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예레미야 70년 예언과(렘 29장)과 21세기 한국교회의 사명>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VI. 통일시대 한국교회의 선교비전과 사명
1. 평화통일의 복에 담긴 신앙적 함의
한반도 평화통일은 우리민족에게 주실 하나님의 크신 선물이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통일대박론이 거론되기도 했었다. 한반도에 평화적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도 큰 축복이다. 남북이 하나가 되면, 전쟁의 위협이 사라질 것이고, 남한의 선진기술과 북한의 풍부한 물적 인적 자원이 결합되어 한국은 세계를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대국이 재성장할 것이다. 중국 러시아와 공동으로 추진하게 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극동의 변두리지역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철도가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을 거쳐 유럽대륙으로 연결되면서 통일시대의 대한민국은 명실공이 세계의 중심허브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복은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는 이유는 그 복을 받는 자가 해야 할 과제와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하나님의 복을 먼저 선언하셨다. 그러나 그 복은 이 땅에서 인간이 해야 할 과제와 사명인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고 정복하고 다스리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창 1:28). 아브라함을 부르시면서 그에게 주신 큰 민족으로의 번성과 가나안 땅의 약속 역시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다"(창 12:3)라는 미래 사명과 직결되어 있다.
그런 점은 시내산에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언약의 약속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시면서 그들을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으로 삼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여기에서 '소유'로 번역된 히브리어 '세굴라'는 가장 값진 보물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절대 보호를 받는 보물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눈동자'같이 지켜주시고(신 32:10; 시 17:8), 하나님의 사랑에서 그들을 빼앗을 자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신다(롬 8:39).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보물로 선택하시고 그들에게 절대보장의 복을 주신 것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제사장 나라로서의 사명이 있기 때문이었다(출 19:6).
하나님의 복은 사명을 위한 것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명을 상실하면 복의 의미도 상실된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부르지만은 이런 복과 사명의 관계성을 '선물로서의 샬롬'과 '과제로서의 샬롬'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평안'으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샬롬'은 '온전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삶 전체를 포괄하는 하나님의 복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시는 개인적인 샬롬의 복은 곧 전체 공동체의 온전함(샬롬)을 위하여 주어진 은혜라는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복을 받은 우리들은 공동체적 샬롬을 향한 책임과 사명이 주어져 있다. "헬라인이나 야만이나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에게 다 내가 빚진 자라"(롬 1:14)라고 고백한 사도바울의 '빚진 자 의식'은 그런 공동체적 책임과 사명을 표현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