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 강도를 하나님이 버리셨다? 그가 하나님을 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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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고난의 복음 (21) 과업의 존재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십자가 위에서 강도가 설교한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일 때문에 마땅히 벌을 받는 것이지만, 이 분은 아무런 잘못을 행한 적이 없습니다(눅 23:41).”

복음에 의하면, 십자가 위에 세 명의 죄인이 있었다. 한 죄인은 죄 없이 고난당하고 있는 죄인을 보고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죄인이 이 죄인을 꾸짖으며 말한 것이 위의 설교다.

우리가 오늘 나누고자 하는 주제는 이것이다. 곧, 십자가 위에 매달린 저 죄인은 남은 과업이 있는가? 사형수가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죽는 일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남은 과업은 있는가?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일로 고통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할 일이 없어 고통당하는 일 만큼 끔찍하지 않다! 예를 들어, 많은 짐을 싣고 그 짐을 끌기 위해 고통당하고 있는 말을 생각해 보라.

우리가 이런 말을 보면 말을 동정할 뿐 아니라, 말이 이 짐을 잘 끌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말을 생각해 보라. 마차를 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말, 그런데 그 순간, 당신은 그 마차에는 아무 짐도 없는 것을 본다.

인생에 남아 있는 과업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마치 짐 없는 말이 고통당하는 것처럼 고통당한다. 이 얼마나 끔찍한 절망인가! 누가 이런 과업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당하는가? 누가 이런 최대의 절망에 빠지는가?

첫째,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 남겨진 인생의 과업은 없다.

그리스도인이 가끔 이런 죄를 범할 때가 있다. 오직 주를 위해 살기로 헌신한 사람이다. 그의 삶은 통째로 주님께 바쳐졌다. 하지만 하는 일마다 고난일 때, 그가 계속해서 의를 주장한다면, 짐 없는 말처럼 고난당할 수 있다. 이 일은 가장 끔찍한 일이다!

둘째, 십자가 위에서 회개하지 않는 강도처럼, 죄인이지만 회개하지 않을 때 그에게 남겨진 과업은 없다. 이 역시 짐 없이 고통당하는 말과 같다. 사형선고를 받는 사형수에게는 죽기 전날 밤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게 한다고 한다. 그때 간수가 와서 사형수에게 묻는다.

“무슨 음식을 먹고 싶으세요?”

“아무거나 갖다 주세요.”

죽음이 코앞에 닥쳐온 사형수에게 짜장면을 먹든 짬뽕을 먹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죽음 앞에서 음식의 선택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혹은 그가 그 상황에서 대단한 계획을 세우든 무슨 상관인가? 곧 죽게 될 터인데.

하지만 과업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기쁜 일이다. 사형수가 어제는 음식의 선택에서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사형수가 죽음의 전날 밤 만찬으로 저녁을 즐기든, 슬픔으로 만찬을 먹지 못하든, 죽음 앞에서 먹는 즐거움은 쓸데없는 일이다. 이제 오늘은 죽는 날이다. 오늘은 십자가에 죽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 죄인을 전도할 수 있는가? 마지막 죽음을 앞둔 자에게 설교할 수 있다면, 회개하지 않는 강도에게 마지막 설득의 말을 전할 수 있다면, 아직도 남은 과업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는가?

“당신은 지금까지 제멋대로 살았습니다. 당신에게 남은 과업은 이제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과업이 있습니다. 복음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해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롬 14:8)’. 당신은 살아서 주를 위해 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주를 위해 죽으십시오! 이것이 마지막 남은 과업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과업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 때, 마지막 남은 과업은 후회와 회개일 수 있다. 우리에게 회개의 설교를 전하고 있는 회개하는 강도는 이런 점에서 축복받는 자이다.

왜냐하면 죽는 일 외에 아무런 과업도 없는 그에게 십자가 위에서조차 과업이 주어진다. 그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한다. 바로 이 회개하는 강도 옆에서 죄 없이 고난당하는 분이 말한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때 회개하는 강도는 그를 버리신 분은 하나님이 아니고, 하나님을 버린 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겸손히 깨닫는다. 그는 회개하며 옆에 있는 죄 없이 고난당하는 분에게 말한다.

“당신의 나라가 임할 때, 나를 좀 기억해 주십시오(눅 23:42).”

회개하는 강도는 하나님께 버림받는 초인간적인 고난과 비교할 때, 여기에서 구원을 발견한다. 이때, 죄를 깨닫는 것 자체가 하나님이 사랑이신 것을 의심하지 않도록 돕는다. 하지만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는 것, 이것은 정말로 더 이상 과업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요 19:30).

나는 회개하는 강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와 설교했다면 어떤 내용을 설교했을까 상상해 본다.

“보십시오! 이것이 초인간적인 고난입니다. 어떤 인간도 이런 식으로 고난당한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어떤 인간도 이런 식으로 고난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인간도 하나님 앞에서 죄가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때 어떤 인간도 하나님께 버림을 받은 적도 없었고 버림받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반면 인간은 죄인으로 고난을 당합니다.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항상 과업이 있습니다. 거기에 과업이 있다면, 거기에는 소망이 있고, 거기에 과업과 소망이 있다는 것은 위로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가 죄인으로 고난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모든 자에게, 심지어 나에게도, 길을 잃은 자에게도, 십자가에 달린 강도에게도 이 위로가 있습니다. 짐작컨대,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 죽음의 고통이 이미 나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과업이 있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버림받지는 않았습니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자기 시험을 위하여>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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