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권혁승 박사(서울신대 구약학 명예교수)의 논문 <이스라엘의 삼대 명절과 안식일 이해>를 매주 1회 연재합니다.
III. 오순절과 오순절 관습들
1. 오순절의 성서적 명칭들
오순절은 성경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명칭으로 소개되어 있다.
(1) 영어로 'pentecost'로 번역되고 있는 '오순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명칭은 '샤브오트'(shavuot)이다. 이것은 일주일을 의미하는 '샤브아'(shavua)의 복수형으로서 영어로는 'weeks'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영어에서 'pentecost'로 번역된 것은 레위기 23:16의 '50일'을 헬라어로 번역한 70인역(LXX)에 근거한 것으로서 유월절 행사로 첫 이삭 한 단을 요제로 드린 후 50일이 되는 날에 있는 명절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히브리어 명칭인 '샤브오트'는 7주간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이해해야 한다. 성경은 '샤브오트'에 명절이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하그'를 붙여서 '하그 샤브오트'(Feast of Weeks)라고 부르고, 우리말 성경은 이를 '칠칠절'(출 34:22, 신16:10)로 번역하고 있다.
(2) 오순절에 대한 또 다른 명칭은 민수기 28장 26절에 나오는 '욤 하비쿠림' (Yom ha-Bikkurim) 즉 'The Day of the First-Fruit'(첫 수확의 날)이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이라고 풀어서 번역되어 있다. 이는 새로 추수한 밀로 빵 두 덩어리를 제물로 드리는 의식과 관련된 명칭으로서,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나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3) 추수와 관련된 오순절의 또 다른 명칭은 출애굽기 23장 16절의 '하그 하카치르' (hag ha-kazir) 곧 'The Harvest Feast'(추수명절)이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맥추절'로 번역하고 있다. 이는 첫 열매의 추수를 강조하는 명칭이다.
이상의 명칭과 관련된 내용에서 살펴본 것처럼 오순절은 일차적으로 팔레스타인의 농사와 관련된 명절로서 특히 유월절에서 시작되는 보리 추수를 마치고 밀 추수를 시작하는 시기를 지칭하는 명절이라 할 수 있다.
2. 오순절의 시기 문제
성서에서 오순절은 다른 두 명절 곧 유월절과 초막절에 비하여 그 역할이 다소 작은 것처럼 보인다. 명절 기간도 다른 두 명절이 일주일간 계속되는 반면에 오순절은 하루나 이틀 동안 지켜지고 있다. (주: 팔레스타인 내에서는 단 하루 지켜지고 이스라엘 밖 다아스포라에서는 이틀간 지켜지고 있다). 또한 명절의 시기도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유월절 시기에 의존된다. 그러나 역사적 의미와 함께 교회와의 관련성에서 볼 때 오순절의 의미는 다른 두 명절에 결코 뒤지지 않는 중요성을 지닌다.
오순절 명절이 언제 시작되는가에 관한 것은 레위기 23장 15절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유월절 기간 중에 있는 안식일이 지난 그 다음날에 곡식의 첫 이삭 한 단을 요제로 드리고(레23:11), 그 때로부터 칠 주간이 지난 다음날 곧 50일째가 되는 날이 오순절이다. 곧 오순절은 따로 확정된 날자 없이 유월절 명절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에 따라 율법의 정확성에 주력해온 제2성전시대에는 정확한 오순절 시기에 관한 해석이 다양하게 주장되었다. 그런 다양한 주장들에서 핵심요소는 오순절 일자 계산이 시작되는 '안식일'에 대한 해석이다. 그 용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날자가 주장될 수 있다. 그러한 다양한 해석과 주장에 대한 대표적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사두개파 사람들은 '안식일'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토요일 안식일'로 계산했기 때문에 오순절은 언제나 안식일 다음 날인 일요일에 있게 되었다. 이런 해석은 사마리아인들에 의해 오늘날에까지 계승되어 지켜지고 있다.
(2) 그러나 바리새파 사람들은 여기에서의 '안식일'을 토요일 안식일로 보지 않고 의미상의 안식일로 해석하여 유월절의 첫날인 레위기 23장 15절의 '안식일'로 이해하였다. 그러므로 오순절 명절의 시기는 유월절이 시작되는 날로부터 계산하여 50일째가 되는 날에 있게 되었다. 그들에 의하면 니산월 16일에 첫 곡식단의 요제를 드리고 따라서 오순절은 시반월 6일로 고정된다.
(3) 쿰란 공동체에서는 '안식일'을 의미상이 아닌 토요일 안식일로 보았지만 유월절 기간 중에 있는 안식일이 아니라 유월절이 끝난 후의 첫 안식일로 해석하였다. 또한 그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태양력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유월절 후의 안식일은 니산월 26일에 고정시켰다. 따라서 오순절은 시반월 15일인 일요일에 있도록 되었다. 이것은 '희년서'(The Book of Judilees)'에서 언급하고 있는 오순절 일자와 일치하는 주장이기도 하였다.
제2성전 파괴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위의 해석 중 바리새파의 주장이 정통 유대교의 입장으로 채택되어 왔다. 따라서 오늘날 이스라엘에서의 오순절 일자는 니산월 16일로부터 50일 째가 되는 시반월 6일로 고정되어 있는 셈이다.
오순절이 있는 시기는 매년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5월 중순경이며 이때의 이스라엘 날씨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다. 이때에는 '함심'이라 불리는 사막 열풍이 불기 전으로서 하늘에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온화한 때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