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북] 그의 책 <백년을 살아보니> 속에는…
2019년 올해로 ‘100세 인생’을 맞이한(한국 나이) 김형석 교수는 2년 반 전인 2016년 8월 <백년을 살아보니>를 펴낸 바 있다.
‘100세’를 맞아 KBS1 ‘인간극장’에 출연하면서 관심을 모은 김형석 교수는 ‘100세’를 2년여 앞두고 쓴 이 책에서 “장년기와 노년기를 맞고 보내며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 늦기 전에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과제들을 모아 정리해보기로 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김 교수는 “문제를 먼저 제시하고 이론적 설명을 찾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추구해보고 싶었다”며 “늙어서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후배와 후손들의 존경을 받아야 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100세까지 스스로의 행복을 지니고 싶고,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과 존경스러움을 받으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똑같은 행복은 없다: 행복론’, ‘사랑 있는 고생이 기쁨이었네: 결혼과 가정’, ‘운명도 허무도 아닌 그 무엇: 우정과 종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돈과 성공, 명예’,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 노년의 삶’ 등 총 다섯 가지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다.
그는 <예수>, <무엇을 믿을 것인가> 등 최근 다른 저서들에서처럼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비기독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들려준다. 다 아는 이야기들을 ‘교과서적으로’ 하는 것 같지만, 평이한 단어들로 심오한 진리를 전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00세 시대’를 말하는 요즘, 김형석 교수는 1장 중 ‘오래 살면 좋을까’에서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많으나, 90이 넘도록 살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는 예상 밖의 통계(18%)가 나왔다”며 “그렇다면 얼마나 오래 사는 것이 바람직스러운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 자신이 행복하게, 그리고 이웃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전한다.
그는 “내가 오래 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며 고통을 안겨준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불행하고 저주스러운 인생과 사회가 되겠는가”라며 “그래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움이 될 때까지 사는 것이 최상의 인생이라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장수보다는 좀 더 오래 많은 일로 봉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이 장수의 가치와 의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향백(向百)의 나이가 된 지금도 누군가가 ‘저기에 진리가 있다’고 한다면 따라갈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진리를 위해서라면 나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은 마음”이라며 “나의 노력과 희생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주어진 시간이 끝날 때까지 위해주고 싶다. 내가 더 큰 사랑을 받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90고개를 넘기면서는 나를 위해 남기고 싶은 것은 다 없어진 것 같았다. 오직 남은 것 한 가지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 수 있었으면 감사하겠다는 마음뿐”이라며 “남는 것은 사랑이 있는 고생뿐인 것 같다. 죽을 때까지 그 마음을 간직할 수만 있다면, 그는 모든 것을 잃어도 그보다 몇 배나 소중한 것을 찾아 지니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랑이 있는 사람은 자기를 위하게 되어 있지 않다”며 “사랑하는 상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도 더 사랑하고 싶어지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철학계 1세대 교육자’로 불리는 김형석 교수는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나 일본 조치(上智)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철학과에서 30여 년간 후학을 길렀고, 미국 시카고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