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교회 핍박 부족해 성경에까지 손 대나?

이지희 기자   |  

“사회주의와 더 잘 융화시키려는 5개년 계획의 일부”

▲중국 산둥신학연구센터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문서. ⓒ차이나에이드 제공

▲중국 산둥신학연구센터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문서. ⓒ차이나에이드 제공

지난 2월 신 종교사무조례 도입 이후 종교탄압 광풍이 중국 대륙을 휩쓰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성경까지 다시 기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들어 중국 전역에서는 최소 수천 교회가 십자가 강제 철거와 기물 압수를 당했고, 성경과 십자가가 불태워지거나 예배당이 폐쇄됐다. 목회자와 성도들에게도 감금, 주거 퇴거나 퇴사, 개종 회유 등의 압박이 가해졌다. 중국 내 외국인 교회 폐쇄나 외국인 선교사에 대한 추방 및 비자연장 거부도 빈번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한국 선교사 500여 명이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중국을 떠난 데 이어 2년 내 추가로 1,500명 이상이 중국을 떠나야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 Voice of the Martyrs)의 동역자인 밥 푸(Bob Fu) 목사는 지난달 미국의회에서 "중국이 성경을 다시 기록할 목적으로 중국 정부가 허가한 삼자애국운동과 중국기독교협회와 공조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는 기독교를 '사회주의와 더 잘 융화하는 종교'로 만들기 위한 중국 정부의 5개년 계획의 일부라는 것이다.

한국 VOM은 중국 내부 소식통을 통해 중국이 실제로 성경을 다시 기록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현숙 폴리 한국 VOM 대표는 "성경을 중국에 맞게 새로 기록하겠다는 종합적인 목표를 세운 중국 정부는 최근 산둥신학연구센터(Shandong Theology Research Centre)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국영교회 목사와 학자들에게 성경 본문을 연구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문서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 오늘날의 성경은 기독교가 시작된 시점이 아니라 수백 년이 지난 뒤에 권위를 인정받았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성경을 선별하여 번역하고 4세기 사회에 맞추어 각색했다.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성경으로 공인한 책들조차 다르고 번역도 다르다.
◇ 예수님은 유대교 국가에서 태어났으므로 유대 ‘율법’을 바탕으로 가르쳤다. 그러나 예수님이 고대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공자나 도교의 경전으로 가르쳤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인으로서, 조상들의 빼어난 철학과 이론을 망각하면 안 된다. 중국의 새로운 성경에는 중국의 전통적인 이론이 포함되어야 한다.
◇ 중국의 새로운 성경에는 중국의 문화적 표현들과 어휘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 위대한 중국의 이 새 시대에는 기독교인들이 믿는 교리도 새 시대의 필요와 관점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 기독교인은 중국의 전통 문화로 물든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
◇ 기독교인은 성경을 읽고 기도해야 할 뿐 아니라 정치 학습, 야외 운동, 그림 그리기, 춤추기 같은 활동도 해야 한다.
◇ 중국의 문화를 배경으로 성경의 진리를 가르쳐야 한다.
◇ 중국의 새로운 성경은 사회주의 핵심 가치와 일치하고 중국 공산당 강령과 결합해야 한다.
◇ 중국의 새로운 성경은 성경에 등장하는 봉건적 미신을 제거하여 없애고 합리적인 과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폴리 대표는 "중국의 법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외국의 많은 기독교 교파와 교회, 단체들이 지하교회보다 중국 정부가 승인한 국영 교회와 관계 맺기를 선호한다"며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공산당과 교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국영 교회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기독교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인가를 받은 국영 교회들은 중국 정부를 찬양하는 노래를 하고, 중국의 우월성에 관한 설교를 해야 하며, 십자가 대신에 시진핑 초상화를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공산당이 다른 어떤 것뿐 아니라 그리스도보다도 더 우월하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하나님의 자리에 다른 무언가를 앉히기를 거부하는 중국 교회들은 지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폴리 대표는 "중국 지하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이유로 심문을 받고 감옥에 갇힌 이들도 많다"며 "우리도 그들의 본을 따라, 하나님의 자리에 그 무엇도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안전까지도 말이다"라며 중국 지하교회를 지원하고 기도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 VOM은 중국 지하 교인 같은 순교자들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도록 헌신하는 비영리 선교 단체이다. 중국 기독교인의 상황을 더 알고 싶으면 한국 VOM이 매주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하나의 교회로 살기' 시리즈 중국 편(링크 https://vomkorea.com/country-profile/china)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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