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이방인의 때’와 다니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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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때’에 관한 예언과 성취(5)

*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방인의 때'에 관한 예언과 성취>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B. ‘이방인의 때’와 다니엘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이방인의 때’는 성경적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 ‘이방인의 때’라는 표현은 누가복음 21:24 이외에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비슷한 표현으로 에스겔 30:3에 나오는 ‘여러 나라들의 때’(the time of the nations)가 있지만, 그것은 여호와의 날과 관련하여 열방에 대한 심판이 강조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이방인의 때’와 같은 성격의 주제는 다니엘서에 나오는 환상들에서 찾을 수 있다. 예수께서도 세 때와 관련하여 ‘선지자 다니엘’을 언급하셨다(마 24:15). 다니엘서에는 이방왕국들의 통치와 관련하여 세 가지 환상이 소개되어 있다. 첫째는 느부갓네살 왕이 꿈에서 본 거대한 신상이다. 각 부분이 순금, 은, 놋, 쇠, 진흙으로 구성된 이 신상은 하나님나라가 도래하기까지 온 세계를 지배하게 될 왕국들의 목록이다(단 2 : 31-45). 다니엘서는 이들의 통치시기를 ‘여러 왕들의 시대’(the days of those kings)라고 지칭하였다(단 2:44). 두 번째는 벨사살 왕 원년에 다니엘이 꿈에서 받은 환상이다(단 7 : 1-27). 이 환상 속에 등장하는 네 짐승 역시 하나님나라의 영원한 통치가 있기 전까지 세상을 지배할 네 왕국들 의미한다. 세 번째는 벨사살 왕 삼년에 다니엘이 본 숫양과 숫염소 환상이다(단 8 : 1-26). 이 환상은 이방나라들의 통치가 얼마동안 지속될 것인지를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다니엘서에 나오는 세 환상의 공통점은 열방들은 유대민족을 포함하여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과 또한 이들의 지배는 하나님의 새로운 통치가 수립되기 전까지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나라가 도래하기 전까지 이 세상의 역사는 ‘이방인의 시대’가 지속된다는 것이 다니엘서의 일관된 주장이다.

다니엘서의 종말사상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9장의 70이래 예언을 통해서이다. 다니엘은 예레미야 70년 예언의 성취를 앞두고 자기 민족을 위하여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기도하였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가브리엘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과 거룩한 성을 위한 새로운 70이레 계획을 전해주셨다(단 9:24). 하나님께서 다니엘에게 알려주신 70이레의 비밀은 “허물이 그치고 죄가 끝나며 죄악이 용서되며 영원한 의가 드러나며 환상과 예언이 응하며 또 지극히 거룩한 이가 기름 부음을 받으리라”(단 9:24)이다. 그것은 예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십자가를 통한 구속사역을 완성하심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다니엘서의 70이레는 다시 7이레와 62이레, 그리고 한 이레로 세분된다(단 9:25). 이것은 예수의 초림으로 시작된 다니엘의 70이레 예언이 예수께서 재림하시어 세상나라를 심판하시고 이 땅에 하나님나라(천년왕국)를 세우심으로 완성될 것임을 보여준다.

첫 번째 7이레와 두 번째 62이레는 “예루살렘을 중건하라는 영이 날 때부터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곧 왕이 일어나기까지”(단 9:25)의 역사이다, 예루살렘의 중건 명령은 주전 445년 페르시아의 아닥사스다 왕이 그의 술 맡은 관원 느헤미야에게 예루살렘 재건을 명령함으로 이루어졌다(느 2:1-8). 70이레 가운데 첫 번째 7이레인 49년은 예루살렘 재건 명령이 내려진 주전 445년으로부터 구약의 마지막 선지자 말라기가 활동했던 주전 397년까지이다. 이 7이레 후 이스라엘에는 세례 요한의 등장까지 약 400년 동안 선지자가 나타나지 않은 중간사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가 다니엘 70이레의 두 번째 기간인 62이레(434년)이다. 이 기간의 마지막에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 곧 왕이 일어날 것”(단 9:25)이라는 다니엘의 예언이 정확하게 성취되었다. 그러나 62이레 이후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끊어져 없어질 것이요, 한 왕의 백성이 와서 그 성읍(예루살렘)과 성소를 무너뜨릴 것”(단 9:26)이 예고되었다. 이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받아 죽으실 것과 주후 70년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 멸망하게 될 것을 예언한 것이다.

70이레 예언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한 이레 7년이다. 다니엘의 예언에 의하면, 한 왕(적그리스도)이 와서 이스라엘과 한 이레 동안 언약(평화조약)을 맺게 된다. 그 왕은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면서 그들에게 평화를 약속하고 성전재건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이레의 절반(3년 반)이 지난 뒤 그 왕은 성전에서 제사와 예물을 금지하고, 그 대신 성전에 세운 자신의 우상숭배를 강요하게 된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에게 본격적인 환란이 시작되어 아마겟돈 전쟁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런 다음 마지막 예수의 재림으로 종말의 역사는 끝나게 된다. 그것은 ‘이방인의 때’가 최종적으로 종결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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