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어버이날에 생각해 본 예수님
매년 5월 8일 어버이날, 부모를 향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가슴에 고이 달아드린 카네이션. 작은 꽃 한 송이에 주름진 이미가 환하게 펴진다. 무슨 생각에 잠기신 건지, 카네이션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는 부모님.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늬시던 그 때를 떠올리신 걸까.
부모의 은혜는 한이 없다. 주고 주고 또 주어도 언제나 모자란 것 같아 날 볼 때마다 "미안하다"시는 부모님. 나도 내 작은 아이에게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지…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갈 수 없어 대신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라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 있다면 과연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아닐런지. 나이 들어 나 역시 부모가 되어 보니,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주님께도 어머니가 계셨다. 마리아. 하지만 주님은 "누가 내 모친이며...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마 12:49~50)고 하셨다. 한 동안 이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토록 매정한 주님이시라니.
어느날 요한복음 19장을 읽다가 깨달았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예수께서 그 모친과 사랑하시는 제자가 곁에 섰는 것을 보시고 그 모친께 말씀하시되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하시고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신대 그 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요 19:26~27)
그랬다. 주님은 어머니를 가슴 깊이 사랑하셨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직전, 이 땅에 남겨질 어머니를 생각하신 주님. 하나님의 아들로서 더 큰 사랑의 원을 그리기 위해, 비록 어머니의 아들로는 살 수 없었으나 그 분은 어머니를 죽는 순간까지도 잊지 않으셨다.
매년 어버이날에 달아드린 카네이션의 수만큼이나 나는 얼마나 두 분을 위해 기도했던가. 문득 내 어머니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 기도하자. 올해는 두 분의 가슴에 기도의 카네이션을 달아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