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무슬림 반발로 긴장 고조돼
‘신성모독죄’로 사형 위기에 처했던 파키스탄 기독교인 여성이 결국 무죄로 석방됐다.
3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대법원은 이날 신성모독 혐의로 8년 간 독방 수감생활을 하며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파키스탄 기독교인 여성 아시아 비비(Asia Bibi)에 대해 무죄 선고와 함께 즉시 석방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증거가 엉성하며 적절한 절차도 따르지 않았다”면서 “검찰은 의심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입증하는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그녀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 온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CSW)는 그녀의 석방 소식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CSW의 토마스 머빈(Thomas Metvyn) 총재는 “아시아 비비의 석방 소식을 환영하며, 파키스탄 당국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협으로부터 그녀와 가족들, 기독교 공동체 그리고 모든 관련자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종교적 소수자들을 억압하는데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법이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절차상 문제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기독교인이자 4명의 자녀를 둔 아시아 비비는 2009년 무슬림 여성들과 말다툼 끝에 이슬람의 선지자인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당시 무슬림 여성들은 아시아 비비를 폭행한 뒤 신성모독 관련 자백을 받아내고 그녀를 고발했다.
비비는 이후 신성모독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비비에게 신성모독법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파키스탄 사회는 갈라졌다. 파키스탄 내 무슬림 강경파들은 그녀에 대한 판결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법원이 그녀를 석방할 경우 판사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아시아 비비가 받은 판결이 부당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실제로 그녀를 돕던 정치인 2명이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아시아 비비의 석방과 관련,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폭력 사태 등을 우려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아시아 비비는 신변의 안전 등을 우려해 가족과 함께 파키스탄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