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때’와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교회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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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때’에 관한 예언과 성취(8·끝)

*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방인의 때'에 관한 예언과 성취>를 매주 1회 연재했습니다.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IV. 결론: '이방인의 때'와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교회의 사명

20세기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은 지난 2000년 동안 전 세계에 흩어져 방랑생활을 하던 유대인들이 옛 고국으로 돌아와 신생 이스라엘을 건립한 일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적 지형을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 이방인 중심으로 성장하던 기존 교회와 함께 유대인 중심의 새로운 교회운동이 일어난 것도 그러한 변화가 가져온 대표적인 결실이다. 그런 영적 지형변화로 인하여 생겨난 것이 '땅 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곧 '땅 끝'은 더 이상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원심의 이방지역이 아니라 오히려 복음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귀착지인 구심점으로서의 예루살렘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그 동안 '땅 끝'의 두 방향 가운데 원심의 이방지역인 '땅 끝'에만 주력해 왔다. 새로운 시대를 맞으면서 한국교회는 '땅 끝'의 또 다른 방향인 이스라엘의 영적 회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가 그런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영적 잠재력과 함께 필요한 여건을 미리 마련해 주셨다. 바른 방향으로 자세만 바꾼다면, 한국교회는 가장 효율적으로 이스라엘의 영적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반유대주의와 연관하여서는 청정지역이다.

한국교회는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땅 끝'선교에 전심전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스라엘의 독립으로 '땅 끝' 개념이 이방인을 향한 원심에서 복음의 출발지인 구심점 예루살렘으로 전환되는 새로운 선교시대를 맞이하였다. 그에 따라 한국교회는 원심의 이방선교와 함께 구심의 이스라엘선교에 새로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선물로 주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시대적 사명이기도 하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아시아의 극동과 극서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닌다. 아시아는 '땅 끝'을 향하여 서진하는 복음의 마지막 반환점 지역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이차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이룬 많은 나라들 가운데 선진국에 진입한 특별한 두 나라이다. 두 나라는 같은 해에 독립과 정부수립을 하였다는 역사적 공유점도 지니고 있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해결해야 할 지역갈등(팔레스타인과의 평화정착과 남북통일의 과제)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도 같은 운명과 과제를 가지고 있는 역사의 동반자이다. 최근 들어 점차 증대되고 있는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 요소이다.

한국교회가 이스라엘선교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역사적으로 한국은 반유대주의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서구기독교 역사는 그 자체가 유대인을 적대시하는 반유대주의로 점철되어 왔다. 이스라엘 독립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유대인교회가 '기독교인'이라는 명칭 대신 '예수아를 메시아로 믿는 자'라는 뜻으로 '메시아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이차대전 중에 있었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는 나치정권에 의하여 자행된 만행이었지만, 그 배후에는 독일교회의 동조가 있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에 비하여 한국과 한국교회는 반유대주의를 경험할 기회조차 가지질 못했다. 역사적으로 한국에는 유대인공동체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영적으로나 정서면에서 이스라엘선교를 어려움 없이 감당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들어 이스라엘의 유대인 메시아닉교회들이나 유대인선교단체들이 한국교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그에 대한 방증임이 분명하다.

이사야 55:5은 반유대주의 정서가 없는 한국적 상황을 보여주는 본문이다.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를 네가 부를 것이며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가 네게로 달려올 것"라는 본문 내용에서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는 과연 어느 나라일까? '나라'로 번역된 히브리어 '고이'는 일반적으로 이방나라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단어가 단수로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복수('nations')로 번역하면서 그들이 마지막 때에 하나님 말씀을 듣기 위해 여호와의 성전으로 몰려오는 만방(고임)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사 2:2-4).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그 나라가 이스라엘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야다아'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한 앎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네(이스라엘)가 알지 못하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유대인 공동체가 없었던 한국과 같은 나라를 의미한다. 전 세계에 100명 이상의 유대인 공동체가 존재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94개국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기독교신앙의 영적 수준과 OECD 수준의 경제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 나라로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 시점에서 이사야 55:5이 말하고 있는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그런 한국교회를 지금 이스라엘이 부르고 있고, 한국교회는 이제 그들에게로 달려갈 사명이 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니고 있는 그릇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들여다볼 수 있는 거룩한 창문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언어, 역사, 문화, 지리에 대한 지식을 더 많이 가질수록 우리는 성경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유대 백성의 긴 역사를 통해 축적해 놓은 성경적 유산의 보고이며 광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스라엘을 통해 어떻게 성경원리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값진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마지막 역사를 어떻게 이끌어 가시는가를 보여주는 영적 나침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이스라엘의 정치적-영적 회복에 관심을 두는 것은 곧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더욱 성숙하며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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