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예레미야 70년 예언과(렘 29장)과 21세기 한국교회의 사명>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2. 통일시대 한국교회의 우선적 과제
그렇다면 한반도 통일시대 한국교회에 주어진 사명과 과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북한을 복음으로 책임지는 일이다. GDP 기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며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의 한국교회는 통일시대의 북한선교를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북한은 분단 이후 철저히 복음전파가 단절된 영적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인 고립과 경제정책의 실패, 그리고 거듭되는 가뭄과 홍수로 북한은 극심한 빈곤국가로 전락했다. 그로 인해 중국접경지역으로 탈북 북한주민 숫자가 급히 늘어났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하여 살고 있는 탈북 이주민의 수도 현재 3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그 동안 받은 복을 개인적인 것으로 제한시키지 말고 공동체적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사회의 공정성 문제를 포함하여 통일시대를 앞두고 북한을 영적으로 책임지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다시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바른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지나친 개인주의적 기복신앙에 매몰되어 왔다. 이제는 그런 한계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주권의 역사관과 열린 공동체적 신앙관을 회복해야 한다. 평화통일시대 북한선교의 비전과 열정은 그런 역사관과 신앙관을 회복시켜주실 하나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1세기 우리민족과 한국교회가 새롭게 도약할 계기가 거기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3. 세계선교의 새로운 방향으로서 '땅 끝' 개념
통일시대의 한국교회는 세계를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대국이라는 국가적 이미지에 걸맞게 세계선교를 책임지는 선교대국으로 일어서야 한다. 바울 시대 이후 지금까지 서진을 계속하고 있는 복음의 중심축은 이제 아시아의 동쪽 끝 극동에서 마지막 '땅 끝'을 향하여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통일시대를 맞이하게 될 한반도의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인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통일의 큰 축복 속에서 마지막 '땅 끝'선교시대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그동안 남북한을 가로막았던 분단의 벽은 비극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영적 잠재력을 축척시켜준 복음의 저장 댐이 될 것이다. 때가 되어 그 댐의 수문이 열리게 되면, 그 동안 축척된 복음의 잠재력이 폭발적인 힘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사도행전 1:8에 의하면, 복음은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유다와 사마리아를 거쳐 '땅 끝'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땅 끝'이란 어디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유대인의 관점으로 본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이방인 관점으로 본 해석이다.
유대인의 관점에서 본 '땅 끝'은 사도행전에 기록된 그대로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복음이 유다와 사마리아를 거쳐 마지막으로 도달할 원방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땅 끝'은 예루살렘을 구심점으로 멀리까지 확장되는 원심으로서의 이방지역이다. 아직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는 복음이 미치지 못한 미전도 지역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곳을 향한 선교적 관심과 활동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또 다른 해석인 이방인 관점으로 본 '땅 끝'은 오히려 복음의 출발점이자 구심점이었던 예루살렘이 '땅 끝'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00여 년 동안 이방선교시대가 확장되면서 교회의 선교적 관심은 유대인 관점의 '땅 끝'인 이방지역에 집중되어 왔었다. 이제는 관점을 바꾸어 이방인의 관점에서 본 '땅 끝' 곧 예루살렘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으로 인한 영적 지형이 변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곧 이스라엘의 독립은 서진(西進)하는 복음전파 역사에서 새로운 반환점을 제시한 것으로 '땅 끝'에 대한 해석이 유대인의 관점에서 이방인의 관점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