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독일 정부에 시민권 요청
신성모독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8년 간 복역하다 무죄로 석방된 파키스탄 기독교인 여성 아시아 비비(Asia Bibi·53)의 변호사가 독일에 그녀의 시민권을 요청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아시아 비비의 법적 변호를 맡고 있는 사이풀 마룩(Saiful Malook) 변호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 비비는 석방되었으나, 그녀와 가족들이 파키스탄을 떠날 수 있는 여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비의 사건은 2009년 마을의 여인들 사이에 벌어진 언쟁에서 시작됐다. 비비가 자신이 쓰던 컵에 물을 따라 건네자, 이슬람 여성이 “더러운 그리스도인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거부하면서 말싸움이 시작됐다. 이 때 비비가 “내가 믿는 예수는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돌아가셨는데 무함마드는 인류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라고 한 반박이 신성모독의 덫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파키스탄 대법원은 이슬람 주류 사회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고 지난 7일 석방했다.
기자회견에서 마룩 변호사는 “그녀가 아직 파키스탄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를 전 세계가 궁금해하고 있다. 그녀가 파키스탄을 떠나기 위해 먼저는 비자가 필요하고 다른 나라의 여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독일 수상이 대사관에 직접 여권 발행을 지시해준다면, 그녀와 남편과 두 딸은 독일 국적을 얻을 수 있다. 그녀가 더 이상 파키스탄인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도 그녀를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와 같은 자유롭고 열린 태도로 나온 정부가 없었다”고 했다.
마룩 변호사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압박으로 그녀가 파키스탄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하긴 했으나 왜 비자가 아닌 시민권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현재 그녀와 가족들은 파키스탄의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독일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비비 가족들, 파키스탄 정부와 대화하면서 그녀의 거처를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마룩 변호사 역시 비비의 변호를 맡은 이후 무슬림 극단주의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그는 현재 네덜란드에 망명한 상태이다.
독일 정부는 이같은 여권 요청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