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에 대한 인식, 무신론자들이 더 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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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교수의 성령론(47)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회개는 성령사역의 중심

예수께서는 성령께서 하시는 주요한 사역이 바로 회개 사역임을 분명히 하셨다. 성령의 회개 사역으로는 거듭남을 향한 회개, 자범죄의 회개, 온전한 헌신을 위한 회개, 세계관적 회개, 공동체성을 향한 회개 등 여러 차원을 소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죄를 회개케 하여 거듭나게 하시는 사역을 하신다는 점을 살펴보자.

"그러하나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요 16:7-8).

성령의 거듭나게 하시는 사역을 소개하기 위해 먼저 인간 속에 있는 하나님을 지각하는 본성에 대해서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위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다는 고백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들이 정말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영혼이 있으며 하나님을 알 수 있는 생래적(生來的)인 지각이 인간의 영혼 속에 내재(內在)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크리스천이든 불신자이든 간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인식한다.

"이는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그들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 1:19-20)

이 점에 대해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증거로서 우선 우리의 생활환경은 온갖 종교적 산물과 문화로 가득 차 있음을 본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 경험도 역시 온갖 종교적 표현과 행동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종교란 인류가 역사를 이루고 문화를 구성하고 살 때에 뚜렷이 나타나는 인간 생활의 한 현상으로서, 지구상 어디서나 발견될 수 있고 또 역사상 언제나 발견할 수 있는 인간 활동의 하나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종교에 대한 냉담자들이 많다. 종교가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전혀 종교성을 못 갖춘 이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 속에도 역시 하나님을 인식하는 생래적인 지각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종교에 대해서 무관심한 이유는 대개 그들의 환경에 종교적 생활을 가져올 만한 자극이 없었거나, 종교적 가치와 진리를 숙고해 볼 만한 기회가 없었다거나, 아니면 종교적 신앙의 필요성을 아직 자기 경험 속에서 인식하지 못했거나 이다. 그러나 이들도 일단 성령의 감화하심을 받게 되면 그들 속의 생래적 지각이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여 하나님을 믿는 신앙 가운데로 나아오게 된다.

그런가 하면 세상에는 반종교가(反宗敎家)들도 많다. 반종교가란 어떤 특정 종교나 종교 전체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종교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이 많은 자들이다.

알고 보면 이들 중에는 전에 특정한 종교를 믿고 있다가 이에 대하여 불만을 느끼고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대개 반감을 품고 비판하는 것은 예를 들면 교회 교권의 악용이나 물량주의 또는 교회의 사회적 기능의 둔감 등에 대해서이다. 그래서 이들의 지적은 오히려 합리적이며 갱신적일 때가 많다. 이들 중에는 순수하게 종교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교회나 지도자들을 대할 때면 오히려 쉽게 감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또 하나의 부류는 무신론자들인데, 그러나 그들 역시 종교성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논리를 전개할 때에는 언제나 스스로 어떤 특정한 종교적 체계를 그의 사상 속에 전제했기 때문에 그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실제적으로 볼 때 자칭 무신론자들 가운데는 흔히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민감한 종교성을 가진 이가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성격의 무신론자들 중에는 외면상으로는 종교인이 아닌 듯하지만, 실제생활과 정신세계 속에서는 종교의 본질에 부합된 삶을 추구하고자 노력하는 면이 강하게 엿보이는 이들이 많다.

그러므로 냉담자, 반종교가 그리고 무신론자들도 역시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이고, 오히려 그 인식이 일반인들보다 더 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을 향한 종교성이란 피조물로서의 인간이 필연적으로 창조주 하나님의 품을 그리워함으로부터 이 땅에 생겨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는 사람으로 혹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하려 하심이로되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계시지 아니하도다"(행 17:27)

그러므로 아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신을 섬기는 종교성이 많다고 사도 바울이 말했듯이(행 17:22-23 참조), 신앙의 진정한 동기는 인간 심성 안에 내재하고 있는 하나님의 형상 곧 신성(神性)의 자극으로 인해 생긴 종교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성령께서는 이러한 인간 심성의 깊은 곳에 영향을 주어 불신의 죄악을 회개하고 마침내 예수 구원의 빛 가운데로 나오게 하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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