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 이전에 남한 목회자가 했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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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열왕기상 13장의 ‘예언자’에 대한 칼 바르트의 해석

미국과 북한 간의 회담을 앞두고 '미·북 회담'이라 불러야 할지, '북·미 회담'이라 불러야 할지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26일 비공개로 개최된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김정은을 향해 "'조미 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는 발언이 알려졌다.

주적으로서의 북한과 동맹으로서의 미국으로 통용되던 전통적 관계가, 평화라는 이름 앞에서 급속도로 용해되고 있는 데 따른 혼란일 것이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목회자들 간의 상이한 가치관과 이념은 그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으로, 평화를 선포하기 전에 목회자가 유념할 일이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분단은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의 분단과 흡사하다. 분단 된 한국에 방위(方位) 명(名)을 붙여 남한과 북한으로 부르는 것처럼, 고대 이스라엘도 남 유다와 북 이스라엘로 갈려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건국된지 얼마 안 가서 남북으로 분단된 것처럼, 이스라엘 역시 통일 이스라엘로서의 기간보다는 남북 분단 국가로서의 기간이 훨씬 길다. 뿐만 아니라 남북이 대치 상황에서도 알게 모르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왕래를 했던 것도 많이 닮았다.

하지만 다른 면 하나가 있다. 바로 선지자들의 태도이다.

남한 내 깨어있는 목회자들은 대개 이스라엘의 예언자를 본떠, 정권을 향한 추상과 같은 경고를 날려 왔다. 그 노력이 정치적 적폐를 무너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북한의 적폐에 동일한 경고를 발했다는 보고는 이상할 정도로 드물다. 오히려 학교, 과학, 의료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원을 통해 선행시켜온 평화를 이어가고 있다. 인권의 이름으로 열거되는 그 SOC 목록에는 심지어 (북한 정권이 세웠다는) 기독교 교회도 창구로 등장한다.

남한 내의 적폐에 대해 그토록 가혹했던 선지자적 태도와는 다른 이 평화의 태도를 성서는 지지하지 않는다.

남 유다의 멸망이 북 이스라엘의 멸망보다 지연될 수 있었던 것은, 남 유다와 그 지역 선지자들이 특별히 더 정통했던 까닭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먼저 무너진 북쪽에서 월남해 넘어와 남쪽 진영으로 점차 번지고 있는 멸망의 암운에 경고로 가세했던 북 이스라엘 선지자들의 공적이었다.

북쪽 예언자들이 남쪽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이어간 이 예언자적 동질성에 덧붙여, 신명기 사가(史家)가 전해주는 남쪽 출신 어느 무명 예언자의 대북(對北) 사역은 우리 남한 내에서 예언자적 사역을 자처하는 깨어 있는 목회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쪽 지역 정체성의 예언자가 북쪽에 가서 펼치는 그 이야기는 우리에게 결여된 예언자적 직무로서 일관성의 전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열왕기에서 이런 이야기로 소개되고 있다.

북 이스라엘의 벧엘 지역에 한 나이 든 선지자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아들들에게서 남쪽 선지자 한 사람이 넘어와 왕에게 들어가 행한 일을 전해 듣는다. 남쪽에서 넘어온 선지자가 북쪽 왕의 죄를 물으면서, 왕의 팔을 굳혀버렸다가 다시 펴게 한 사건이었다.

아들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버지는 그 무명 선지자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나귀에 안장을 지워 나선다. 길에서 그 남쪽 선지자를 만나자 자기 집으로 가서 먹고 마시며 유숙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남쪽에서 온 이 선지자는 거절한다. 하나님께서 예언을 선포하고 돌아오는 길에 결코 그 지역에서 떡도 먹지 말고 물도 마시지 말며 오던 길로 되돌아가지도 말라 하셨다는 것이다.

거듭되는 요청에도 이 무명의 선지자가 응하지 않자, 나이든 선지자는 자신도 같은 선지자라 밝히면서, 그를 대접하라는 계시를 하나님에게 받았노라 거짓말을 한다.

결국 자신이 받은 계시 대신에 거짓 계시에 넘어간 남쪽 선지자는, 그만 이 일로 사자에게 물려 죽는다.

열왕기상 13장 전체를 다 차지하는 이 긴 이야기가 신명기 역사서에 산입된 이유는 무엇일까.

칼 바르트는 그답지 않게 독특하게도 성서신학적 필치 속에서 이 무명 선지자에 관한 주석 한 편을 남겼다.

바르트는 이 이야기에서 예언 또는 예언자적 직무가 'elect(선출직)'으로 작동하는지 'non‐elect(비선출직)'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profession(직업적 직무)'로 작동하는지 'confession(고백적 직무)'로 작동하는지, 이러한 대조를 통해 그 직무상 예언의 정위(正位)를 드러낸다고 주석했다.

북쪽 제단(벧엘)의 죄상이란 신성해야 할 제단 질서를 권력이 자기 마음대로 정하고(왕상 12:33) 제사장까지 임의로 임명함으로써(13:33), 신성적 직무로서 예언(자)의 선출(elect)을 가로막고(non‐elect) 고백적 직무로서의 예언자직(confession)을 가로막았다(profession)는 것이다.

이 무명 선지자 이야기와 그에 관한 칼 바르트의 준규(準規)는 평화의 경계선상에 자리한 우리 한반도 남쪽 목회자들의 예언자적 직무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 남한 내의 목회자 중 상당수가 ①북쪽 제단에는 어떠한 경고도 아니함으로써 직무 유기에 처해 있고, ②그 제단에 바쳤던 평화의 떡과 음료에 잔뜩 취해 있다는 점에서 우상숭배자로 전락해 있기 때문이다.

내 백성을 떡 먹듯이 먹는 권력이 자기 마음대로 제정한 그 인위적(non‐elect/profession) 제단을 용인함으로써, 자신들도 직업적 종교인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참고로 금번에 출간된 태영호 前 공사의 저서(3층 서기실의 암호)에 나오는 "가짜 교회를 세워 예배를 드렸더니 진짜가 생겨나더라"는 전언은, 저 우상숭배자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전혀 별개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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