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영화 ‘아일라’ 이슬람과 전쟁, 그리고 어린 아이

김신의 기자  ewhashan@gmail.com   |  

[리뷰] 터키, 한국 합작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 上

▲영화 &lt;아일라: 전쟁의 딸&gt;(Ayla: The Daughter of War) 포스터.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 포스터.

※본 리뷰에는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 주

 “한번만이라도 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했어요.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했어요.
아버지를 만나서 정말 얼마나 기쁜지 이 마음을 아무도 모릅니다.”
– 김은자(아일라)의 편지 中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한국전쟁에 대한 영화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는 단조의 배경음악과 아름다운 시골 풍경 가운데 이야기의 서막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한 아버지는 한 소녀에게 손수 만든 어린이용 자전거를 선물한다. 단조곡과 아름다움의 불협화음이 만들어낸 거리낌으로 알 수 없는 불안함이 가중될 무렵, 세상은 갑작스럽게 폭격과 비명으로 가득 찬다.

모든 민간인이 학살당하는 순간 부모에 의해 숨겨진 한 소녀만이 ‘절대 소리 내면 안된다’는 말을 붙잡고 홀로 숨 죽여 운다. 소녀가 받았던 자전거 선물은 탱크에 의해 무참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짓밟힌다. 놀라다 못해 절망한 가슴을 부여잡기도 전, 영화는 자전거를 타는 장면과 함께 낯선 풍경으로 우릴 데리고 간다. 터키다.

때는 2차 세계대전 5년 후인, 1950년 6월 25일. 남한의 적화 공산화 무력 통일을 위해 북한 공산군의 남침이 시작됐다.

▲영화 아일라 스틸컷. ⓒ영화 &lt;아일라: 전쟁의 딸&gt;(Ayla: The Daughter of War)
▲영화 아일라 스틸컷.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

본론에 들어가기 전 터키에 대한 기본 설명을 덧붙이려 한다. 한국과 터키의 합작 영화 <아일라>는 한국전쟁 속 고아가 된 김은자(아일라)를 구한 터키 군 참전용사 슐레이만(쉴레이만) 딜빌리이(SÜLEYMAN DİLBİRLİĞİ) 하사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한국에서도 일찍이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이야기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MBC는 6.25 특집 다큐 <코레 아일라>와 2017 한국-터키 수교 60주년 특집 MBC 스페셜 <아일라-푸른 눈의 병사와 고아 소녀>에 소개돼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터키는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의 군인을 파병한 곳이다. 또 ‘앙카라(ANKARA) 학원’을 설립해 640여명의 전쟁 고아를 돌보기도 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한국을 위한 터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역사적 배경은 터키의 종교이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아, 빌라델비아, 사데, 라오디게아 일곱 교회가 이 지역에 위치했고, 이곳은 중세까지 기독교 중심지였다. 그외 성경 속 여러 유적지가 현존하는 곳이기도하지만 터키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이슬람화됐다. 현재 99%가 이슬람교다.

▲영화 &lt;아일라&gt; 스틸컷. ⓒ영화 &lt;아일라: 전쟁의 딸&gt;(Ayla: The Daughter of War)
▲영화 <아일라> 스틸컷.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적어도 영화 <아일라>에서는 이슬람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염두해두어야 한다. 이슬람 교도들은 초승달과 음력을 사용한다. 특히 초승달은 진리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 중동 원고 역사 연구의 저자 아서 제프리(Arthur Jeffrey)는 알라는 ‘알’과 ‘아일라’를 합성하여 ‘알라’가 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중동의 고고학에 따르면 ‘알라’는 ‘달의 신(Moon-God)’에서 기원됐다.

영화는 제목 ‘아일라’뿐 아니라 초승달과 달이라는 키워드를 계속해서 등장시킨다. 월성(月星)홍기라고 불리는 터키 국기 아이 이을드즈(Ay yıldız)는 빨강 바탕에 하얀 초승달과 별이 그려져 있다. 영화 후반부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하는 장면을 웅장하게 담는다. 이쯤되면 영화는 의도적으로 이슬람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아름답게 넣고 있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실제로 영화 속 이야기의 주인공 슐레이만 하사는 지난해 12월 셀리미예 이슬람 사원에서 눈을 감았다.

최근 터키 당국은 테러로 인한 골머리를 앓고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반군단체가 번갈아 가며 테러를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슬람국가 관련 테러의 원인으로 ‘이슬람 교리’를 문제 삼는다.

