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고통을 겪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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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고난의 복음 (18) 죄책과 결백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일반적으로 죄책감은 정신적 질병이다. 대표적인 예로 마조히즘이 있다. 이것은 타인으로부터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고 고통을 받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느끼는 병적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런 감정은 어렸을 때, 부모에게 구타를 당하며 학대를 받으면서도 부모가 애착의 대상일 때,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그래 나는 맞을 짓을 했지. 그러니 맞아야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모가 때리는 일을 멈출 경우 스스로 때린다. 바로 이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죄책감이다. 결국 마조히즘은 맞으면서, 고통당하면서 기뻐하는 것이다.

니체는 죄와 관련된 기쁨을 ‘의지의 광기’, ‘자기 학대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니체에게서도 죄의식은 공허한 자기희생만 유발시킬 뿐이다.

키에르케고어는 <고난의 복음>에서 ‘죄책으로 고난당하는 기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죄의식이나 죄책에 대한 병적 증상과는 달리, 그리스도인은 죄책으로 고난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논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린 강도의 고백을 다룬다.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다(눅 23:41).”

다시 말해, 강도는 맞을 짓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에 달렸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강도는 십자가에 달려 죄책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그가 죄책으로 고통을 당하는 것, 죄의식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 병적 증상과 무엇이 다른가? 죄의식이 있고 죄에 대한 회개가 선행되지 않는데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가?

첫째로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면, 키에르케고어가 말하는 죄책이란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느끼는 책임이 아니다. 이것은 보다 근원적인 죄에 대한 고발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 앞에서 느끼는 죄책이다.

그에게서 ‘코람 데오’는 사상의 핵심이다. 이 말은 ‘하나님 앞에서’라는 뜻이다. 그의 책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도 본래적 절망은 하나님 앞에서 느끼는 절망이고, 이때 죄란 절망의 강화다. 곧 하나님 앞에서 죄로 인해 절망하지 않고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하나님 앞에서 느끼는 죄책은 무한한 빚, 갚을 수 없는 빚과 같은 채무의식을 낳는다. 이것을 이해할 때, 자아는 선물(gift)에 대한 무한한 과업을 인식한다. 나는 가끔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리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도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 말하는 고백을 듣는다. 그들의 남은 삶은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죄의식은 자기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죄의식은 윤리적 명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웃에 대한 책임을 낳는다. 그리스도인이 십자가에 달린 강도처럼 죄의식을 느꼈다면, 자신의 삶이 은혜로 된 것이고 남은 삶은 선물이라는 것을 느껴야 정상이다.

반면 결백은 어떨까? 결백한 자에게 이웃에 대한 책임이 있을까? 세상의 지혜는 불필요한 죄책감을 벗어 던질 것을 요구한다. 불필요한 죄책감은 인생을 불행하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키에르케고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언제나 죄책으로 고난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백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뿐더러, 언제나 하나님과 논쟁하고 다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 보라. 욥처럼 말이다. 아마 이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하나님과 싸울 것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고통을 겪게 하나요?”

이것은 내가 하나님 앞에서 잘못한 것이 없는데, 내가 결백한데, 왜 이런 시련을 주는지에 대한 하나님을 향한 항의다. 더 심하게, 이것은 일종의 하나님과의 결투이고 대결이다. 하나님이 옳든가, 내가 옳든가. 그러나 이런 대결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대결 구도를 만드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물론, 그들이 의를 위해 핍박을 받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은 바로 기도실로 들어가서 기도한다.

“나에게 해를 입힌 사람들에게, 나의 원수들에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입증할 수 있게 나를 도와주세요. 내가 이 고통에서 벗어나 반드시 성공해서 본때를 보여주게 도와주세요.”

이것은 올바른 기도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죄책으로 고난당해야 한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믿어야 한다. 십자가에 달린 강도처럼 묵상해야 한다. 곧, 나는 언제나 죄책으로 고난당하지만 주님께서는 죄 없이, 잘못한 것도 없이 고난당했다는 것을 묵상해야 한다.

욥을 생각해 보라. 욥과 같이 의로운 사람도 결국 회개하지 않았는가. 하나님 앞에서 의를 행한 욥도, 하나님께 항의하다 결국 굴복하지 않았는가.

주님께서는 우리가 왜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왜 환난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요구한 적이 없다. 고통의 근원을 찾을 어떤 의무도, 이유도 없다. 혹은 하나님이 얼마나 의로운 분인지 입증할 필요도 없다. 이런 일은 더 가혹한 고통을 낳을 뿐이다.

다만, 왜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우리는 십자가의 강도처럼 언제나 죄책으로 고난당하고 있지만 주님은 죄 없이 고난당했다는 것을 깊이 묵상하고 믿으라.

무엇보다 하나님이 얼마나 의로운지 입증하려 하지 말고, 하나님이 언제나 사랑이라는 것을 믿으라! 그러면 자기 학대의 기쁨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샘솟는 기쁨이 생기는 기적이 있을 것이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자기 시험을 위하여>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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