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칼럼] 유월절의 배경과 역사

|  

*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과 안식일 이해>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3. 유월절의 배경과 역사

(1) 성서에 나타난 유월절 규정들(출12:1-13:16)

유월절의 중심사건은 애굽과 바로를 향한 하나님의 마지막 재앙인 장자를 죽이는 사건이었다. 이 재앙으로 모세와 바로 사이의 갈등은 끝이 나고 출애굽의 새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하나님의 구원을 준비하도록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지시하셨는데, 그것이 후대에 이르러 유월절의 세부 규정들이 되었다.

우선 이스라엘 백성들은 흠 없고 일 년 된 양이나 염소를 준비해야 했다. 장자에게 죽음의 재앙이 내리는 날 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족 단위로 준비된 양이나 염소를 잡고 그 피를 우슬초로 찍어 집 문의 좌우 설주와 인방에 발랐다. 이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표적이 되어 애굽에 재앙이 내려지는 동안에 이스라엘은 안전하게 보호를 받았다. 이렇게 잡은 양이나 염소고기는 날로 삶아서 먹으면 안 되고 불에 구워 먹어야 했는데, 아침까지 남겨 두지 말고 혹시 남은 것이 있다면 불에 태워 버리도록 하였다.

유월절 고기를 먹는 규정과 함께 제시된 다른 음식법은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는 것이다. 이런 음식은 절기기간 중에 계속 지켜야 했으며, 특히 누룩이 들은 음식을 먹지 않게 하려고 절기 첫날에 모든 누룩을 집안에서 제거해야 했다.

이상에서 살펴 본 유월절의 규정들은 양이나 염소를 잡아 그 피를 문에 바르고 그 고기를 먹는 것과 또한 무교병을 먹는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볼 때, 유월절규정 속에는 엄격하게 구분되는 두 가지, 즉 양을 잡는 목축적인 요소와 무교병을 먹는 농경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 구약 시대의 유월절

출애굽 사건과 관련하여 유월절의 규정들이 출애굽기에 비교적 자세히 기록이 되어 있지만, 그 이후의 이스라엘 역사에서 유월절이 어떻게 지켜졌는지에 관하여는 그 자료가 빈약하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유월절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면서 유월절을 지키는 내용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신명기 16장은 증거하고 있다. 출애굽기 12장과 비교하여 불 때 신명기 16장의 내용은 각기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갖고 있었던 유월절과 무교절이 보다 더 밀접하게 결합되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가정 중심의 명절이었던 유월절을 중앙성소 중심의 공동체 전체의 절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성막 중심의 국가적인 종교제도가 정착하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이 시대와 관련하여 특징적인 것은 불가피한 사정에 의하여 정식 유월절에 참여하지 못한 자들을 위하여 한 달 뒤에 두 번째 유월절 행사가 있다는 규정이다(민 9:1-19).

여호수아의 영도 하에 가나안 땅에 진입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강을 건넌 후 여리고 평지에서 거국적인 유월절 행사를 실시하였다(수 5:10 이하). 그 시점부터 이스라엘은 그 땅의 소산을 먹게 되었으며, 그 결과 만나가 더 이상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어지지 않게 되었다. 그 이후의 이스라엘 역사에 나타난 유월절에 관한 기록은 히스기야 시대(대하 30:1-27)와 요시야 시대(대하35:1-19)에 이르러서이다. 특히 종교개혁을 단행한 요시야는 지방 성소에서의 제사행위를 철폐하고 오직 예루살렘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만을 공식화시켰다. 이러한 개혁운동은 유월절 절기에도 적용되어 지금까지 가정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유월절 행사가 이제는 예루살렘 성전 중심의 전국적인 절기로 부상되었다.

(3) 신약 시대의 유월절

유대인의 역사와 관련시킬 때, 신약시대는 제2성전시대의 말기에 해당된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와 무너진 성전을 재건한 것으로 시작되는 제2성전시대는 이스라엘이 세계열강들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억압을 당하는 기간이었다. 특히 신약시대는 이 시기 말기로서 로마의 폭정 하에 신음하던 때이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아의 도래를 가장 강력하게 기다리는 시기로서 민족적인 중흥의 대망이 팽배해 있었다. 이러한 정치적, 영적 분위기는 자연히 유월절이 갖고 있는 출애굽 사건에 대한 의미를 시대적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는 시도가 있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는 유월절 양으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에 적절한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정치적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면을 보여 주었던 로마의 통치는 문화적인 면에서 그 이전시대인 헬라통치와 함께 유대인 생활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요소가 되었다. 즉 유대인들은 그리스. 로마 문명 하에서 생활 자체가 고급화되었다. 그런 영향은 유월절 규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양의 피를 문에 바르는 풍습은 포도주를 마시는 것으로 바뀌었고 고기를 불에 구어 급히 먹어야 하는 규정은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한가하게 먹도록 변경되었다. 이것은 유월절의 의미인 출애굽을 통하여 종에서 자유자 신분으로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요시야 왕의 종교개혁 이후로 예루살렘 성전에 집중되었던 유월절 행사의 장소도 성전과 함께 가정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것은 옛 시대의 가정 중심적인 요소와 요시야 이후 성전 중심적인 요소를 융합시켜 균형과 조화를 이룬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월절이 시작되는 날 오후에 유대인들은 성전에서 유월절 의식을 거행하면서 유월절 양을 잡는다. 그리고 그 고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유월절을 지켰다. 이때에는 가장이 의식의 집행자가 되며 가족 전체가 '학가다'라는 의식예문을 따라 유월절 행사를 지켰다. 예루살렘 밖에 있는 유대인들은 성전 이외에서 유월절 양 잡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을 잡는 의식 없이 회당과 가정에서 '학가다' 내용을 따라 유월절 식사를 나누며 절기를 지켰다. (계속)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