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명성교회 판결’ 유감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기도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기도하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예장 통합총회 재판국(국장 이경희 목사)이 7일, 명성교회 청빙을 허락한 서울동남노회 결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8대 7이라는 무기명 투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소위 '세습방지법'에 대한 '유권해석'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단헌법 정치 제28조 6항은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 바로 "은퇴하는"이다. 아직 재판국이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선고가 내려진 지난 7일 변론에서 이 표현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즉, "김삼환 목사가 지난 2015년 이미 은퇴했고, 명성교회는 그로부터 약 2년 후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으므로 '은퇴하는'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습방지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논지의 주장도 있었다는 것이다.

세습방지법을 제정한 취지는,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야말로 아버지에 이어 그 자녀가 위임(담임)목사가 되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명성교회의 청빙 자체는 비록 약 2년 동안의 공백이 있었다 한들, 명백히 그런 경우다. 따라서 '법 정신'만 본다면, 명성교회의 청빙은 세습방지법에 어긋난다.

그러나 '은퇴하는'이라는 문구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근대의 법이 대부분 '문자로 표현되고 문서의 형식을 갖춘' 성문법(成文法)인 점을 감안할 때, 분명 '과거형'이 아닌 '은퇴하는'이라는 표현은, 명성교회 청빙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로 주장될 수 있다.

만약 지난 재판에서 청빙 결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표를 던진 8명이 이런 판단을 했고, 재판국이 또한 같은 요지로 판결 근거를 댄다면, 이는 다른 교회들로 하여금 세습방지법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나 마찬가지다. 명성교회와 같은 식으로 청빙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 세습방지법은 유명무실해진다.

"세습을 막자"는 취지로 법을 만들었는데 실제 조문에는 "은퇴하는"이라는 표현만 썼다니... 일부러 법에 구멍을 내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그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게 틀림없다. 법 제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향후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재판국의 이번 판결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언급했듯이 세습방지법의 정신에 비춰보면, 명성교회의 청빙을 그대로 인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세습방지법 자체가 위헌이냐 아니냐, 혹은 '아버지에 이어 그 자녀가 위임(담임)목사가 되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과는 별개의 문제다.

판결 후 재판국장 이경희 목사는 기자들에게 "아주 공정성 있고 양심과 법과 원칙에 의해 (재판을) 진행했다"고 했다. 재판국원들은 스스로 이 말에 부끄럽지 않은지,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