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장 15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 1월 국내에 개봉했다. 제목은 ‘가버나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영화의 시퀀스는 그 시작부터 관객의 가슴을 후벼 판다. 주인공 자인(자인 알 라피아)은 살인죄로 수감돼 내전이 한창인 레바논에서 자신의 부모를 고소한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한 관계가 깨어졌다. 원인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모를 만큼 절망적인 상태. 영화는 시종일관 잔인하리만큼 먹먹함의 연속이다.
자인은 가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부모가 여동생 사하르를 건달에게 팔아넘기면서 가출을 한다. 출생신고는커녕 자인은 자신의 정확한 나이도 알지 못한다. 아마 어림잡아 12살. 그런 그가 가출한 뒤 불법체류자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우)을 만나고, 그녀의 아들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를 돌본다. 자인은 요나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무책임했던 부모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관객은 이미 그가 결국 살인죄로 법정에 서게될 것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
영화가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눈시울을 더 자극하는 이유는 나딘 라바키 감독이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4년간 거리의 아이들을 취재한 경험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의 모든 출연진은 전문 연기자가 아닌 해당 역할과 비슷한 환경, 경험을 가진 인물들이다.
주연 ‘자인’은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던 시리아 난민 소년으로 베이루트 지역에서 캐스팅 감독의 눈에 띄어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고, ‘라힐’ 역을 맡은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는 실제 불법체류자, 자인의 여동생 ‘사하르’ 역의 하이타 아이잠은 베이루트 거리에서 껌을 팔던 중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제목 ‘가버나움’은 자연스레 성경을 떠오르게 한다. ‘가버나움’은 신약 성경에 나오는 지명으로, ‘혼돈’과 ‘기적’이 공존하는 도시였다. 이러한 제목 ‘가버나움’은 지금도 여전히 처참하고 혼돈에 갇힌 현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하나님을 향한 오해에 빠진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만 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성경 속 ‘가버나움’은 그리스도 예수가 사랑과 긍휼의 마음으로 중풍 병자, 백 부장의 하인,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을 고친 일을 비롯해 많은 기적을 행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이 제목의 뜻에 대해 밝힌 적은 없다. 그녀의 종교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녀에게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날인 듯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 그녀가 과거 ‘행복한 부활절’이라는 말과 함께 작성했던 글로 리뷰를 마친다.
“행복하고, 순수한, 사려 깊고, 친절한,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영적이고, 관대한, 용서하고, 평화로운, 아름다운 새로운 시작!”