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중국 공산당, 그리고 북한의 교황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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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예수회, 베네딕토 16세, 그리고 개신교

▲역대 교황들. 왼쪽부터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역대 교황들. 왼쪽부터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1517년 마르틴 루터에 의해 시작된 종교개혁이 독일 전역뿐 아니라 알프스를 넘어 밀라노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그동안 루터에 대한 이단 공세와 비방 선전에만 머무르던 가톨릭은 자구적인 개혁에 착수하여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을 단행한다.

성체성사(일명 화체설)라든지, 비밀 고해성사라든지, 성인통공(죽은 자와 교통)이라든지, 성인유해 공경(죽은 성인의 유적을 찾는 일)이라든지, 연옥설이라든지, 가톨릭 특유의 기본 교의를 도리어 공고히 하는 결의를 다졌을 뿐 아니라, 당시 종교개혁의 뇌관이 되었던 교회부패, 즉 타락한 성직자에 대한 처벌과 면벌부(면죄부) 오남용을 금지하는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이 시도를 가톨릭의 대항종교개혁(Contrareformatio)이라 일컫는다.

개신교 종교개혁에 맞선 이 대응개혁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주도 세력이 있었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예수회 또는 제수잇(Jesuit)이라 불리는 수도회 조직이다(Societas Jesu). 이들이 주도한 개혁의 요목으로는 상기의 내부 개혁 외에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선교였다.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 부폐가 누적된 중세 교회를 저돌적으로 개혁시킨 이 조직의 근성이 말해주듯, 이들의 공격적 선교는 당시 기울어 가는 가톨릭의 역량이 되어 주었다.

일본에 ‘예수’라는 이름을 처음 상륙시킨 것도 이들이며(1549년), 중국에 기독교를 최초로 전한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19세기 초에 들어서야 선교를 본격화한 개신교의 개혁과는 대조적인 면이기도 하다.

▲중국 선교에 앞장섰던 16세기 선교사 마테오 리치.
▲중국 선교에 앞장섰던 16세기 선교사 마테오 리치.

중국의 가톨릭 선교는 1576년 마카오에 선교부가 설치되면서 본격화되었는데, 진정한 선교의 결실은 이마두(利瑪竇)라는 한자 이름을 쓰는 이탈리아인 선교사가 1587년에 입국하면서부터였다. 바로 다름 아닌, <천주실의>의 전수자 마테오리치(Matteo Ricci)이다.

그는 준비된 중국 선교사였다. 한자 및 중국어를 뛰어나게 구사했다. 10년을 사역하면서 상부 계층을 공략하여, 괄목할 만한 선교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17세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교황청에서 후발주자로 파송한 도미니크 수도회 선교사들과 프란치스코 수도회 선교사들은 중국에 입국하고서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마테오 리치가 길러낸 가톨릭 신도들이 중국 전례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마테오 리치는 비록 중국어에 능통했지만 갖은 고난을 겪다, 1601년 북경에 가톨릭 선교국을 설립할 수 있을 정도의 기반을 닦게 되었는데, 이는 중국 황제의 전적인 신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 황제는 어떻게 이 서양인 선교사를 신임할 수 있었을까. 마테오 리치가 단지 중국인 복장이나 하고 이름을 이마두로 썼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중국인 문화에 대한 열렬한 이해를 표명하였다.

그 중심에는 중국인 특유의 유교 문화에서 비롯된 제사 및 조상숭배 전통을 중국인의 사회/문화적 특성으로 인정하고, 가톨릭으로 개종한 중국인이 이 의식을 존속할 수 있도록 한 조처가 있었던 것이다.

▲마테오 리치.
▲마테오 리치.

이 광경을 보고 경악한 선교사들이 본국에 보고함으로써, 이 문화/선교 정책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는데, 이를 ‘중국 전례 논쟁(Chines Rites Controversy)’이라 부른다.

도미니크 수도회는 1645년 이러한 우상숭배 예식에 반대하는 결정을 교황청에서 관철시켰다. 이 결정에 따른 조치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문제가 된 제사 의식이 종교적인 게 아니라 단지 사회적 경건에 불과하다는 자인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권면조차 중국인들에게는, 특히 중국의 황제에게는 극심한 모욕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긴장과 갈등 속에 시간이 흐르다, 가톨릭 교회는 1742년 이 문제가 완전 우상숭배임을 선언하게 되고(베네딕토 14세), 이에 따라 중국은 중국대로 가톨릭에 배타적인 입장으로 돌아서 선교국을 철거해 버리기에 이른다.

