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믿을 때 한 번만 회개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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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본철 칼럼] 성령 사역과 신자의 회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어떤 이는 '예수 믿을 때 한 번 회개했으면 되었지 또 무슨 회개냐?'하고 반문하는데, 물론 죄인으로부터 용서 받은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회개는 일생에 단 한번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거듭난 이후 우리는 지속적으로 죄(sins)와 허물(errors)을 주님의 보혈 앞에 정결케 되어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더 깊은 회개와 지속적인 회개의 정신이 영혼 속에서 점차 희미해질 때부터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둔해지고 거룩함으로부터 멀어져가게 된다. "바로 우리의 죄 때문에 예수께서 돌아가신 사실을 기억할 때, 어떻게 우리가 죄악을 즐길 수 있는가?"(J. C. Ryle) 이미 구약성경에서 우리는 성령의 회개 사역에 대한 확고한 선언을 볼 수 있다.

"여호와의 말씀에 너희는 이제라도 금식하고 울며 애통하고 마음을 다하여 내게로 돌아오라 하셨나니 너희는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올지어다 그는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며 인애가 크시사 뜻을 돌이켜 재앙을 내리지 아니하시나니"(욜 2:12-13)

신구약을 관통하고 있는 할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좀 살펴보자. 사실 할례란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별로 관심 밖일 때가 많다. 그러나 할례에 대한 교훈이 오늘날 크리스천들에게 주는 영적 의미는 자못 심각하다. 특히 죄와 구원에 대해서 지난날 유대인들이 잘못 범했던 허물이 크리스천들에게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교훈은 꼭 청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들 사이에 이방인들에게 과연 할례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행 15:5-11). 당시 유대인들은 할례 받았다고 하는 자부심에 부푼 나머지 할례가 주는 더 중요한 내적인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그들이 아무리 할례를 받았어도 율법을 범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할례 받은 것은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라고 책망한다.

"네가 율법을 행하면 할례가 유익하나 만일 율법을 범하면 네 할례는 무할례가 되느니라"(롬 2:25)

그러면 비록 무할례자라 할지라도 율법을 지키면 비록 할례 받지 않았어도 그것을 할례로 인정한다. 이와 같이, 선택된 하나님의 백성들이라는 자부심 속에서 우리의 삶에 아무런 복음의 열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안 믿는 사람들이 차라리 우리를 판단하며 비웃지 않겠는가?(롬 2:26-27) 그러므로 할례 받고 안 받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내가 삶 속에서 주님과의 영적 교제의 삶을 통해 열매 맺는 삶을 살아가고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표면적 할례와 마음의 할례가 비교된다(롬 2:28-29). 표면적 할례는 다만 인간에게만 인정될 뿐이다. 그러나 진정한 할례의 표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형식적인 종교인이 아니라, 명목상의 신자가 아니라, 진정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의 할례를 받아 하나님과의 사귐을 갖는 성령의 인침 받은(고후 1:21-22) 영적 그리스도인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희는 스스로 할례를 행하여 너희 마음 가죽을 베고 나 여호와께 속하라"(렘 4:4)

하나님께서는 복음 안에서 성령의 사역을 통해 이러한 마음의 할례로서의 회개의 역사가 일어나도록 하시는데, 이때 인간은 매우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죄의 길을 버리게끔 양심을 각성시키신다.

거듭나지 못한 자의 양심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거듭난 자는 할 수 있다. 이는 그의 각성된 양심이 자유의지를 선으로 향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거듭난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을 온전히 기쁘시게 하기 위해, 자신의 영적 능력이 좀 더 강건한 데까지 나아가서 마침내 충분히 죄악을 이겨내는 죄와는 상관없는 삶에 이르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하게 된다.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의 핵심은 바로 성령의 능력을 통한 '신자의 회개'에 있었다. 평양 장대현교회에 모였던 그들은 대부분이 불신자들이 아닌 이미 교회에 출석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던 신자들이었다.

이 부흥이 시작되기 전 북장로교 선교사로서 평양 장로회신학교 교수를 지낸 브레어(William Newton Blair)는 말하기를, "우리는 그 8월의 회합을 통해서 전에 없이 강한 힘으로 역사하시는 성령세례만이 시련의 앞날을 위해 우리와 우리 한국인 형제들을 채울 수 있음을 깨달아 갔다. 우리는 한국 교회가 알력과 분열의 죄에 대한 회개 뿐 아니라 모든 죄를 보다 분명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함으로써, 평양 대부흥운동이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죄의 회개와 성령세례의 체험을 위해서 필요하였다고 보았다.

선교사들은 특별히 1907년 평양에서 열리는 겨울 남자 사경회 때 큰 축복을 받기 위해 함께 기도하기로 하였다. 마침내 부흥의 불길은 이 사경회에 임한 것이고 그리고 그 부흥의 속성은 바로 신자의 회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부흥사경회를 통해 개개인의 내면 깊이 숨겨 있던 죄에 대한 고백은 결국 청결한 신앙을 갖게 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선교사 입국 이래 신앙의 순수성은 늘 강조되어 왔지만, 실제 교인들 가운데는 부도덕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한국 초기 교회와 교인들의 도덕적인 취약점이 부흥운동을 통해서 크게 개선되었고, 그 후 한국 교회의 경건성을 구현하는 기틀이 되었다. 이 같은 운동의 성격에 대해서 비판적인 이들도 물론 있었지만, 이 운동으로 인해 한국교회는 비로소 교회다운 영적인 힘과 믿음을 갖추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 동력을 바탕으로 한국교회는 급성장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한국인의 도덕적, 영적 각성을 일으키는 힘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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