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11일 소아 감기에 대한 항생제 사용지침을 내놨다. 지침의 주요 대상은 소아 급성 상기도감염(감기)이다. 이는 소아 외래 항생제 처방의 75%를 차지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급성 상기도감염은 대부분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세균이 원인균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항생제를 처방하자는 방침이다. 감기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줄여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감기에 있어 항생제는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감기약에 항생제가 없으면 제대로 치료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은화 서울대병원 감염관리센터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항생제에 대해 정확하게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부모님들 중에는 아이가 아프면 바로 ‘항생제를 쓰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하고 묻는 분들이 많다. 또 ‘이전에는 아이가 굉장히 아팠는데 그때 항생제를 쓰니까 나아졌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며 감기 처방에 항생제를 무조건 필요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감기에 항생제를 안 써도 될까?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감기도 항생제를 꼭 써야하는 경우가 있고,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후자에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며 “상기도감염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이가 열이 나고 기침, 콧물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이게 단순한 감기인지,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급성부비동염, 폐렴, 축농증, 중이염 등인지는 의사의 진찰을 받기 전까진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따라서 의사의 진찰을 받고 나서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그 증상이 열흘정도 간다. 이 기간동안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아프니까 ‘뭐라도 더 해주면 빨리 나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항생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감기인 경우에는 항생제 없이도 저절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 게 최은화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병원에서 이러한 설명이 이뤄져야 하는데, 보통 이러한 자세한 상담은 진료로 생각하지 않고, 의사가 진찰과 처방약을 내주는 게 진료의 전부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약만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며 올바른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열이나 기침 등과 같은 호흡기 감염 증상이 굉장히 흔하게 발생한다. 그중에 대부분은 저절로 호전되는 바이러스 감염이며, 일부만이 항생제를 필요로 하는 세균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감기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처음부터 고열에다 매우 안 좋은 상태로 시작하는 경우, 보통 감기의 자연경과보다 증상이 훨씬 오래 지속되는 경우, 열이 떨어지고 상태가 좋아지다가 다시 열이 나고 상태가 나빠지고 힘들어하는 경우 등은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최 교수는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