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OM 대표 “현지 법률 제도와 사회 변화 위해 기도해야”
사형 선고를 받은 파키스탄 기독교인 여성 아시아 비비(Asia Bibi)의 석방에 불만을 품은 테러리스트들이 기독교인 마을을 공격할 예정이라고 파키스탄 경찰이 경고했다.
교황청 공식 기관지 피데스(Agenzia Fides)에 따르면, 파키스탄 라호르 시 경찰 조사단은 "파키스탄 탈레반(Tehrik-i-Taliban Pakistan)과 이들보다 더 강경한 자마툴 아흐랄(Jamaat-ul-Ahrar) 같은 테러 집단이 이미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기독교인들에게 경고했다.
아시아 비비는 2009년 이웃 무슬림 여성들과 과일을 따던 중 우물 옆 오래된 금속 물컵으로 물을 마셨다가 비무슬림이 만진 물컵은 더러워서 만질 수 없는 '하람'(haram, 무슬림에게 '금지' 또는 '불법'적인 것)이 됐다며 기독교를 경멸하는 말과 함께 이슬람교로 개종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아시아 비비는 "나는 기독교와 인류의 죄를 지기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 당신의 선지자 무하마드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왜 당신이 아닌 내가 개종해야 하나"라고 반문하여 언쟁이 이어졌다.
아시아 비비는 이후 자택에 몰려온 무슬림들에게 매를 맞고 신성모독 혐의로 2010년 기소되어 지난 10월 31일 석방 전까지 사형수로 복역했다. 이 사건은 파키스탄에서 계속 논란을 일으켜 온 종교 사건 중 하나로, 그녀의 석방 후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이 가두 시위를 벌이며 사흘 동안 항의한 탓에 파키스탄은 국가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또 많은 기독교인이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될까 봐 두려워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테러리스트들의 잠재적 공격을 막기 위해 교회와 기독교인 마을에 경찰과 안전 요원들을 배치했지만, 핍박받는 소수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공격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아시아 비비는 현재 신변 보호를 위해 파키스탄 모처에 숨어 지낸다. 앞서 캐나다,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비롯한 몇 개 국가가 아시아 비비에게 망명을 제안했다. 아시아 비비의 변호사 사이풀 무룩(Saiful Mulook)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아시아 비비가 이제 자유의 몸이지만, 가족과 함께 파키스탄을 떠나려면 여권이 있어야 한다"며 "그녀의 가족 모두가 유럽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시민권을 부여해달라"고 독일 정부에 호소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Voice of the Martyrs) 현숙 폴리 대표는 "아시아 비비는 감옥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파키스탄 기독교인 마을이 다 위험해졌다"며 "우리와 한 몸인 파키스탄 형제자매들에게 닥친 위험을 놓고 한마음으로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는 △하나님께서 파키스탄 기독교인 소수 집단을 보호해주시도록 △파키스탄 정부 당국자들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을 처리할 때 하나님께서 은총과 지혜를 허락해주시도록 △아시아 비비와 함께하셔서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영적으로 치유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하도록 △아시아 비비와 그녀의 가족들이 현 상황에 적응하고 앞날을 바라볼 때 희망을 갖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폴리 대표는 "전 세계가 아시아 비비 사건을 주목하여 파키스탄의 법률 제도와 사회에 변화가 일도록 기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교회에 관하여 더 알고 싶으면, 한국 VOM이 매주 페이스북에 올리는 '하나의 교회로 살기' 시리즈 파키스탄 편(바로 가기)을 참고하면 된다. 한국 VOM 웹사이트(www.vomkorea.com)에는 지금도 기독교를 박해하는 세계 70여 나라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