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단 한 가지 과목, ‘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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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제자도 (13) 고난을 통해 배우기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 세상에 순수하게 고난당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혹은 고난이 그의 ‘소원’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고난은 소원을 빼앗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어도, 고난이 닥쳐오면 고난으로 인해 의욕을 상실하고 소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은 고난당하기를 싫어한다.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도, 고난당하는 것이 싫기 때문에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종교생활을 하는 이유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기독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종교생활의 이유는 분명했다. 평안과 안식은 기본이요, 복을 받기 위해 종교를 갖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식의 생각을 갖고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혹은 이런 안식이나 복 받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적어도 고난 중에 하나님께서 ‘고난으로부터 구원’해 주시기를 바란다.

삶이 고달프다. 심지어는 역겹기까지 하다. 아미 지긋지긋하게 인생이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하나님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오직 그분만이 이런 고단한 상황에서 구원해 줄 수 있는 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고난당하는 일’을 소원할 수 있겠는가? 말이 되는가? 혹시 미친 것은 아닌가? 그런데 가끔 그런 미친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다. 그는 말한다.

“아니, 나는 권력, 부, 명예, 사랑의 행복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바라는 것은 싸움과 위험과 고난뿐이다. 이것만이 나의 영혼을 자극한다.”

그는 마치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는 사람과도 같다. 그는 고난을 소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는 고난을 소원했던 자일까? 키에르케고어는 그의 강화 <고난의 복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활시위의 자존심은 오직 한 가지, 전투에서 당겨지기를 열망하듯이, 아무리 많은 승리를 얻어도 느슨해져 창고에 쳐박히는 것, 이 한 가지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듯이, 이 사람 역시 싸우는 중에 전투의 날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분투의 긴장 속에, 전투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죽기를 원했다.”

곧 키에르케고어는 이 사람은 고난을 원한 것이 아니라, 싸움을 원했다는 것이다. 싸움을 통해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기 원했다는 것이다. 싸움을 통해 암묵적으로 자신의 명예와 존경과 권세를 획득하기 원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고난을 소원하는 일, 고난당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비록 유물론자였지만 그의 책 <기독교의 본질>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고난당하는 것은 기독교의 최고의 명령이다. 기독교의 역사는 인간 수난의 역사다.”

어떻게 고난당하는 기독교를 생각할 수 있는가? 아마 예수 믿으면 더 고난이 닥쳐온다고 말한다면, 누가 쉽게 예수를 믿을 것인가?

그러나 키에르케고어는 믿는 자를 고난으로 초대한다. 진리는 이 세상에서 고난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 비진리니까. 인간이 스스로 고난을 생각할 수 없다면, 고난을 소원할 수 없다면, 기꺼이 고난당하신 분께 사로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분은 세상에 오셨으나 젊은이가 자신의 아버지 집에서 나간 것처럼 그런 방식으로 나간 것이 아니었다. 그분은 하늘의 아버지로부터 오셨다(요 16:28). 그 분은 창세 전부터 있었던 영광을 포기했다(요 17:5).

그렇다. 그분의 선택은 영원한 자유이고 그래서 그분은 고난당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 복음은 그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말한다.

“그가 아들이시면서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 온전하게 되셨은즉 자기에게 순종하는 모든 자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히 5:8-9)”.

우리는 본성상 고난을 바랄 수 없다. 고난을 소원할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 오셔서 고난을 통해서 순종을 배웠다.

이것을 생각해 보라. 예수 그리스도는 완전한 분이시다. 모든 것을 아시는 전지전능한 분이시다. 그런 완전한 분께서 배울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오늘 소개한 복음의 본문은 말한다.

“그 분은 고난을 통해 순종함을 배워서 완전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람이 온전하게, 혹은 완전하게 되는 방법이 있을까? 세상의 교육은 ‘전인교육’을 말한다. 완전한 사람이 되는 교육을 하겠다는 의미다.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웠을 때 완전하게 되었다면, 믿음에 이른 그리스도인이 완전해지려면 예수 그리스도처럼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워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세상의 교육은 순종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인간이 되는 교육, 곧 전인 교육은 불가능하다. 오직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울 때만 가능한 일이다. 언제? 고난의 학교에 들어올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키에르케고어는 그의 책 <고난의 복음>을 통해 고난의 학교에 입문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난의 학교에 들어오면 무엇을 배우는가? 일반적으로 학교에 입학하면 여러 과목을 배운다. 그러나 고난의 학교는 오직 단 한 가지 과목만 가르친다. 그것은 ‘순종’이다. 순종의 고난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첫 번째 과목이자 마지막 과목이다.

필자는 그동안 키에르케고어의 <고난의 복음> 첫 번째와 두 번째 강화를 소개 한 바 있고, 이 글은 <고난의 복음>에 나와 있는 세 번째 강화로 앞으로 여러 회에 걸쳐 ‘고난’과 ‘순종’이라는 주제로 그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자기 시험을 위하여>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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