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척교회 당회식 운영’을 넘어서라
지난 한 달간 러시아 월드컵으로 잠 못드는 밤을 보냈다. 우승은 프랑스가, 감동은 크로아티아가 가져가며 마무리됐다.
전 세계에서 축구 좀 한다는 나라들이 예선을 치루면서, 지난 6월부터 러시아 월드컵의 우승 트로피를 향해 32개국이 발진(發進)했다.
다들 대망의 결승 진출국은 과연 어디일까 궁금해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결승에서 맞붙을 것인가.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빅매치는 성사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순간까지 파란과 이변으로 기록될 것인가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시작과 함께 32개국 중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5위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짐을 싸고 돌아갔다. 기존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다섯 차례 우승을 맛본 '만년 우승후보' 브라질의 이름조차 흘러간 전설이 되어버렸다. 랭킹 2위 브라질도 짐을 싸고 돌아가야만 했다.
우리나라 축구도 독일을 이기기는 했지만, 썩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전략과 전술의 부재라는 오명과 함께, 손흥민과 조현우 콜키퍼라는 우수한 선수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4년 전 축구', '동네축구'라는 국민들의 비난을 받게 됐고, 축구협회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리고 '축구의 종가' 잉글랜드도 1966년 자국에서 개최할 때 우승을 경험했지만 그 이름값은 '옛날얘기'가 되고 말았다.
축구공이 둥글어서 그런지 러시아의 약진처럼 예상 밖의 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의 예측도 번번히 틀려 아무도 내일 일을 알지 못했다.
1998년 '아트샤커'로 전 세계를 호령한 프랑스는 20년만에 팀을 다시 우승후보로 올렸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프랑스의 팀워크가 결국 우승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세계는 주목했다.
프랑스는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을 하나로 모을 조직력이 완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경기를 계속할수록 안정되면서 평균 24.9세의 연령으로 '새로운 황금세대의 출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크로아티아를 4대 2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에는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가 있고, 세트피스에 능하다는 장점과 더불어, 유능한 디데에 데샹 감독의 전략과 전술로 인하여 우승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그런가 하면 비록 16강에 탈락했지만, 아르헨티나와도 대등하게 싸운 아이슬란드 대표팀은 축구 외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선수도 있었다. 이른바 '투잡'을 뛰는 선수들이었다. 감독도 치과 의사였다.
마찬가지로 인구가 416만명에 불과한 소국 크로아티아는 다들 계속된 연장전 경기로 탈진할 정도였지만, 주장이자 골든볼의 주인공 루카 모드리치 등 전 선수들의 피땀어린 수고와 투혼을 통해 결승까지 올라가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축구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나 이름값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전설의 '투톱' 호날두와 메시가 다시 2022년 월드컵을 밟기는 어려워 보인다.
월드컵 축구뿐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개인적으로 실력이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맞게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면서, 개인기를 넘어 조직력이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만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제 위치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주는 선수 또는 실무자가 조직을 승리로 이끈다.
축구나 조직이나, 사실 감독자는 자기 말을 듣고 자신에 충성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거스르거나 다른 의견을 가지고 말하면 싫어하고 멀리한다. 약장수처럼 말로 파는 '말꾼'이나 구경하다 잇속만 챙기는, 조직의 미래와 상관없는 구경꾼을 좋아하다 보면 조직은 끝장난다.
축구협회나 감독이라도, 실력 있는 선수들을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 동료 의식 없이 자신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그때는 본인이 선수로 뛸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마추어 감독이 실력 있는 선수를 못 챙기는 것이다. 자기 수준 이하의 선수를 데리고 무슨 경기가 되겠는가.
그런 점에서 16강이 목표였지만 결승까지 올라오도록 독려하며 노장들의 투혼에 불을 지른 크로아티아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의 리더십은 탁월함을 드러낸다. 감독은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인정하고 북돋우며,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잡초를 솎아내 소중한 곡식을 영글게 하는 일, 이런 환경을 만드는 일이 바로 감독의 임무이다.
축구협회든 어느 조직이든, 다양한 의견이 허심탄회하게 수렴되는 과정이 생략되기에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조직의 발전은 치열한 의식화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결의를 집행할 때 강력해진다.
한국교회도 치열한 토론과 헌신 등으로 다듬어지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몸으로 체감함으로써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어느 조직이나 우려스러운 것은 발전을 위한 치열한 논의 구조를 건너뛰고 외면하는 것이다. 현재 모든 의사결정 구조, 교회가 접하는 이슈에 대한 논의구조가 전근대 방식이다.
교회 말로 하면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1970년대 '개척교회 당회식 운영'이다. 조직이나 기관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몇몇 임원들의 이야기 몇 마디에 배는 '산으로' 간다.
사실 감독자나 실무자는 이런 유혹을 뚝심 있게 이겨내고, 논의와 설득, 조정 작업을 거쳐 조직을 유연하게, 그리고 강하게 만들어 정상의 자리로 올려놓는 사람이다.
러시아 월드컵이 전 세계와 인류에게 전한 메시지는 대단했다. 개인기가 뭉쳐 팀워크가 될 때,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을 다시 밟으려면,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건강한 시스템을 만들고,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키우며, 다시 팀워크를 맞추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점은 영광을 재현하려는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이효상 원장(한국교회건강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