그 상처가 아무는 데도 그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친구 사이의 관계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남과 북이랴. 따라서 신중하고 차분해지자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구약성경 '요나서'가 떠올랐다. 4장에 걸쳐 나오는 요나의 이야기는 기독교인들에겐 꽤나 유명하다. 우스꽝스럽고 때로 진지하며, 한편 어그러진 요나의 모습에서 자아를 발견한 때문일까? "요나를 거꾸로 읽으면 '나요'가 된다"니, 언중유골(言中有骨)이 따로 없다.

아무튼 요나서를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하나님은 선지자 요나에게 큰 성읍 니느웨로 가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라 하신다. 그들이 하나님 앞에 악독한 까닭이다. 하지만 요나는 어리석게도 사명을 거스른다. 배를 타고 줄행랑을 치지만, 하나님 손바닥 안이다. 다시 그 사랑에 붙들린 요나, 결국 니느웨로 향한다. 그리고 거침없이 선포한다.

"사십 일이 지나면 니느웨가 무너지리라!"(요나 3:4)

그런데 웬걸. 니느웨 사람들이 그 말을 듣자 하나님 앞에 엎드린다. 심지어 니느웨 왕까지 굵은 베를 입고 재에 앉는다. 그러고는 식음을 전폐한 뒤 하나님께 용서를 구한다. 과연 이들이 하나님 앞에서 악행을 저지르던 자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회개했고, 그들의 바람대로 하나님은 진노를 거두셨다.

요나에겐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체면이 구겨진 탓일까? 감히 하나님 앞에서 싫은 티를 숨기지 않는다. 이런 저런 말로 투덜거리는 요나. 급기야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겠다"(요나 4:3)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다. 마치 철없는 아이의 투정을 보는 듯하다.

그러자 하나님이 그에게 되묻는다. "너의 성냄이 어찌 합당하냐?"(요나 4:4)

북한 세습 독재자들과 그들의 정권으로 인해 그곳 주민들, 우리의 동포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고 또 겪고 있는지는 굳이 더 근거를 대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북한 정권을 비판했고 그들에게 임할 하나님의 진노를 경고했다. 불의에 대한 정당한 울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분노가 잘못하면 요나의 그것일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니느웨 왕처럼 회개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 여부와 관계 없이 "북한 정권을 향한 심판"을 외치면서도 언제나 먼저는 하나님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려 애쓰자는 것이다. 혹 자기 감정에만 치우쳐 스스로 심판자가 되려는 건 아닌지.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이만 여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요나 4:11)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제 그만 서로를 향하는 총부리를 내려놓았으면 한다. 북한의 주민들도 우리처럼 마음껏 하나님을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김정은의 말을 섣불리 믿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국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것은 그 모든 것에 앞서는 하나님의 섭리 아닐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감리교 감독회장 이취임식

[기감 최종] 김정석 신임 감독회장 “복음으로 미래 열 것”

김정석 목사(광림교회)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신임 감독회장에 취임했다. 김 신임 감독회장은 취임사에서 “오직 복음의 능력으로 도전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교 제36회 총회 감독회장 및 감독 이‧취임식이 31일 오후 2시…

이성경

배우 이성경 “코로나 때 텅 빈 예배당서 찬양했는데…”

첫날 문화공연을 위해 배우 이성경 자매가 나와 ‘내 길 더 잘 아시니’를 불렀다. 이후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경 자매”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처음 이 자리에서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렸을 때가 떠오른다”며 “코로나 때였다. 이 큰 예배당이 비어…

프랜차이즈 가마치통닭의 (주)티지와이 회장 김재곤 장로

가마치통닭 김재곤 대표 “‘원망’ 대신 ‘감사’ 택했더니… 선물받은 ‘기적의 삶’”

중학생 때 부모 잃고 소년가장 전락 힘겹게 꿈 키우다 누명 써 구치소행 우연히 읽은 성경 속 ‘용서’ 구절에 용서 실천 후 평안 얻고 신앙 시작 그 어떤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가마치통닭은 바로 이곳에 2016년 불쑥 뛰어들어…

보편적 인권과 차별금지법 포럼

정치인들 “교회가 차별금지법 문제점 적극 알려야”

11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보편적 인권과 차별금지법’ 전문가포럼에서는 국회의원들과 목회자들의 인사와 축사, 격려사, 그리고 성명서 발표도 이어졌다. 이날 ‘국민 대다수 보편적 인권을 무시하고, 소수인권을 앞세우며 기독…

‘보편적 인권과 차별금지법 : 일부 야당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문제점’ 포럼

“고민정·김성회·천하람 의원, 기독교 혐오한 것”

일부 야당 의원들이 앞장서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소수 인권을 앞세워 기독교를 능멸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편적 인권과 차별금지법’ 전문가포럼이 11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

“중국 정부, 양심 있다면 탈북민들 증언 외면 못할 것”

‘중국 정부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이 10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개최됐다.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범국민연합’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선영재 사무국장 사회로 김정애 공동대표(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전마…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