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통합총회 재판국(국장 이경희 목사)이 7일, 명성교회 청빙을 허락한 서울동남노회 결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8대 7이라는 무기명 투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소위 '세습방지법'에 대한 '유권해석'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단헌법 정치 제28조 6항은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 바로 "은퇴하는"이다. 아직 재판국이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선고가 내려진 지난 7일 변론에서 이 표현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렸다.
즉, "김삼환 목사가 지난 2015년 이미 은퇴했고, 명성교회는 그로부터 약 2년 후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으므로 '은퇴하는'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습방지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논지의 주장도 있었다는 것이다.
세습방지법을 제정한 취지는,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야말로 아버지에 이어 그 자녀가 위임(담임)목사가 되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명성교회의 청빙 자체는 비록 약 2년 동안의 공백이 있었다 한들, 명백히 그런 경우다. 따라서 '법 정신'만 본다면, 명성교회의 청빙은 세습방지법에 어긋난다.
그러나 '은퇴하는'이라는 문구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근대의 법이 대부분 '문자로 표현되고 문서의 형식을 갖춘' 성문법(成文法)인 점을 감안할 때, 분명 '과거형'이 아닌 '은퇴하는'이라는 표현은, 명성교회 청빙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근거로 주장될 수 있다.
만약 지난 재판에서 청빙 결의를 인정해야 한다고 표를 던진 8명이 이런 판단을 했고, 재판국이 또한 같은 요지로 판결 근거를 댄다면, 이는 다른 교회들로 하여금 세습방지법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나 마찬가지다. 명성교회와 같은 식으로 청빙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 세습방지법은 유명무실해진다.
"세습을 막자"는 취지로 법을 만들었는데 실제 조문에는 "은퇴하는"이라는 표현만 썼다니... 일부러 법에 구멍을 내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그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게 틀림없다. 법 제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향후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재판국의 이번 판결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언급했듯이 세습방지법의 정신에 비춰보면, 명성교회의 청빙을 그대로 인정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세습방지법 자체가 위헌이냐 아니냐, 혹은 '아버지에 이어 그 자녀가 위임(담임)목사가 되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과는 별개의 문제다.
판결 후 재판국장 이경희 목사는 기자들에게 "아주 공정성 있고 양심과 법과 원칙에 의해 (재판을) 진행했다"고 했다. 재판국원들은 스스로 이 말에 부끄럽지 않은지, 다시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