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인간만이 지니는 독특한 감정 상태, 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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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케고어를 만나다] 고난의 복음(28) 시간과 영원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이창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키에르케고어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시간과 영원의 문제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을 보면, 인간은 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종합이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는 시간과 영원의 문제를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다만 그의 강화집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시간적인 것, 또는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종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종합할 수 없는 절망적 상태라는 점이다.

데카르트 이후 서양 철학에서 인간에 대한 사고는 긍정적이다. 학생들의 윤리 교과서에서 인간에 대한 규정을 찾아보라. 인간은 “이성적 존재, 도구적 존재, 유희적 존재, 문화적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키에르케고어는 이런 인간의 본질보다 인간을 더 잘 설명해 주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곧, “염려하는 존재”, “절망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서양 철학에서 강조하지 않았던 면이다.

인간에게서 염려는 제거할 수 없다. 염려는 인간 실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염려는 동물에게서 발견되지 않는 독특한 인간의 근원적 감정이라는 것이다. 키에르케고어에 의하면, 이런 근원적인 염려는 “자유의 현기증”이다. 자유로운 인간만 지니는 독특한 감정적 상태이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하고 있는 점은, 진리는 세상에서 언제나 고난을 당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상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정상이 아닌 것이 정상인 상황으로 둔갑해 있고, 사랑이 아닌 것이 사랑을 규정한다.

곧 그리스도는 사랑이시고 사랑이 세상에 왔건만, 사람들을 사랑한 이유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사랑이 십자가에 달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살아계신 동안 언제나 고난당했듯, 그 길을 걷는 누구나 동일한 고난을 당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실존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일시적인 세상에서 많은 환난과 고난 가운데 놓이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종합은 가능한가? 누구에게 이런 종합이 가능한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마 키에르케고어의 <고난의 복음> 여섯 번째 강화일 것이다. 여섯 번째 강화의 중심 주제는 영원한 행복이 일시적인 고난보다 더 무겁다는 기쁨이다. 이 강화의 주제는 고린도후서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짧고 가벼운 환난이 우리를 위해 측량할 수 없는 영광의 영원한 무게를 얻게 한다(고후 4:17).”

키에르케고어는 이 강화의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심사숙고한다”라는 말부터 살핀다. 덴마크어로 심사숙고하다라는 말은 ‘Overveie’이다. 이 말은 원래 ‘무게를 달다, 측정하다’에서 나온 말이다. 곧 심사숙고하다는 말은 저울질을 하거나 무게를 다는 것이다.

먼저 그는 저울의 탁월성을 설명한다. 저울은 무게를 달 뿐, 중립적이라는 것이다. 저울은 공평하다. 단지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만 보여줄 뿐이다. 선택은 무게를 다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덴마크어로 표현하자면, 사람들은 무게를 달고(veie), 심사숙고한다(overveie). 한편 사람은 저울이 무게를 다는 것처럼 무게를 다는 것 그 이상을 한다.

말 그대로, 그는 무게를 다는 것 그 이상을 한다(over-veie). 그는 무게를 다는 것보다 더 고차원적이다. 무게를 다는 것 위에 선다. 곧 그는 선택한다.

그러면 키에르케고어가 무게를 측정하려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시간과 영원의 무게다. 영적으로 이해할 때, 우리가 달아야 할 무게는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이다. 이때, 우리는 무게를 달고, 심사숙고하고, 선택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염려에 짓눌려 있는지, 진리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누었다. 다시 말해, 시간 안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이 일시적인 세상 속에서 고난당할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무게는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곧, 시간성이 무게를 더 증가시킨다.

잠깐 10분 정도 고생스러운 것은 참을 수 있다. 약 한 달 정도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 그 후에는 그런 고통을 벗어던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평생 고통을 당해야 한다면? 진리의 길이 마치 그런 길과 같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때 우리는 무게를 달고, 심사숙고하고, 선택한다. 이제 시간적인 것이 얼마나 무거운지 느껴지는가? 그러나 지금 영원은 진실로 지나치게 무거운 것일까? 시간적인 것보다 영원한 것은 확실히 더 무거운가? 그런데 영원한 것이 무겁다면, 어떻게 이것이 우리에게 기쁨인가?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고난의 복음> 여섯 번째 강화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시간과 영원의 문제, 키에르케고어의 강화는 생각이 깊다.

뿐만 아니라 가장 복음적으로 성경에서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오늘 나눈 본문의 구절이다. 다음부터는 이 질문들에 대해 대답할 차례다.

이창우 목사(키에르케고어 <스스로 판단하라>, <자기 시험을 위하여> 역자, <창조의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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