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안식일과 안식일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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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과 안식일 이해>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4. 안식일과 안식일 식사

유대인들이 지키는 안식일의 관습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안식일 식사이다. 유대인 주부들은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식사를 특별하게 준비한다. 안식일 저녁에는 식사의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다른 평일과는 비교가 되지 안될 만큼 푸짐한 식탁을 준비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목요일에 시장이 가장 붐비는데, 그것은 안식일 식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목요일에 시장을 보기 때문이다. 안식일 식사에는 그 동안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가급적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식탁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그 동안 식사대접을 하고 싶었던 손님들도 안식일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도 한다. 유대인의 율법전승에 의하면, 가능한 한 안식일 식사에는 손님들을 초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안식일 저녁은 풍성한 식탁과 더불어 가족과 이웃이 함께 어울리는 작은 규모의 축제가 된다.  

유대인들의 가정에서 안식일 식사를 나누는 식탁은 단순히 음식만을 먹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는 가장이 중심이 되어 안식일예배를 드리는 거룩한 시간이 된다. 이들은 식사 후 가까운 회당에 가서 안식일 예배를 드리게 되지만, 그 이전에 이미 가족단위의 안식일 식탁을 통하여 가정 단위의 안식일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안식일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두 개의 촛불을 켜는 일이 중요하다. 두 개의 촛대는 각각 "안식일을 기억하라"(출 20:8)와 "안식일을 지켜라"(신 5:12)는 성경말씀과 관련된다. 안식일 식탁에는 보자기로 싼 두개의 빵(할라/할로트)을 통 채로 올려놓는데, 이것은 안식일 전날에 두 배의 만나를 거두어들인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다(출 16:22-26). 식사하기 전에 부모들은 자기들의 자녀들에게 축복의 말씀을 전하고, 식사를 위한 기도인 ‘키두쉬’를 함께 암송한다. 비교적 간단한 안식일 가정예배의식이긴 하지만, 그것은 가정이라는 기본단위의 공동체가 식사라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즐거운 모임을 통하여 보다 공적인 회당예배를 준비시켜준다. 곧 식사 이후에 참여할 회당예배를 통하여 다른 유대인 가정들과 더욱 긴밀한 공동체적 연대감을 이루도록 이끌어준다. 수천 년 동안 가정과 회당을 통하여 중단 없이 지켜온 이러한 유대인들의 안식일 준수는 긴 박해의 역사 속에서 결코 흔들림 없이 공동체의식과 신앙전통을 이어올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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