물론 강건하고 급진적인 타 이슬람국가에 비해 터키는 이슬람에서 가장 세속적인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터키’라는 이름으로 홍보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 이슬람국가와 비교했을 때 얘기. 지난 달 미국법과정의센터(American Center for Law and Justice, ACLJ) 측은 “터키는 ‘기독교화’를 ‘테러’와 동일시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영문도 모른 채 감금당한 목회자, 변호사 없이 이루어지는 재판, 징역 35년형을 선고 받은 목회자 등에 대한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을 뒤로 하고 영화 <아일라>는 ‘아버지와 딸’의 사랑에 집중한다. 그리고 어찌보면 비극적인 전쟁 이야기에서 인간에 대한 가치를 뽑아 그려나간다. 또 한국과 터키를 오가며 한국 전쟁 현장의 급박한 상황과 터키에서 슐레이만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상황을 대조하며 애틋한 연출을 해낸다. 사랑하는 이들과 눈물 나는 이별을 뒤로하고, 1950년 10월 슐레이만 하사와 터키군은 한국으로 향했다.

슐레이만이 있는 터키군이 한국에 도착할 즈음 터키에서는 한국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우리 군이 일찍 돌아온다’는 신문이 나갔다. 터키에서 남아있는 가족들은 안도했다. 한국의 미군 25대 군우리 측도 한국에 도착한 터키군에게 “전쟁이 끝났다”고 말한다. 그 순간 공군의 공격이 시작됐다. 중공군의 소행이었다. 북한 혼자 인줄 알았지만 중국이 참여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급격한 상황에서 슐레이만은 어둠 속 달빛 가운데 시체의 손을 붙잡고 흐느끼는 아일라를 발견한다. 슐레이만은 “달빛 아래 찾았으니 이름을 아일라로 지어주자”고 한다. ‘아일라’는 터키어로 ‘달’을 뜻한다. 아일라는 말을 하진 않지만 슐레이만을 곧잘 따랐다.

▲아일라와 슐레이만의 만남. ⓒ영화 &lt;아일라: 전쟁의 딸&gt;(Ayla: The Daughter of War)
▲아일라와 슐레이만의 만남.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

▲영화 아일라 스틸컷. 아일라(김설 분)와 슐레이만(이스마일 하지오글루 분). ⓒ영화 &lt;아일라: 전쟁의 딸&gt;(Ayla: The Daughter of War)

▲영화 아일라 스틸컷. 아일라(김설 분)와 슐레이만(이스마일 하지오글루 분).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

이후 영화는 급격한 상황 속에서 아일라를 지키려는 슐레이만과 터키군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낸다. 여러 에피소드가 지나가고, 아일라는 터키군에게 있어 위로를 주는 존재로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결국 아일라는 마음과 말문을 열고, 슐레이만을 ‘아빠’라 부른다. 슐레이만 역시 그런 아일라를 진짜 ‘딸’로 여긴다.

혈육과 국가를 초월한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 아름답게 부각되는 만큼, ‘전쟁’이라는 상황은 큰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일라와의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휴가를 보낸 장면을 아름답게 그린 만큼, 당시 전장에서 여전히 죽어갔을 이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영화에 수록된 곡 ‘Oceans of Noise Ayla’에는 다음과 같이 번역되는 가사가 나온다.

“그의 작은 손이 전쟁을 어떻게 알아? 화약이 눈을 타면서 운다. 말도 못한다. 전쟁이 엄마를 죽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였다. (중략) 너가 폭탄 소리를 못 듣게 항상 동화를 이야기할 거다. 어두울 때 불이 되는 것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을, 전쟁을 안 하고 합의하는 것을, 아일라, 아일라가 가르칠 거다. 납과 총을 버리는 것을, 태양이 되어 (꽃을) 피게 만드는 것을, 그 누구도 사랑하는 것을, 아일라, 아일라가 가르칠 거다.”

전쟁을 상징하는 납과, 총을 버릴 것을 노래한다. 동화를 이야기할 거라 한다. 성경구절 미가서 4장 3절에 보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랜 기간 무슬림을 연구한 4 HIM 이만석 대표에 따르면 이슬람엔 항상 전쟁(지하드=알라를 위한 전쟁)상태에 있다는 세계관이 있다. 무슬림이라면 자라나면서 이슬람 교리를 설교나 강연을 통해 알게 모르게 교육받게 된다. 그러나 성경은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임을 말하듯,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영혼의 소리가 생각되는 가사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를 통해 전쟁 없는 세상, 모두를 사랑하는 세상을 꿈꾼다.

지금 경재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자리 역시 수많은 피흘림의 터 위에 있다. 전쟁을 비롯해 고난과 환란을 담은 영화는 비극을 알게함과 동시에 내가 무엇을 가지지 못했는가 보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받았는지를 기억하게 하고, 겸손과 희생, 섬김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터키군들이 본토로 돌아가야할 때가 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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