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화백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듯 그려 왔다”

김신의 기자  ewhashan@gmail.com   |  

지적 장애인을 그리는 화가, 김근태 전시회 『빛 속으로 (Into The Light)

청년 예수는 늘 어둡고 그늘진 자리를 찾았다.
그의 모든 관심은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있었고
하나님의 나라는 언제나 그 곳에서부터 세상으로 스며들었다.

만약 청년 예수가 예술가의 길을 택했다면 그는 어디로 향했을까.
20년이 넘는 세월 ‘사람 그대로의 사람’을 그리기 위해 방황했던 작가 김근태는
지적 장애인과 함께 머물며 작은 섬 고하도에 열린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듯 그려 왔다.
- 김근태 전시회 『빛 속으로 (Into The Light)』 프롤로그 中

▲김근태 화백 프로필 사진. ⓒLIFE&ART curation 제공

▲김근태 화백 프로필 사진. ⓒLIFE&ART curation 제공

지적 장애인을 그리는 화가, 김근태 작가의 『빛 속으로 (Into The Light)』 전이 9월 12부터 9월 17일까지 G&J 광주·전남 갤러리(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35-4 인사동마루 본관 3층)에서 열린다. 오픈식은 9월 13일(목) 오후4시다.

장애인을 예술의 대상으로 삼는 급진성은 작가의 흔한 패기로 될 일이 아니다. 실존을 위협하는 세상의 도전을 여러 번 거치더라도 사람의 눈이 낮은 곳을 향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민주 항쟁에 몸을 던지고도 살아남았다는 죄의식 때문이었을까, 한 쪽 눈을 빼앗아간 사고가 남긴 공감 때문이었을까, 김근태 작가는 4번의 자살 시도가 말해주듯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왔다. 그런 그가 목포 앞 바다의 한 섬에 이르러 ‘사람의 공동체’를 만났다. 그리고 장애인들을 화폭에 담는 세계 유일의 화가가 되었다.

2015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은 유엔(UN)이 김근태 전시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과 2018년, 각각 제네바 유엔 본부와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그의 작품이 전시(한국인으로서 UN 본부에서 초대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김근태가 최초)되었다.

또 최근에는 평창 패럴림픽 초대전 ‘들꽃처럼 별들처럼’을 통해 김근태 화가의 작품과 함께 5대륙 9개국의 장애 아동 36명의 그림이 동시 전시되었는데 이 자리에 김정숙 여사가 참석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빛 속으로 (Into The Light)』를 통해 김 화백이 하고자 하는 빛은 ‘내면의 빛’이다. 이는 지적 장애인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에서 기원한 숭고함이자 구도자로서의 자신이 발견한 새 빛이다.

▲김근태 화백 프로필 사진. ⓒLIFE&ART curation 제공

▲김근태 화백 프로필 사진. ⓒLIFE&ART curation 제공

빛으로는 내면의 빛을 의미한다.
노란빛, 파란빛, 빨간빛은 내게 마음의 빛들이다.
두텁게 쌓여 있던 상실의 아픔을 지우고, 닦고, 긁어내고, 덮고, 파내고, 메우고,
그렇게 수차례를 반복하여 빛을 빚어냈고 빛이 탄생했다.
- 김근태, 작가 인터뷰 中

남은 한 쪽 눈의 시력마저 잃어가고 있지만 김 화백은 이 전시회를 통해 여전히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그리고 장애인을 ‘소통과 공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그의 한 시선은 ‘동정과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우리의 두 시선 보다 여전히 더 따뜻하다.

그의 이전 전시가 그러했듯, 이번 전시에도 장애인 작가 및 작가 지망생 그림이 같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는 김한별 군, 임석진 군, 밀알복지재단의 윤인성 작가가 함께 한다.

또한 유화 그리기를 취미로 가진 오준 전 유엔대사(현 경희대 교수,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의 작품 몇 점도 함께 전시되는데, 이에 대하여 그는 아래와 같은 소감을 전했다.

“내가 유엔대사이면서 장애인권리협약 의장을 맡고 있었던 2015년. 우리 유엔대표부는 2015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유엔에서 김근태 전시회를 개최하였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각국 유엔 외교관들이 다수 참석하였다. 이를 계기로 김화백은 제네바의 유엔 본 부와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2017년과 2018년 각각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내가 김근태의 작품에 주목하게 된 것은 장애인권리협약 의장 활동 이외에도 미술에 대한 개인적인 관 심도 작용한 것 같다. 나는 중, 고교 시절 미술반으로 활동하였고, 싱가포르와 유엔대사로 활동한 6년 간 은 매년 유화 1점을 그려서 연하장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2017년 초 외교부를 퇴직한 후 장애관련 단 체들을 포함한 사회활동을 시작하면서 장애관련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김화백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제 네바 전시, 평창 패럴림픽 참석 등 여러 계기에 함께 일하다가, 2018년 9월 김근태 전시회에는 그간 내 가 연하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년 그렸던 유화들을 찬조로 전시하는 만용을 부려보기로 했다. 간헐적 으로 만든 아마추어 작품들이 관람할 만한 대상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장애인 인권과 미술이라는 두 분 야에 대한 열정을 나와 함께 공유하는 화가 김근태를 성원하기 위한 일념에서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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