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터키 합작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 下
※본 리뷰에는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 주
“꼭 돌아올게. 돌아오면 그땐 헤어지지 않아.” – 슐레이만 대사 中
생면부지 타인이었던 터키인 아버지와 한국인 딸의 약속이 60년 만에 이루어졌다.
영화 <아일라: 전쟁의 딸>(Ayla: The Daughter of War)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터키 병사 슐레이만과 5살의 고아 김은자(아일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본래 터키와 한국에서 공동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터키에선 지난해 10월 27일, 한국에선 올해 6월 21일 각각 개봉됐다. ‘아일라’는 터키에서 누적 관객수 5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2017년 개봉한 영화 중 상위 랭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 ‘아일라’의 전반부가 전쟁 속에 피어난 ‘아버지와 딸’의 사랑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그렸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실존 인물인 김은자(아일라)와 슐레이만(쉴레이만) 딜빌리이(SÜLEYMAN DİLBİRLİĞİ)가 이별과 재회를 하는 과정을 냉철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극중 터키군은 아일라와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된 슐레이만에게 “아기 새를 치료해주고 나는법까지 가르쳐 줬어. 어떻게 헤어지려고? 그 아이는 우리랑 어떻게 헤어질 건데?”, “아일라는 한국 아이”라고 조언한다. 한 소녀의 아버지, 슐레이만과 아일라 사이에는 국가라는 벽이 존재했다.
“한국에 올 때 고향에 모든 걸 두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되니 똑같은 걸 강요하네요.”
– 슐레이만 대사 中
이미 전쟁 중 동료를 잃은 슐레이만은 자신이 딸로 여기는 아일라 만큼은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여러 시도를 한다. 그러나 그의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아일라를 두고 터키로 돌아가야하는 현실과 마주한다.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앙카라 학교에 두고 가며 “아빠들은 아이들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단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는 거야”하고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 대사는 터키로 돌아간 이후에도 이어진다.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을 지정한 터키답게, 이 대사는 ‘어린 아이’를 향한 터키인의 가치관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터키로 돌아간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찾기 전, 상처받은 사람들과 먼저 마주해야 했다. 전쟁 당시 터키는 6·25전쟁 병력지원 16개국 중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해 741명이 전사하고 2,068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75명이 실종됐고 234명(『한국전쟁피해통계집』 국방군사연구소)이 포로가 됐다. 아일라로 인해 한국에 더 머물기로 결정한 것이 그를 걱정하며 기다리던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된 것이었다.
잠시 사랑했던 이들의 상처를 뒤로하고, 슐레이만은 곧바로 아일라를 찾고자 발 벗고 나서기 시작한다. 그러나 당시 전쟁이란 한국 상황, 아일라의 본명을 모른다는 사실은 아일라를 찾는데 큰 장애가 됐다. 그렇게 60년이란 오랜 세월이 흐르고 만다.
2010년, 실낱 같은 희망이 찾아왔다. MBC가 한국전쟁 60년을 기념하며 터키 참전 용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것. 화재로 인해 소실된 자료, 문을 닫은 앙카라 학원, 더 이상 아버지 슐레이만을 괴롭히지 말라는 가족들의 반대를 넘어 결국 2010년에서야 아일라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실제 인물들의 영상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가 전쟁이라는 참혹함 속에서 모든 걸 뛰어 넘은 아버지의 사랑을 그려냈듯이, 언젠가 터키란 나라에도 테러가 아닌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과 희생의 십자가 사랑이 넘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