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108년, 평양 밖 북조선 3] 온성에서 해주까지
‘통일 조국의 평양특별시장’을 꿈꾸는 강동완 교수님(전 부산하나센터장)이 보내오신 ‘평양 밖 북조선’의 생생한 사진입니다. 2019년 1월 1일, 휴전선 너머, 북·중 국경 지역에서 직접 담아낸 ‘날 것 그대로’ 북한의 오늘 모습입니다. -편집자 주
한반도 제일 북쪽인 함경북도 온성에서 남쪽 끝인 황해도 해주까지 연결되는 기차가 지나간다.
찰나의 순간에 훅 하고 지나쳤지만, 참으로 많은 것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나서 자란 조국’이 아닌 중국땅이 궁금해서였을까?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깥세상을 아득히 쳐다본다.
창살 없는 감옥 마냥 닫힌 세상을 넘어, 조그만 창문으로나마 사람 냄새를 맡아본다. 하지만 고개만 겨우 내밀 수 있는 창문 하나 여는 것도 쉽지 않다. 창문을 열어놓는 장치가 고장났는지, 나뭇가지를 창틀에 고정시켜 놓았다.
저 강 건너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그들도 분명 바깥 세상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결코 인민의 낙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온성에서 해주를 향하는 기차를 바라보며, 또 누군가는 눈물 지을 것이다. 남쪽에 살며 북녘 고향을 가슴에 묻고 사는 사람들 말이다.
글·사진 강동완 교수
부산 동아대 교수이다.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북한에서의 한류현상, 남북한 문화, 사회통합, 탈북민 정착지원, 북한 미디어 연구에 관심이 많다. 일상생활에서 통일을 찾는 ‘당신이 통일입니다’를 진행중이다. ‘통일 크리에이티브’로 살며 북중 접경지역에서 분단의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북중 접경에서 찍은 999장의 사진을 담은 <평양 밖 북조선>을 썼다. 저자는 ‘평양 밖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을 갖고 국경 지역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다음은 <평양 밖 북조선>의 머리말 중 일부이다.
“북한은 평양과 지방으로 나뉜다. 평양에 사는 특별시민이 아니라 북조선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었다. 2018년 여름날, 뜨거웠지만 여전히 차가운 분단의 시간들을 기록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999장의 사진에 북중접경 2,000km 북녘 사람들을 오롯이 담았다. ‘사람, 공간, 생활, 이동, 경계, 담음’ 등 총 6장 39개 주제로 사진을 찍고 999장을 엮었다.
2018년 4월 어느 날, 두 사람이 만났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 만남이라 했다. 만남 이후, 마치 모든 사람들이 이제 한길로 갈 것처럼 여겨졌다. 세상의 외딴섬으로 남아 있던 평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더디며,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이다. 독재자라는 사실은 변함없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거대한 감옥이다.
북중접경 2,000km를 달리고 또 걸었다. 갈 수 없는 땅, 가서는 안 되는 땅이기에 압록강과 두만강 건너 눈앞에 허락된 사람들만 겨우 담아냈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으니 망원렌즈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당겨서 보고 싶었다. 0.01초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 속에 분단의 오랜 상처를 담고자 했다. 대포 마냥 투박하게 생긴 900밀리 망원렌즈에 우리네 사람들이 안겨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서 망원렌즈로 찍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었다. 렌즈의 초점을 아무리 당겨보아도 멀리 떨어진 사람은 그저 한 점에 불과했다.
사진은 또 다른 폭력적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터라,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시야에 들어오는 북녘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하고 싶었다. 셔터를 누르는 사람의 의도로 편집된 모습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고자 했을 뿐이다.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손가락은 카메라 셔터 위에 있었고, 눈동자는 오직 북녘만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