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예루살렘 회복’에 대한 당시대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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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때’에 관한 예언과 성취(3)

*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방인의 때'에 관한 예언과 성취>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III. 예루살렘 회복에 대한 당시대의 기대

예루살렘 회복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감은 누가복음의 예수 탄생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시므온과 안나에게서 찾을 수 있다. 시므온은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렸고(2:25), 안나와 주변 사람들은 '예루살렘의 구속'을 바랐다(2:38). '이스라엘의 위로'와 '예루살렘의 구속'은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표현들이다. 누가복음 본문은 '이스라엘의 위로'와 '예루살렘의 구속'이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해당 주제가 익숙한 내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통치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포로기 이후 사회 전반에 팽배하게 퍼져있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이스라엘의 위로'는 이사야가 강조하였던 위로의 예언 말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사 40:1-2; 49:13; 51:3; 61:2; 66:13),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하나님의 촉구는 이스라엘에게 베풀어 주실 종말론적 회복주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위로'는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혜이다. 이사야가 제시하는 위로의 근거는 '노역의 때'가 끝남으로 주어지는 '죄악의 사함'이다(사 40:2). '예루살렘의 구속'은 예루살렘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을 의미한다. 두 번째 유대인의 로마항쟁 기간 중에 발행된 동전에는 '이스라엘의 구속의 해'라는 표현이 새겨져 있다. 이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로 대체한 것으로 '예루살렘의 구속'에 대한 동의어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누가복음의 '위로'와 '구속'은 하나님의 종말론적 구원을 의미하는 병행동의어이다. 그의 백성 이스라엘의 위로와 예루살렘의 구속이 병행구절이라는 점은 이사야 52:9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너 예루살렘의 황폐한 곳들아, 기쁜 소리를 내어 함께 노래할지어다. 이는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을 위로하셨고 예루살렘을 구속하셨음이라" 그의 백성 이스라엘을 위로하시는 하나님은 또한 예루살렘을 구속하시는 분이시기도 하다.

시므온과 안나가 바라고 구했던 '이스라엘의 위로'와 '예루살렘의 속량'은 이들만의 독특한 것이 아니라 당시대 유대인들이 지니고 있었던 신앙적 기대감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런 점은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와 아리마대 사람 요셉에게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 역시 예수께서 '이스라엘을 구속하실 분'으로 기대했었다(눅 24:21). 아리마대 사람 요셉 역시 하나님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눅 23:51). 요셉은 두 가지 점에서 시므온과 안나를 닮았다. "착하고 의로운" 사람이라는 요셉의 성품은 시므온과 안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한 하나님나라를 기다리고 있는 요셉의 종말론적 기대는 시므온과 안나가 지니고 있었던 신앙이기도 했다. 세례요한의 아버지 스가랴 역시 그의 축도 속에서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 이스라엘을 찾아오시어 구속하시며 구원의 뿔을 그의 종 다윗의 집에 일으키실 것이라고 천명하였다(눅 1:68-69). 여기에서 다윗의 집은 예루살렘에 대한 포괄적 표현이다.

누가복음의 후편인 사도행전 1:6 내용은 "그들이 모였을 때에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때이니이까"이다. 제자들은 이스라엘의 주권 회복에 관심이 있었다. 제자들이 그렇게 질문한 것은 그 이전에 예수께서 강조하신 성령의 오심과 약속의 성취에 대한 언급 때문이었다. 약속의 성취에 대한 언급은 사도행전의 다른 여러 곳에도 등장한다(행 2:39; 13:23, 32; 26:6). 제자들은 회복된 하나님나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다(막 10:35-45; 22:24-30).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은 정치적인 것과 영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다. 영적 회복을 확신했던 제자들은 정치적인 회복도 함께 따라 올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제자들의 질문 핵심요지가 이스라엘 나라의 회복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질 것인가에 있었다는 점이다. 즉 제자들의 관심은 즉각적인 것을 의미하는 표현인 '지금'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예수께서는 이스라엘의 회복이라는 미래 소망을 거부하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즉각적인 회복에 대한 제자들의 지나친 기대감을 거부하신 것이다. 부활하신 후 예수께서는 40일 동안 제자들을 만나시면서 하나님나라의 일을 말씀하셨다(행 1:3). 예수의 그런 가르침은 임박한 종말을 기다리는 열광주의로 치우칠 수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 일이 일어날 '때와 시기'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밝히시면서 제자들의 성급한 기대감을 조정해 주셨다. 그것이 그들의 우선순위가 아님을 분명하게 지적해 주셨다(행 1:7). 그러면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땅 끝까지 나아가 자신의 증인이 되어야함을 강조하셨다(행 1:8).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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