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곳에 과연 인권이 있는가?
최근 한 방송사는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의 탈북이 본인들의 자유의사가 아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에 의한 '기획 탈북'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이다. 방송을 보며 내내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앞섰다.
총선을 앞둔 2016년 4월의 봄이 그랬듯, 현재 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5월의 봄도 그녀들에게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권의, 인권에 의한 인권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과 산물에 의한 그저 입맛에 맞게 포장되는 인권이다.
의혹을 규명하고 진실을 밝힌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방송사의 말처럼, 프로그램의 취지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것...'이라면, 북한인권이라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 이 방송을 보며 들었던 북한인권의 참상 몇 가지만 함께 나눈다.
첫째, 남한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총살한다는 사실이다. 종업원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선택의 순간 지배인이 "한국 드라마 본 것을 신고한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영상 하나 봤다는 거로 사형하고 총살하고 가족 총살, 지방에 내려보내고(했어요, 방송 실제 인터뷰 내용)".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삶과 죽음의 경계가 갈라서는 곳이다. 외부 영상물 하나 봤다는 이유로 총살이 자행되는 나라, 그것도 '가족 총살'을 시키는 곳, 그게 북한이다. 거기에 과연 인권이 있는가?
둘째, 해외 북한 식당의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다. 12명의 여종업원이 말레이시아에 오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1명의 지배인에게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 남성 지배인 한 사람에 대한 위력이 그 정도였다면, 해외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인권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지금도 해외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인권 침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사람의 일상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곳, 그게 북한이다. 거기에 과연 인권이 있는가?
셋째, 출신성분에 의한 차별의 문제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지배인과 종업원 모두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로 선택받았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균등이 아닌 출신성분에 의해 사람이 가려지는 곳, 그게 북한이다. 거기에 과연 인권이 있는가?
넷째, 선택받은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이 해외라는 점이다. '해외 북한식당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그렇게라도 가지 않으면 해외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거주, 이전, 해외로의 여행이 제한된 곳, 그게 북한이다. 거기에 과연 인권이 있는가?
다섯째, 엄마와 자신의 생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성 지배인 1인을 제외한 12인의 여종업원은 운명공동체가 되어 버렸다. 남한에 남겨진 자의 엄마에게는 가혹한 죽음이 뒤따를 것이다. 그렇다고 엄마가 그리워 떠난 자는 정작 자신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는 이와 떠난 이의 삶과 죽음이 서로 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남한에 갔다는 이유로 조국의 배반자로 낙인찍고 생명을 앗아가는 나라, 그게 북한이다. 거기에 과연 인권이 있는가?
우리 곁에는 자유와 인권을 찾아 죽음의 경계를 넘은 3만여 명의 탈북민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며,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말한다. "앞으로 자신들도 북한으로 보내지는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니냐"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우리의 조국이다. 그 조국이 기획탈북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사람을 회유, 유인, 납치한 범죄국가가 된 듯하다. 그녀들은 현재 국가권력에 의해 억류된 상태가 아니다. 그녀들은 2년 동안 자유대한민국에서 엄연한 우리의 이웃으로 살았다.
그녀들이 지금 가족을 그리워하지만, 어쩌면 가족과의 만남 자체가 아니라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곳에서 함께 행복을 누리는 미래를 꿈꿀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자유처럼 말이다.
진정으로 그녀들의 인권을 위한다면, 북한 당국이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도록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하루빨리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곳에서 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그녀들을 위한 진정한 인권이다.
그녀들과 같은 처지로 고향을 두고 떠나온 3만여명의 탈북민이 '신(新)이산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꿈에도 가고픈 고향땅과 가족이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지금 상황에서 만남은 곧 죽음이다.
조국의 인권을 외쳤던 사람들이라면 '반쪽 조국'의 인권에 대해 침묵해선 안된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담보로 독재자와 흥정하여 평화를 얻으려 한다면, 우리 모두는 살인의 공범자가 되는 것이다.
통일의 그날 북한주민들이 "그대, 그 때 무엇을 하였는가?"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 떳떳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침묵하지 않는 울림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곳, 북한이 그리 변할 때 우리는 "가을이 왔다(김정은이 '봄이 온다' 평양 공연 후 가을에도 공연을 열자며 한 말- 편집자 주)"고 말할 수 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