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러지는’ 집회, 과연 성령의 권능인가?

|  

배본철 교수의 성령론(44)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성령의 권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점을 설명하기 전에 필자는 먼저 신자들이 미혹되기 쉬운 잘못된 영성운동의 방향 몇 가지를 지적하고 넘어가야 하겠다. 왜냐하면 오늘날 한국교회가 이러한 극단적인 성격의 영성운동들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사례가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첫째는, 육감적 체험주의를 자극하는 영성운동을 경계해야 한다. 육감적 체험주의란 신체의 시청각적 기능이나 느낌 등을 통해 확인되는 현상적 차원에 너무 중점을 두는 영성운동을 말한다. 성령의 권능이 부여될 때 현상적 차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나 그러한 현상이 성령의 권능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확실히 해야 한다.

최근 들어 영성운동의 일각에서 '쓰러지는 집회'가 유행하고 있는 점은 큰 문제점이라고 본다. 분별력이 없는 이들은 어떤 인도자가 기도해 줘서 자기가 쓰러지면 그 인도자를 대단한 능력자라고 느낀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으면 그 인도자에게 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의 근원은 이들이 복음의 본질은 보지 못하고 나타나는 현상에만 미혹된다는 것이다.

기도나 예배 중에 이런 현상이 있다고 해서 다 성령의 권능이 임했다고 보거나 또는 귀신이 추방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성령의 권능이 역사할 때 이런 현상적 차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나 쓰러지는 현상 모두가 다 성령의 역사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확실히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적절한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case> 서울 근교에 있는 한 큰 기도원에 필자가 매월 강사로 섬긴 적이 있다. 주로 성령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는 필자는 그날도 말씀을 전한 후 성도들이 성령의 충만을 받을 수 있도록 통성기도의 시간을 인도하였다.

"성령을 충만히 받으실 때 몸이 뜨거워지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혹 쓰러지거나 몸에 진동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현상이 있으면 그냥 있는 대로 자연스럽게 하시면서 기도에 집중하십시오."

그런데 기도가 진행되면서 보니 여기저기서 쓰러지거나 뒹구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그 다음 달에 그 기도원에 다시 강사로 서게 되었다. 그때 나는 설교 후 통성기도 전에 이렇게 말했다.

"기도하실 때 몸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은혜의 본질이 아닙니다. 그런 현상은 있을 수도 있지만 없어도 괜찮은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육감적 현상에 신경 쓰지 마시고 은혜의 본질에 집중하십시오."

그랬더니 그날 집회에서는 단 한 사람도 쓰러지거나 구르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쓰러지는 현상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상이 있다고 해서 능력이 있고 현상이 없다고 해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람을 쓰러트리는 일은 최면암시(hypnotic suggestion)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더군다나 교회 같은 신념 공동체 속에서는 한꺼번에 여러 사람을 집단 최면으로 쓰러트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집회 인도자가 기도하기 전에 어떤 육감적이거나 가시적인 현상을 회중에게 미리 강조해서 신념화 시켜 놓으면, 결국 예외 없이 그런 현상이 기도 받는 사람들 중에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필자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어떤 큰 교회 청년 집회에 강사로 초청 받았을 때의 일이다.

<case> 말씀을 전한 후 보니 앞쪽 자리에 앉아있는 한 자매를 기도해 주어야 하겠다는 성령의 인도하심이 내 속에 확신 되었다. 그 자매가 더러운 영에 의해 영혼과 몸이 속박 당하고 있다는 분별이 내 속에 생겼던 것이다. 물론 그 자매를 그날 그 자리에서 처음 보았지만, 그런 확신은 필자에게 종종 주어지는 일이기에 이상스러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 자매를 내 앞으로 나오라고 하였다.

내 앞에 나와 서는 순간 그 자매의 몸은 떨리기 시작하고 그 자매의 눈은 초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즉시 가볍게 그 자매의 이마에 손을 대었고, 그리고 짧게 그러나 단호하게 명령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한다! 이 자매로부터 더러운 영은 떠나가라!"

그러자 자매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후에는 큰 소란이 일어났다. 수백 명의 청년들이 기도를 받겠다고 앞을 다투어 나오는 것이다. 즉시 긴 줄이 예배실 저 뒤에까지 만들어졌고, 한 사람 한 사람 기도를 받았다. 어떤 사람은 손을 댈 필요도 없이 쓰러졌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오다가 그냥 쓰러지기도 한다.

그날 그 넓은 강단은 쓰러진 청년들로 가득 찼다. 쓰러졌다 일어나고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쓰러지고... 또 어느 곳에는 쓰러진 사람 위에 또 다른 사람이 겹쳐서 쓰러져 있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필자의 경우엔 쓰러질 것에 대한 언급을 사전에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첫 번으로 나온 자매가 쓰러지고 나니 그런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 쓰러진 사람들은 모두 문제의 해결을 받은 걸까? 필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상일 뿐이지 은혜의 본질이 아닌 것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종교 문맹 시대, ‘기독교 문해력’ 제안합니다”

2024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동계연수회 및 한국대학선교학회(회장 이승문 교수)·한국기독교교양학회(회장 이인경 교수) 공동학술대회가 ‘고전으로서의 성서, 교양으로서의 기독교’라는 주제로 19일 오후 연세대학교 상남경영관에서 개막했다. 이날 행사는 개…

1인 가구

초핵가족화, 5060 고독사, 비혼 출산, AI, 마약…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김향숙)에서 2024년 연말을 맞아 올해 가정 이슈 관련 10대 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다음은 구체적 내용. 1. 초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앞당겨져 대한민국은 1인 가구 급증으로 인해 ‘초핵가족화’라는 새로운 가족 구조 변…

김상준

9주년 맞는 ‘원크라이’ 김상준 사무총장 “나라 위한 기도회, 위대한 유산”

‘국가 위한 기도’ 문화 되살려야 그리스도인 최고의 방법은 기도 내년 우크라 인근 방문 기도 예정 원크라이가 2025년 9년째를 맞아 1월 3일 오전 11시부터 평촌 새중앙교회(담임 황덕영 목사)에서 개최될 뿐 아니라, 국내외 집회를 잇따라 열며 지경을 더욱 확대…

탄반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5차 기자회견

탄핵반대범국민연합 “계엄, 야당의 폭정과 독재에 대응한 것”

탄핵반대범국민연합(탄반연합)이 18일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4차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치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도를 강력히 반대하며 헌법재판소에 공정한 판결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탄핵반대범국민연합은 지난 12…

박한수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세상은 진리와 거짓의 영적 전쟁터”… 홀리브릿지네트워크, 7천 용사 세운다

3040 목회자 중심으로 리더 양성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 질서 수호 사회 변혁할 교회/기관/단체 연합 홀리브릿지네트워크 선교회는 3040세대의 젊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성경적 세계관과 창조질서를 수호할 강한 교회를 세우고, 사회 각 영역에서 변혁을 일으킬 …

서울신학대학교 서울신대 신학전문대학원 제1기 웰다잉 Well-Dying 최고위 과정

“신학대에서 개설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과정”

천국 입학 준비, 잘 안 돼 있어 죽음 생각과 대화 피하는 현실 당하지 않고, 맞이하는 죽음을 국내 신학대 최초로 개설된 서울신학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원장 하도균 교수) 제1기 기독교 웰다잉(Well-Dying) 최고위 과정 종강예배가 12월 19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