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교회탐구포럼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김신의 기자  ewhashan@gmail.com   |  

“종교는 인간에게 페미니즘보다 큰 의미”

▲제8차 교회탐구포럼 &lt;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gt;. ⓒ김신의 기자
▲제8차 교회탐구포럼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 ⓒ김신의 기자

제8차 교회탐구포럼이 한국교회탐구센터 주최로 6월 5일 창비서교빌딩에서 진행됐다.

<페미니즘 시대의 그리스도인>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엔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송인규 소장, 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의 양혜원 객원연구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초빙교수 백소영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여성을 향한 복음주의의 4가지 시선'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소장이 '여성을 향한 복음주의의 4가지 시선'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신의 기자
▲한국교회탐구센터 송인규 소장이 '여성을 향한 복음주의의 4가지 시선'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신의 기자

메인 발표에 앞서 송인규 소장은 미국 복음주의 내 여성 운동의 발전 과정 및 여성과 관련한 입장을 가부장제(Patriarchy), 상보론(Complementarianism), 평등론(egalitarianism), 페미니즘(Feminism) 네 가지로 나누어 살폈다.

대표적인 페미니즘 입장의 단체는 <복음주의 여성 정책 회의(Evangelical Women’s Causaus, 이하 EWC)>로 EWC는 1960-1970년대 ‘혁신적 여성관’ 등에 대해 기고 글이 올라오기 시작한 후 <복음주의 사회 참여 연대(Evangelicals for Social Action, ESA)>로부터 가 별도로 구성됐다.

여기서 스캔조니와 몰렌코트는 ‘동성애자는 나의 이웃인가? 그리스도인의 다른 견해(Is The Homosexual My Neighbor? Another Christian View)’를 공동 저술했고, 이는 복음주의 측에서 큰 우려를 샀다. 결국 1986년 EWC는 수련회에서 결국 동성애자들의 시민적 권리 찬성한다는 결의를 표명하면서 상당수의 회원들이 EWC를 탈퇴했고, EWC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후 1990년 명칭을 <복음주의 및 에큐메니칼 여성 정책 회의(Evangelical&Ecumenical Women’s Caucus, 이하 EEWC)>로 변경했다.

EWC를 탈퇴한 이들은 1988년 <성경적 평등 협회(Christians for Biblical Equality, CBE)>를 결성했고, 이들은 평등론의 입장을 취했다.

다른 한편,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선 <복음주의 신학회(Evangelical Theological Society, ETS)>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성경적 남성 여성 협회(Council on Biblical Manhood and Womanhood, 이하 CBMW)>가 결성됐고, 이들은 상보적 입장을 천명했다.

가부장제, 상보론, 평등론, 페미니즘 각각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 여성의 권위 발취 영역, 남성, 아버지의 이미지 등에서 다른 입장을 보이며, 창조, 타락, 구속 면에서의 해석 또한 다른 점을 보인다. (표 참고)

▲입장들에 대한 소개, 가부장제, 상보론, 평등론, 페미니즘 각 입장들 사이의 비교.
▲입장들에 대한 소개, 가부장제, 상보론, 평등론, 페미니즘 각 입장들 사이의 비교.

이러한 서구 여성을 향한 복음주의 시각 배경 설명에 이어, ‘제자 담론’ 및 ‘페미니즘 및 페미니스트 정치의 한계’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 발표는 「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 등으로 잘 알려진 번역자 양혜원 연구원이 맡았다.

‘패스메이커(Pathmaker) 세대, 여성을 말하다’

1980년 중반 목회자를 넘어 남녀 모두 사역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이른바 ‘제자 담론’은 캠퍼스 선교, 문서 선교, 기업까지 사역의 장으로 만들었다. 양혜원 연구원, 그녀 역시 ‘제자 담론’으로 정체성을 구성했던 세대다.

그랬던 그녀는 선교 단체와 달리 보다 경직된 구조를 가진 교회 안의 전통적인 성 역할이 그대로 있는 현실을 접하며 ‘제자 담론’에 심각한 결함을 발견하게 됐고, 이에 뒤늦게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 석사과정,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종교여성학(Women's Studies in Religion) 박사 학위를 가며 깨닫게 된 사실을 전했다.

▲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 양혜원 객원연구원이 'Pathmaker 세대, 여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신의 기자
▲일본 난잔종교문화연구소 양혜원 객원연구원이 'Pathmaker 세대, 여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신의 기자

양혜원 연구원은 “종교와 페미니즘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궁극적으로 이 둘은 끝까지 같은 배에 타기 힘들단 결론을 얻었다”며 “페미니즘 이론이 가부장제 규명을 계속 하다 보면 결국 성의 규범을 해체하는 쪽으로 가야 하기에 동성애와 아주 별개의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는 모든 억압의 종식인데, 종교는 평등하지 않은 채로 끝날 확률이 높은 인생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 하는, 좀더 복잡한 인간의 삶을 다룬다”고 했다.

이어 “페미니즘은 결국 서구 백인 중산층 남성이 누리는 것을 모든 사람이 누리게 해야 한다는 정치적 의제로 회귀해 버린 형국”이라며 또한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경험을 존중한다 해도 가부장제 종식을 지향하지 않으면 가부장제에 세뇌된 것으로 평가한다. 결국 페미니즘은 모든 여성의 삶을 대변할 수 없고, 개인의 삶도 다 대변할 수 없다”며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정치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기독교 안에 율법주의가 있듯, 결국 페미니스트도 자기 검열의 칼이 되돌아오기 때문에 자신을 해방시켜줄 것 같았던 지식이 오히려 자신을 억압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양혜원은 제자 담론의 강점으로 ‘제자의 영성과 연결되며 율법주의 기독교에서 벗어나게 해준 점’과 ‘제자의 부름을 받아 개인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점’ 두 가지를 꼽으며 “결국 인간이 만든 제도는 한계가 있고, 더 큰 존재가 있단 것이 힘을 주는 근원이 된 것을 보면서, 종교는 인간에게 있어 페미니즘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며 ‘제자 담론’으로 형성된 세대의 여성들의 사역과 교회에 기여한 바의 평가를 제대로 이루고, 제자 담론이 한국 기독교인 여성 개인에게 유의미한 담론이 될 수 있는지 살필 것을 권했다.

이외 정재영 교수가 ‘성평등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설문조사 결과 및 백소영 초빙교수의 ‘페미니스트 성서 해석으로 제안하는 교회 제도 개혁’ 발표, 종합 토론이 이어졌다.

한편 포럼을 주최한 한국교회탐구센터(The Research Center for the Korean Churches)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회, 한국 교회를 위한 탐구’를 모토로 2011년 설립돼 그간 ‘직분제도와 역할’, ‘한국 교회와 여성’, ‘급변하는 직업 세계와 직장 속의 그리스도인’, ‘교회의 성(性), 잠금 해제?’, ‘한국 교회 큐티 운동 다시보기’, ‘한국 교회 제자훈련 미래 전망’, ‘종교개혁과 평신도의 재발견’을 주제로 ‘교회탐구포럼’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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