우리는 여기서 같은 가톨릭이라 해도 이 사안에 대해 다른 시각차를 보인 사제들의 노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교에 저돌적인 것도 예수회요, 문화의 이름으로 교리에 융통성을 발휘한 것도 예수회였던 반면, 도미니크회나 프란치스코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중국에서의 선교사들 간의 지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로마 교황의 금제 조처에 내정간섭이라고까지 느낀 중국 강희제의 경우 우상숭배 금지에 관한 교황의 교지를 가지고 입국하는 교황 특사를 체포함은 물론, 1706년부터는 아예 도미니크회나 프란치스코회 선교사들은 다 추방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국에는 이제 예수회 혹은 예수회의 입장에 동조하는 선교사들만 남아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 교황 프란치스코(왼쪽)와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
▲현 교황 프란치스코(왼쪽)와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청 역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서 문제의 발단을 일으킨 예수회 자체를 아예 1773년 해산시켜 버린다(1814년에 다시 재건될 때까지).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가톨릭은 1939년 다시 가톨릭 신자의 공자 숭배 및 조상 숭배 제사를 전격 승인한다. 1962년에는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교회의 예식 속에 토착민의 의례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원칙까지 선포한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37. 성교회는 신앙이나 공익에 관계없는 일에 엄격한 통일성을 강요하고자 하지 않으며, 전례에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다. 오히려 여러 종족과 민족의 훌륭한 정신적 유산은 이를 보호 육성한다. 또한 민족들의 풍습 중에, 미신이나 오류와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지 않은 것이면, 무엇이나 호의를 가져 고려하고, 할 수 있다면 잘 보존하고자 한다. 그것들이 참되고 올바른 전례 본정신에 적합하다면, 때로는 전례 자체에도 이의 도입을 허용한다.”
-Sacrosanctum Concilium(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의 <거룩한 전례의 개혁> D항 ‘민족의 특성과 전통에 적응시킴에 관한 규정’ 중에서

가톨릭은 왜 이렇게 변화와 개정이 극심할까.

이는 일차적으로 개신교와 달리 성서(문자)를 제1의 교시의 권위로 두지 않고, 그 위에 공의회 또는 교황의 교시를 최고 권위로 두는 데서 기인하는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다 보니 여기에 더하여 교황 내지 권력이 어떤 세력에서 나왔느냐가 또한 변화를 가져오는 제2의 변수가 된다.

상기의 우상숭배를 변용해 신학화하는 역사에서 보듯, 초기 중국 선교를 둘러싼 입장차와 갈등도 그러한 정서의 일환이며, 이는 오늘날까지 우리 주변 정세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마테오 리치는 어떤 마음을 먹고 우상숭배를 허락하였을까.

사실 마테오 리치 당사자는 당시 갈등이 점화되었을 때, 자신의 노선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위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예수회 후예들은 마테오 리치의 이러한 선교 노선을 오히려 하나의 자신들의 급진적 실천신학의 거점으로 확보하여 역공세를 편 것이다. 선교 자체를 그런 방식으로.

몇 년 전 상영한 엔도 슈사쿠 원작의 영화 <사일런스>는 예수회의 이런 노선과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배교자도 선교의 분명한 기여자라는 논지를 펼침으로써, 예수회 특유의 상황윤리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도 알다시피 예수회 정체성을 가진 교황이다.

▲교황직에 오른 지난 2013년 타임지 선정 &lsquo;올해의 인물&rsquo;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직에 오른 지난 2013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

얼마 전 중국(사실상 공산당)에게 사제서품권 협약을 체결한 것을 보고 다들 의아해 했지만, 상기와 같은 역사 노선 속에서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며, 현재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초청을 받은 상황 역시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더불어 얼마나 정통의 수호자였는지 가늠이 가능하다. 예수회 노선의 신학이나 해방신학 따위의 상황 신학(사실은 타협 신학)을 용인하지 않은 대표적 교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보석 박힌 교황관을 팔아 빈자에게 기부한 최초의 교황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만 인권 교황이 아니라.)

개신교는 다음 두 가지를 유념하면 좋다.

첫째, 그동안 일부 개신교도들은 베네딕토 교황 특유의 인상과 외모를 이상하게 포착한 사진을 부각하는 식으로 가톨릭의 모욕이나 일삼은 것이 사실인데, 지금도 일부 개신교도는 이러한 국제 정세는 도외시하고 싸잡아 종교적 비난만 일삼음으로써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 개신교로 전락하는 일면이 없지 않다. 종교 통합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교양을 기르라는 것이다.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

둘째, 개신교 내에 루터의 종교개혁을 기치로 내부 개혁을 자처하며 개신교 자신을 공격하는 세력이 창궐하는 이 때에, 이들은 루터의 개혁보다는 대항 종교개혁(Contrareformatio)의 주도자였던 예수회의 본성을 더 닮았다. 상황윤리주의자, 수정주의자 일색이기 때문이다. 우상숭배도 서슴치 않을.

이것이 공산주의와의 제휴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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